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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무엇이 중한디

by 아리빛 하나 2026. 5. 30.

 

Q. 서정적인 글을 좀 만들어 보려고 그래. 내용은 다소 좀 서정적이고 일상적인 어떤 고뇌, 애로, 그런 느낌으로. 무엇이 중한디, 곧 사라질 것들, 직장에서의 승진과 어떤 감투, 명예로움이 떳떳하게 얻은 거라면 좋겠지. 떳떳의 개념이 경쟁을 통한 남을 밟고 올라선 혹은 남을 견제해서 올라선 그런 자리가 아니라면 영광스럽겠지. 근데 그런 자리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거는 그야말로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자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데 아무튼 경쟁에 있었던 사람 입장에서 경쟁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아. 아무튼 길이 막힌 사람 입장에서 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지금 글을 만들려고 하는 거야. 그러니까 무엇이 중한디, 곧 사라질 것들. 그런 느낌을 살려서 정말 중요한 게 뭐일지 화두를 던지는 쪽의 글이야. 답을 주는 게 아니라. 돌연도 찾아온 문득 떠올린 일상 중에 일어나는 그런 글을 좀 써줘봐.


무엇이 중한디

출근길이었다.

신호에 걸려 멈춘 차들 사이로 바람이 지나갔다. 어느새 초록이 짙어진 가로수 아래에서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중한디.

사실 별일은 없었다. 평소처럼 회사에 가고, 평소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평소처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문득 떠올랐다.

우리가 그렇게 애쓰는 것들은 얼마나 오래 남을까.

누군가는 승진을 하고, 누군가는 자리를 얻고, 누군가는 명함에 한 줄 더 적히는 이름을 갖는다. 축하받을 일이다. 정당하게 얻은 결과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해진다.

그 자리까지 가는 길은 모두 같았을까.

누군가는 남보다 조금 더 잘해서 올라갔을 것이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밀어내야 했을 것이다. 또 누군가는 경쟁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 길이 막혀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것을 경쟁이라 부른다.

하지만 경쟁이라는 말은 이상하다.

출발선에 서 본 적도 없는데 이미 경주가 끝나 있는 경우가 있으니까.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일에 마음이 덜 가기 시작했다.

몇 년 전에는 중요했던 일들이 지금은 희미하다. 그때는 잠도 못 이루게 만들었던 평가와 인사, 억울함과 분함도 지금은 기억을 더듬어야 겨우 떠오른다.

그토록 크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참 작다.

반면에 이상하게도 남는 것들이 있다.

새벽에 잠든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던 순간.

아무 말 없이 곁에 누워 있던 강아지의 체온.

군대 간 아들이 보낸 짧은 문자.

저녁 무렵 집 앞을 함께 걷던 시간.

그런 것들은 당시에는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선명해진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는 사라질 것들을 붙잡느라 바쁘고, 남을 것들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흘려보낸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시 생각했다.

십 년 뒤에도 기억할 수 있는 일은 얼마나 될까.

지금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은 그때도 중요할까.

그리고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이 중한디.

신호가 바뀌었다.

차들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그 질문만은 차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무엇이 중한디.

정말로.

출처: https://meatmarketing.tistory.com/10102 [김성호 이야기: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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