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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개미의 일생

by 큰바위얼굴. 2021. 5. 4.

youtu.be/H-OuZBObpdo

 

개미의 일생처럼

 

 

하루를 시작하며 오늘은 개미의 일생을 생각합니다.

텃밭 구석에서 살다가 저 멀리 산 정상을 밟고야 말겠다 하면서 터전을 떠난 개미의 이야기

밭을 만나 멈출 수도, 계속 전진할 수도 있고

굽이굽이 개미로서 가기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길들

거대한 개울을 만나 건널 것을 고민하던 때

돌아갈 것이냐 개울이 마를 것을 기다릴 것인가 갈등하던 때

차도를 만나고

사람들 발길을 피하고

산에 진입하던 때

이제 다 왔어 하며 올라선 산자락은 이제 시작일 뿐이란 걸

어찌저찌 평생을 바쳐 도착한 산 정상!

잘 보이지 않는 옛터전을 바라보메

산 정상에 온 만큼 발전한 과학의 이기를 타고 옛터전으로 되돌아 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길을 선택해도 좋고

닿지 않는 하늘 그 너머 미지의 우주를 뚫고 다시 도전하는 선택을 해도 좋고

옛 터전에서 산 정상까지, 다시 우주 너머까지 가는 그 길이 인생이란 걸

이룬 건 순간, 보람은 과정에 있으니 어찌 알았겠냐마는 소중함은 함께 함이란 걸 실천해서 다행스럽다가도

조금 부족한 뭔가를 느끼니 대신 집을 사줄 수도 없고 사 줘도 안 된다.

 

의지를 세워 뭐든 하면 좋겠다 라는 아내의 말은 지극히 당연한 부모의 바람인 것을

아이는 이미 알고 있다.

아이가 선택한 그 것이 바로 아이 입장에선 최선의 의지인 것을

부모는 이미 알고 있다.

다만, 대학가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처럼 대입하는 것이 잘못이란 걸 알고 자기는 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그에 빚댄 바람은 결국 대학가야 훌륭하다는 말처럼 아이에게 향할 수도 있고

포기는 아닌데

지켜보고 들어주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인가 한다.

 

그럴 듯한 뭔가는 허상!

대학가야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과 같다.

 

그럴 듯한 뭔가는 허울!

뭔가는 표출된 결과물일 뿐이고

함께 하는 지금 이 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 소중한 걸 소중히 다루기 보다는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 함께 하는 순간 "공부 했니?"라고 묻는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

"친구랑 재미있었어?"

"괴롭거나 아프지는 않았어?"

 

"공부할꺼니?"

"시간내서 요리할 꺼에요."

"공부하는 시간이든 노는 시간이든 잘 고려해서 요리해야 할꺼야"

"알바는 어때?"

"이 또한 마찬가지다. 공부, 놀이, 요리, 알바"

"시간을 쪼개 쓰는 거. 다른 말로 시간을 뜻있게 쓰는 거"

"알바도 알아보니 할 만한 게 있더라구요. 홀 서빙도 도움이 된다고 하구요."

(아빠는 바란다. 공부든 요리든 알바든 재미를 느끼고 재밌게 살았으면 해. 살아있다는 걸 잘 못느껴서 공부에 흥미를 잃은 것처럼 보이니까. 시간을 조금 빠듯하게 써도 공부하면서 놀면서 알바도 하고 요리도 하고. 시간을 알차게 쓰면 좋겠어)

 

공부 또한 이와 같다.

 

잘 될 것이라는 믿음만 있다면 걱정할 꺼리 하나 없는 것이 부모의 일일진데

부모는 마치 걱정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듯이

오늘은 이 주제, 내일은 저 주제, 어제의 걱정이 오늘로 이어지고 내일 있을 걱정을 오늘 한다.

 

잘 될 꺼야!

주문을 외자.

 

우상향 하는 ETF의 굳건한 믿음처럼

우상향 하는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내게 주문을 왼다.

아이는 어느 새 자라 엄마와 눈 높이를 맞추고 아빠와 도토리 키재기를 한다.

 

"엄마, 이거 어때요?"

"맛있어요?"

 

"응. 정말 최고다. 넌 내 피가 맞네. 맞어."

 

하면 족하다.

여보, 때론 똑똑해서 아는 채 하는 부모 보다는 멍청해도 게으른 부모가 훌륭할 수 있다고 봐.

우린, 혹시 너무 똑똑한 거 아닐까?

 

멍청해서 게으른 부모처럼

멍청하지 않아도 게으른 부모와 같이

조금 느긋하게 여유롭게

그리고 아이에게 초점을 두고 아이의 입장에서 뭐 라도 해보려는 아이의 노력을

공부라는 잣대가 아닌

아이라는 기준으로 보았으면 해

(절대 훈계가 아님. 혹시나 오해할까봐)

 

개미의 일생처럼

난 어디에 있을까?

