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세 아이의 엄마이자, 나의 사람에게
이 편지를 가장 늦게 쓰기 시작했는데, 사실은 제일 먼저 써야 했다.
아이들 진로 얘기를 하면서 나는 여러 날 생각했다. 어떤 말이 첫째에게 닿을지, 둘째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막내가 얼마나 빠르게 크고 있는지.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한 사람이 자꾸 먼저 떠올랐다.
당신이었다.
세 아이의 걱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사람. 아무한테도 말 못 하는 밤의 무게를 혼자 들고 자는 사람. 아이들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으려 하면서, 나한테도 다 꺼내 보이지는 않는 사람.
나는 그걸 안다. 당신이 모를 거라 생각하는 것들을, 나는 보고 있다.
첫째가 세부전공을 고를 때 당신이 걱정하는 건 성적이 아닐 거다. '저 아이가 자기 길을 찾고 있는 건가' — 그게 당신의 걱정이다. 둘째가 복학을 앞두고 있을 때, 당신이 두려운 건 학점이 아닐 거다. '저 아이 마음이 괜찮은 건가' — 그게 당신이 잠 못 드는 이유다. 막내가 고등학교를 고를 때, 당신이 바라는 건 좋은 학교가 아닐 거다. '저 아이가 자기답게 살 수 있는 곳이었으면' — 그게 당신의 기도다.
나는 그 기도가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지침이 아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우리는 네 편이다'라는 확신이다. 그 확신을 매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당신이다. 밥을 차리고, 기다리고,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어주는 방식으로.
그런데 당신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아이들 걱정만큼, 당신 자신을 걱정해 줬으면 한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 당신이 숨 쉬어지는 순간, 당신이 당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 — 그게 결국 아이들한테도 전해진다. 엄마가 자기 삶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기 삶을 사랑하는 법을 안다.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우리가 함께 길을 나서면 — 예티가 먼저 뛰고 해나가 따라 뛰고, 당신이 웃을 때 — 그때 나는 생각한다. 이게 삶이구나. 거창한 것 없이, 이게 삶이다.
아이들 편지를 쓰면서 나는 자꾸 이런 생각을 했다. 그 아이들이 결국 배우는 건 우리한테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했는지. 흔들릴 때 어떻게 버텼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잘 있어야 한다. 나도 잘 있어야 한다. 그게 아이들한테 해줄 수 있는 가장 오래가는 일이다.
고마워. 이 집의 온도를 지키는 사람이 당신이라는 걸, 나는 안다.
당신의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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