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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서희 이야기

벗꽃과 카페 콘벨트

by 큰바위얼굴. 2025. 4. 12.

아련함에 젖어든다.
그녀는 알까, 내 마음을.
‘더 보여줘’라는 요구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라는 말로 대답할 수밖에 없던 내 마음을.

‘그건 당신 글이잖아’라는 말이, 내 글을 내 것에만 국한시켜버린 그 한마디가 얼마나 깊은 상처로 다가왔는지 그녀는 알까.

이게 어찌 내 삶만일까. 우리 삶의 모습이지.
내 의견이 전혀 담기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최소한 그날의 기록을 남기고자 했던 마음이 그런 비판을 마주해야 했다는 사실이, 문득 가슴을 아프게 한다.



.


벚꽃이 지고 있을 거라며 반쯤 낙담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아내, 서희의 요청이었다. 하늘은 흐렸고, 바람이 제법 불었다. 가지마다 붙어있던 벚꽃잎들은 이미 한 번쯤 바람에 휩쓸렸을 터였다.

가는 길 내내 서희는 투정을 부렸다. 괜히 아쉬움이 앞섰던 모양이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슬그럽게 한마디 건넸다.

"이 순간을 그렇게 말하기보단, 그냥 즐거운 마음을 표현해보는 건 어때?"

그 말에 그녀는 조용해졌고,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오송역 근처, 조치원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벚꽃길을 찾는 여정은 마치 작은 모험 같았다. 구불구불 이어진 외길, 마주오는 차량을 피해 가며 서희와 함께 창밖을 바라봤다. 이미 다녀왔던 그 어느 벚꽃길보다도 오늘 이 길이 더 좋다며, 서로의 생각에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길이 끝날 즈음, 나는 물었다.

"한 번 더 돌아볼까? 아니면 카페 갈까?"

서희는 잠시 망설이다 카페를 택했다. 그렇게 향한 첫 번째 카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역한 냄새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들렀던, 익숙한 카페 '콘벨트'로 차를 돌렸다.

카페 근처, '산책로'라고 적힌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그 길로 무심히 발걸음을 옮겼다. 길지 않은 길이었다. 그저 몇 걸음, 봄바람을 맞으며 서희와 사진을 찍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우리는 커피를 앞에 두고, 지나온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조곤조곤 나눴다. 카페의 분위기는 적당히 차분했고, 봄날의 오후와 닮아 있었다.

무심히 서희를 바라보다, 새침스레 흘긴 눈망울에 괜스레 마음이 따스해졌다. 꽃은 지고 있었지만, 봄은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고 있었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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