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탈이 났다. 처음은 3일 전 큰 아들이. 장염이란다. 수액 10분 맞고 추석을 맞이한다.
바로 어제 아내는 밤새 10여차례 화장실을 들락달락 거렸단다. 아내가 진단 받을 때 노르바이러스는 어쩌구저쩌구 하는 걸 웹상에서 찾아본다. 오늘은 추석 당일이다.
대구에 가야할텐데 하면서 뵙고싶은 마음과 도리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1시간 넘도록 수액 맞는 아내 곁을 지킨다. (가능한 갈 생각이다. 니몸은 편하니까 그렇게 생각하지? 하는 게 아니라 할 도리를 하면서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과 관계된다. 바로 1주일여 몰아쳐서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새삼 느꼈던 사항이다. 넌 왜 사누? 하는 말에 대한 답.)
어머니는 어젯밤 불이나케 돌아갔던 일에 속상했다면서 잘 감싸주라고 당부하신다. 며느리가 혼자이니 힘들었 던 게지 하시면서 윤호와 한 잔 하면서 오늘 처가인 대구에 가면서 들를 꺼라고 자신했단다. 응급실이라는 말에 이해하신다.
아들들은 아침을 못 먹은 지 11시가 다가오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고프지 않단다. 효자다. (TV 보는 아들들과 공부하는 첫째)
1배, 2배 절을 하면서 조상의 은덕을 빈다. 내곁에는 벌초하면서 함께 땀을 흘린 이젠 제몫을 하는 남동생 윤호와 큰아들 영록이 있다. 전날 면도칼에 손가락이 베여 응급실에 들러 신경봉합술 한 영탁이와 "당신은 벌초를 5살부터 했나?" 하면서 어머니와 아내가 이구동성으로 놓고가길 바랬던 치형이는 빠져있어 아쉅다. "영록아, 너에겐 고조할아버지, 할머니셔." 하면서 아는채 하는 윤호 삼촌의 말에 세상의 이어짐을 훈훈해한다.
바로 이걸 주고싶다. 공부? 5살? ...
벌초하는 이유, 조상을 뵙고 절을 하는 마음, 전을 부치면서 나누는 정, 그 속엔 각자의 희노애락이 있어 힘에 부친 면도 있겠지만 길게 이어지는 삶의 연장선에서 자신과 가족,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영록아, 반갑다는 말이여. 핸드폰이 연결음도 채 다 가기전에 전화를 받았다는 건 핀잔이 아니라, 그리고 혹시나 핸드폰 하고 있어서 못났다는 게 아니라 호감어린 메시지라는 거지. 왜 내가 네게 나무라겠니? 오! 홧! 놀랐다는 감탄사를 너의 잘못된 해석으로 받아들이면 너에게나 나에게 모두 안 좋아. 설사 니가 핸드폰 하고 있다고 해도 "아빠 전화를 기다렸죠?" 하는 위트는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공감하게 하지.
좋은 걸 하자? 응?
네 한다. 배는 고프지 않니 하는 걸 물으려다가 긴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가끔 내가 아빠라는 걸 잊는 듯하다. 아빠!
처남 민석이는 통화가 안 됐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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