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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굿모닝

by 아리빛 하나 2025.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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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길,
그래서 당시 누구랑 대화한 거냐고, 아까 누구였냐고 서희가 묻는다.
침대로 다가오며 모닝뽀뽀를 하려던 참이었다.

이불을 들추고 고개를 돌리며 가슴을 만지려는 순간, “아파.” 그러면서도 다시 묻는다.

“그래서 누구랑 대화한 거야?”

오늘은 어제와 다르게 치형이 목소리가 방에서 들렸다. 그리고 해나와 예티가 거실에서 서로 으르렁거리며 장난을 치는 소리에, 잠에서 덜 깬 치형이 보고 “애들이 기분이 좋은가 봐”라고 말해주었다. 이런 대사들이 오가는 아침의 일상이다.

안방에는 서희가, 옆방에는 치형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양압기를 얼굴에서 떼어낸 뒤 화장실로 가 마음을 추스르고 씻고 나와 옷을 챙겨 입었다.

오늘은 평소와 달리 아이들이 조금 늦게 방에서 나왔다. 의자를 빼는 소리에 뛰어나오던 때와는 달리, 엉덩이를 흔들며 천천히 쫄래쫄래 나온다. 양말 신고 팬티 입고 있는 내 발을 핥으려고 깡총깡총 뛰던 모습도 패스했다.

겨울이 다가와 날이 추워서 그런가, 예티는 가만히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할 때가 있다. “안 가?” 하고 물어보면 그래도 가만히 있다. 예전 같으면 안아 들고 나갔겠지만, 이제는 그냥 문을 열어두면 쫓아온다.

현관에 쟁여둔 옷을 입히고 목줄을 채운 뒤 엘리베이터에 탄다. 그러면 또 엘리베이터 바닥 냄새를 킁킁거리며 돌아다닌다. 나는 늘 말한다.

“엘리베이터는 먹는 장소가 아니야.”

“앉아.”

여전히 어수선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해나가 먼저 앉았다. “예티야, 너도 앉아.” 했지만 못 알아들어 손바닥을 펴 눈높이에 맞춰 보여주며 다시 말하니 그제야 앉았다.

산책의 여운 때문일까, 밥 먹을 때의 기대감 때문일까, 아니면 둘만의 장난을 치고 싶은 걸까. 마치 정해진 레퍼토리처럼, 산책 갔다 오면 반드시 소파에서 뛰고 으르렁거리며 놀아야 하루가 완성되는 듯하다.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갑자기 빛이 번쩍인다. 처음엔 뒷차가 앞차 더 가라고 신호를 주는 줄 알았는데, 두 번째 번쩍임은 확실히 번개였다. 잠시 뒤 앞유리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히더니, “토닥토닥토닥.” 빗소리가 들린다. 비가 온다.

비는 한 번쯤 와야 한다. 기다렸다. 씻어내는 게 필요하니까.

어제는 의외의 일이 있었다.

“부장님, 잠깐 면담 가능할까요?”

사진을 정리하던 내게 다가온 화은이의 표정이 생경했다. 바라보니 말한다.

“저… 12월 19일까지만 다니려고요.”

순간 머릿속이 멍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혹시 마음이 흔들린 건지, 여지가 있는지 물었지만 그녀는 단호했다.

“아니요. 이제 8년이 됐더라고요. 지금 하지 않으면 못할 것 같아요.”

멋지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그래서 응원을 보내며 말했다.

“마무리도 중요하니까, 차근차근 잘 정리해. 퇴직금 수령 방법도 잘 알아보고. 함께했던 사람들이 있으니 인사도 잘하고.”


밖을 보니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진다. 도착할 무렵에는 아쉬움을 멀리 보내고, 대신 가슴속에 추억을 담았다. 잠들어 있을 서희와 치형이에게, 그리고 멀리서 자고 있을 영록이와 영탁이에게.

굿모닝.



- 아빠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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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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