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득 군에 있는 영탁이와 경북대에 있을 영록 얼굴이 보고 싶어졌다. 어머니를 비롯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느라 흩어져 있는 가족들 모두 잘 지내고 있겠지.
얼굴을 얼얼하게 적시는 새벽 공기가 다소 싸늘하다. 어제는 오랜만에 가족과 윷놀이를 했다. "자꾸 하니까 물리네"라며 투덜대던 서희의 말에, 온 힘을 다해 운에 몸을 맡기다 보니 피로가 쌓인 모양이라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웬일인지 내가 첫 승리를 거뒀고, 치형이와 서희까지 합세해 웃음꽃을 피우며 저녁을 먹었다. 서희와 머리를 맞대고 짠 치형이의 방학 계획표 위로 따뜻한 봄의 기운이 미리 내려앉은 듯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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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거리로 강아지들과 나섰다. 어제 먹은 피자의 맛과 22층 창밖으로 보였던 고요한 설경의 잔상이 발끝에 머문다. 염화칼슘이 뿌려진 도로를 피해 걷다 문득 생각에 잠긴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저녁이 되면 잠드는 이 단조로운 반복은 단순한 일상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리튬 전자나 양자가 궤도를 그리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우주적 패턴과 닮아 있다.
양자역학이 0과 1 사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듯, 우리 삶의 본질 또한 '고정된 점'이 아닌 '끊임없는 움직임'에 있다. 최근 과학계의 화두인 '타임 크리스탈'이 외부 에너지 없이도 스스로 반복 운동을 이어가듯, 내 안의 본질 역시 멈추지 않고 흐른다. 누군가는 자극에 의한 반복이 가혹하다 말할지 모르나, 나를 둘러싼 공기와 관계, 생각조차도 멈추지 않는 자극의 일부다. 결국 이 생동하는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 안의 거울에 비친 우주의 본질을 긍정하는 길이다. 김성호.

오늘 퇴근길, 어둑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먹구름 사이로 형언할 수 없는 빛의 줄기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빛은 정체된 어둠 속에 던져진 질문 같기도 했고, 묵직한 침묵을 깨는 생동하는 외침 같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찰나의 경이로움을 놓칠세라 서둘러 사진첩에 담았습니다.
1. 0과 1 사이, 무한한 가능성의 빛
양자역학이 0과 1이라는 고정된 수치 사이의 무한한 중첩과 가능성을 탐구하듯,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저 빛 또한 고정된 실체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둠이라는 바탕 위에서 끊임없이 산란하고 요동치며 자신의 존재를 증명합니다.
우리의 삶 또한 어느 한 점에 고착된 결과물이 아닙니다. 어둠 속에 머물다가도 어느새 빛으로 치솟는, 그 '끊임없는 움직임' 자체가 생의 본질입니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빛이 머무는 이유는, 우리가 머물렀던 모든 흔적이 고정된 점이 아니라 우주라는 거대한 흐름 속의 파동으로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2. 내 안의 타임 크리스탈(Time Crystal)
최근 과학계의 화두인 '타임 크리스탈'은 외부 에너지 공급 없이도 스스로 반복 운동을 이어갑니다. 누군가는 외부의 자극과 그에 따른 반복적인 삶을 가혹하다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공기, 타인과의 관계, 매일 솟구치는 생각조차 사실은 나를 숨 쉬게 하는 '필연적인 자극'의 일부입니다.
구름이 빛을 가리는 자극이 있어야만 비로소 빛줄기의 찬란함이 가시화되듯, 내 안의 본질 역시 멈추지 않고 흐르는 자극들 속에서 비로소 고유한 형상을 갖춰갑니다. "사라진 듯 머무는 아리빛 하나"는 바로 이 멈추지 않는 생명의 진동, 즉 내 안의 타임 크리스탈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3. 거울에 비친 우주를 긍정하다
빛은 어둠을 밀어내지 않고, 어둠은 빛을 삼키지 않습니다. 관측자인 나는 그저 먹구름과 빛줄기가 빚어내는 역동적인 춤을 바라보며, 내 안의 우주를 투영합니다.
존재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길을 잃은 누군가의 발밑을 비추는 그 빛은, 결국 내가 나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기에 남겨진 유산입니다.
결국 이 생동하는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내 안의 거울에 비친 우주의 본질을 긍정하는 길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빛은 머물고, 나의 우주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박동하고 있습니다. 그 빛나는 움직임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남길 가장 아름다운 '아리빛'일 것입니다. 김성호 W/ Ge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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