과연 어디가 중요할까?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아 좋고

가고 있는 지금 당신과 함께 하고 있으니 행복하고

더할나위 없이 좋아하는 당신을 보노라면

내 인생 참으로 잘 살고 있구나 싶다.

 

당신의 기쁨이 내 기쁨이 된 것처럼

아이의 기쁨이 우리 기쁨으로 한 가득 받아들이자.

절대 결코 공부, 의지, 의욕, 뭐 이런 단어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굽이굽이 만난 역경들을 돌파하고 돌아가고

비록 되돌아갈 때를 결정했다손 치더라도

그걸 억울해 할 필요도 아쉬워 할 필요도 없다고 봐.

 

내 지금 서 있는 이 곳이 차도인지, 밭 가운데 인지, 개울을 만났는지, 개울을 건너는 중인지, 산의 초입인지, 산의 중턱인지, 산 정상인지, 하늘을 바라보메 로켓을 만들고 있는지 무슨 상관이랴

 

어디에 있든 어느 것을 하든

그건 허상!

내 마음 쓸 것은 차도, 밭, 개울, 산, 하늘, 로켓이 아니다.

 

함께 하는 시간

함께 하는 사람

 

그걸로 족하다.

 

아이들은 여기에 함께 하는 일을 정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나 또한 그렇고

당신 또한 그렇다.

 

함께 하는 것조차 우선 순위가 있네. 말하다 보니

함께 하는 시간, 함께 하는 사람, 함께 하는 일.

 

당신 옆에서 당신이 좋아할 그 순간을 기대하면서 나노비즈로 하트모양 목걸이를 만든다.

어떤 색을 고를까 한참 망설인다. 빨강, 하늘, 초록, 투명, 노랑

결국 영롱함과 신비함을 담아보려 보라색으로 결정한다.

바깥 테두리는 어떻게 할까?

정말 만든 건 예쁠까?

생각만큼 좋을까? 좋아할까?

 

"아빠, 우와~"

"여보, 예쁘다~"

 

나노비즈를 다리면서 눌러붙어 씨름 하던 때도, 분주하게 겨드랑이에 땀이 맺히도록 움직일 때도,

어제 못 다한 잠 때문에 피곤해 하던 때도, 대구로 가기 위해 운전할 걸 생각하던 때도,

굳이 했어야 했어 라는 말을 들었던 때조차 무색해진다.

 

행복은 순간!

바쁜 와중에 만든 축하편지랄까? PPT로 만든 축하메시지랄까? 축하편지로 진심을 정리하던 때가 바로 함께 하는 순간이고, 다음날 아침부터 소주 하며 늦게 가면 되지 하신 장모님의 마음 또한 그러하다.

이어지고 이어지는 행복감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다.

 

나노비즈로 만든 하트모양의 목걸이,

PPT로 만든 생신축하편지,

소주 하신 장모님,

걱정할 꺼 없다니까 남편에게 잔소리 듣는 당신,

마음이 힘드네 하는 엄마와 달리 생생하게 지가 하고 싶은 걸 하는 둘째 영탁이,

다 커서 자기증명하려는 첫째 영록이,

애교 덩어리 세째 치형이,

장인, 원교, 부성이, 민석이...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다.

어디를 향하든 어느 것을 원하든 지금 함께 고민하고 함께 나누는 것이야 말로 인생 자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목걸이, 편지, 소주, 잔소리, 의지는 수단이자 소스일 뿐 

 

나노비즈로 만든 하트모양의 목걸이에 어울리는 가는 투명줄이 있으면 너무 좋겠다!

언젠가 옛날치킨을 먹고야 말테다 한 것처럼

그렇게 옛날치킨을 먹었던 것처럼

투명줄이 있기를 무척 바라는 것처럼

 

마음이 가고 오고 가고 오고 가고 오고 고 고

세상의 변화를 마주하되 지나친 희망과 걱정은 불필요한 것처럼

퇴직하는 때는 스쳐 지나가는 과정일 뿐

이벤트는 우리 행복을 키우는 방편일 뿐

 

오늘 하루,

싱그러운 아침.

 

"상쾌한 아침입니다.

특별방역기간으로 대외활동이 멈춘, 식사조차 부담되는 시기, 모두 안녕하십니까?" 라는 말로

오랜만에 사업1부 카톡방에 아침인사를 전한 것처럼

 

모두 안녕하십니까?

너무 반갑다, 예~

 

당신에게 가는 오늘이기 때문에 기분이 더없이 좋다. 김성호.

 

 

 

 

  • 스스로 `自`2021.05.04 08:47

    “당신은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몸 긍정주의)’를 지지한다면서, 왜 코르셋을 입는 거죠?”(기자)

    “난 내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당신이 성형 수술을 하길 원한다면, 성형 수술을 하세요. 어떤 옷을 입었을 때, 사람들이 뚱뚱하다고 생각할 것 같나요? 그러라고 해요. 당신 생각에 잘 어울린다면, 그건 그냥 잘 어울리는 거예요.” (빌리 아일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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