본문 바로가기
일기/나의 이야기

"당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습니까?"

by 큰바위얼굴. 2025. 3. 19.

라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출근길 자동차 안에서,

.

 

20250320_060156.jpg
1.41MB

 

아침에 길을 나서며 답장을 보냈고, 말미에 "굿모닝"을 링크로 첨부했어. 문을 나서면서 약간의 허탈함과 허전함을 느꼈지만, 관사에서 나서는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내 모습을 사진에 담았어. 그런데 초점이 흐릿한 듯해서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찍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지. 결국, 시동을 걸고 보안경을 착용한 후 출발했어.

자동차에 있는 라디오를 켜니 어제 이어 듣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더라고. 잠시 듣다가 ‘고요함을 깨워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싶어서 오른쪽 가속 버튼을 눌렀지. 그런데 트로트가 나왔어. 평소에 즐겨 듣진 않지만, 굳이 채널을 돌릴 필요가 있을까 싶어 그냥 두었지. 그러다 노래가 끝나고 아나운서가 물었어.

"당신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습니까?"

흥미로운 질문이었어. 그런데 의외로 많은 40~60대가 과거로 돌아가는 걸 반기지 않는다는 거야.

그럼 나는 어떨까? 정말 돌아가고 싶을까?

나는 기회가 주어지면 변화를 즐기는 편이니까,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 기회를 잡을 것 같은데... 그런데도 의구심이 들었어. "정말 가고 싶은 걸까? 무엇이 즐거웠고, 무엇이 괴로웠지?"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봤어. 교회 재단이 운영하는 학교라 예배를 봐야 했어. 거부감이 크진 않았지만, 천주교 신자로서 개신교 예배의 형식과 분위기는 어딘가 강압적이라 썩 유쾌하지 않았지. 그래도 ‘고등학교에 다닐 수 있다는 게 어디야’ 싶어 적응하려 했어. 그때는 나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점점 그 환상이 깨지는 시기였던 것 같아. 성적부터가 그랬지. 특히 영어와 수학.

나중에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지만, 당시엔 수학에 대한 부족함을 크게 느끼진 않았어. 그냥 미분·적분 문제 몇 개쯤 날려버려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한편으론 무협지를 많이 봤고, 소피 마르소 책받침을 모으기도 했어. 그리고 편지를 길게 쓰는 습관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말을 이어가는 게 즐거웠거든. 때론 자화자찬에 빠지고, 때론 감정에 깊이 몰입하기도 했어.

이런 성향은 연애에서도 이어졌지. 감정을 직접 표현하기보다는, 편지로 전하는 게 더 익숙했어. "우리 사귈래?" 라고 직접 말할 용기가 없어서 편지에 마음을 담았고, 답장을 받으면 혼자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했어. 치기 어린 시절이었지.

그럼 중학교는?
운동회 때 이어달리기를 대표로 출전하면서 과학 문제를 풀었던 기억, 노란색 화장실과 그 안의 구더기, 청소할 때의 난감함... 초등학교 때로 가면? 가장 창피했던 기억이 떠올라. 4학년인가 6학년 때, 오줌을 쌌던 일을 아닌 척 하려 행동했지만, 친구들과 선생님이 다 알고도 모른 척했던 것 같아. 조개탄을 퍼 나르던 일, 도시락을 태웠던 일도 기억나.

나는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게 어색해서 늘 혼자 생각하고 해석하는 쪽으로 성장했던 것 같아. 그럼에도 친구들에게, 특히 이성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는 일은 종종 있었어.

대학생 때는 좀 달라졌지. 나름 연애도 하고, MT나 OT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즐거운 기억이 많아. 그러면서도 항상 책임감과 역할에 집중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어. 이런 과정들을 거쳐 지금의 내가 되었구나 싶어.

그래서, 돌아가고 싶냐고?

솔직히 망설여지네. 만약 지금의 경험과 기억을 가진 채로 돌아간다면? 더 고민될 것 같아. 반대로, 아무런 기억 없이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결국 또 같은 선택을 하고, 같은 과정을 겪겠지. 그렇다면 굳이 과거로 돌아가야 할까?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앞으로 펼쳐질 가능성들을 기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지금의 인연들이 다시 이어지진 않을 거잖아. 그녀 또한,"

이 말이 가슴에 와닿았어. 다시 시도할 기회는 있을지 몰라도, 잃을 것도 많겠지. 결국, 과거를 돌아가 새로 다시 반복하는 게 아니라, 지금 그렇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기회라는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 있는 게 아닐까?" 하고,


  * 원문(음성)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면.m4a
13.90MB



"땀을 흘렸어"

 

20250320_071548.jpg
1.85MB



그리고나서, 평소와 달리 밖을 뒤에 찍었지. 그냥,

 

20250320_071552.jpg
2.83MB




샤워한 후에 어처구니 없게도 헛 웃음이 나오는 거야. 도대체가,


 

20250320_072725.jpg
1.63MB

 

'일기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의 여정, "쉼"  (0) 2025.03.20
오늘의 여정, '되돌림'  (0) 2025.03.19
삶의 편린들  (0) 2025.03.18
오늘의 여정, "충전"  (0) 2025.03.18
오늘의 여정, '아쉬움'  (0) 2025.03.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