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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우매함

by 큰바위얼굴. 2021. 3. 24.

간직하다. (생각이나 기억 따위를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다.)

 

기다리다.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기록하다.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________ 이다.

 

뼈대를 세우고, 인물을 정하고, 시대상을 만들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는 채를 하면 내용이 풍성해지고, 아는 내용을 쓰면 글이 어려워 진다.

 

쉽게 쓸 요량으로 기술을 발휘할라치면 궤발세발 글이 비틀거린다.

 

그래서 뭐? 목적은 잃고 방랑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래도 괜찮아 다독거린다.

 

나는 ______ 한 사람이다.

 

되돌아보는 지금, 아프고 슬프고 눈물이 난다.

 

할머니께, 아버지께 용서를 빈다. 

 

못다한 정, 뒤늦게 알게 된 마음, 기억이 추억으로 되돌아 온 지금, 아프고 슬프고 눈물이 난다.

 

없다.

 

없음에서 시작되었으니 아쉬울 것이 없을진데, 어찌 이리 욕심이 많던가! 

덕지덕지 찐 뱃살처럼 내려놓치를 못하고 못내 가지려고만 한다.

베푸는 건 고사하고 나누는 것 조차 시원찮다.

쫌생이, 욕심쟁이.

다 비운 줄 알았건만 하염없이 걷는 길은 내게 다시 묻는다. "그래서?"

욕심은 내 마음에서 시작되니 그 마음을 비웠고, 비운 마음을 내버려두니 다시 욕심이 차더라.

세상이치가 다 그런거여 하는 여론에 떠밀리듯, 조금 달리 생각해 보고 싶어도 쉬이 놔주질 않는다.

더구나, 이놈의 생각머리는 쉬이 피로해진다.

 

없다.

 

없으니 하면 족하다. 뭐든 하면 배가 부르는 상황이다. 이를 안다.

하기만 해도 좋고 있기만 해도 좋다.

비우고 비우니 저 밑바닥 깊숙이 감춰두었던 치부가 고개를 처든다. "그래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빌고 빌었다.

 

그리곤, 드라이브에 올려놓은 사진들을 넘기면서 밴드에 올린다.

한 컷이 여러장이 되고, 다시 이는 테마가 된다. 그랬더니 영탁이도 챙기란다. 시험 못봤는데 열 받지 않고 애인이랑 밥이 넘어가냐구 형한테 혼났다고.

 

있다.

 

내가 여기 있다.

 

죽는다.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워지는 것도 아니다. 죽는다는 건 기록의 연장. 모르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듯이 죽음 이후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고로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없지 않으니 있는 것이다. 그러면 말이 된다. 이어진다.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리라 하고 맹세한 들 찰라에 불과하다.

오늘은 내게 묻는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내가 죽는다면 어떨까?"

 

지금까지와는 달리, 지금까지 난 가족 중 누군가의 죽음을 떠올리면서 가슴을 아파했다. 깊숙한 슬픔. 함께 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러면서도 막상 함께 했을 때의 거리감. 어찌 대해야 할지 어찌 함께 해야 할지 보는 거 생각하는 거 모두 같은 듯 다른데 어찌 할 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 마음은 충만한데 표현을 못하는 상황이랄까!

 

내가 죽는다면...

아내는 곧 결혼할테지, 아이들은 슬퍼하다가 곧 잊고 말겠지. 그렇게 추억으로 남겠지.

아내는 굉장히 시원섭섭해 할꺼야. 귀찮게 구는 사람 없어져서 시원하면서도 막상 없으니 허전해 하겠지.

영록이는 아빠와 나눈 이야기,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서 어떤 추억을 떠올릴까?

영탁이는 아빠와 함께 한 시간들과 이야기 속에서 어떤 생각을 할까?

치형이는 놀아줄 아빠가 없다고 울구불구 난리를 칠까? 

 

지금 내 주변에는 아픈 사람들이 많다.

내 나이 때문인지 남일 같지가 않다.

이대로 죽어야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내가 처한 상황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직장 동료가 허리디스크로 입원 중이고,

임직원 숙소의 집주인은 1년 더 연장하자고 해놓고는 갑자기 남편이 몸이 안 좋아져서 직장을 그만두었다면서 아파트 2채를 갖고 있기 부담스러워 1000만원을 낮게 내놓았더니 금방 팔렸단다.

 

어깨가 뻐근하고

목이 결리다.

오른쪽 발바닥과 새끼 발가락 쪽은 통증이 남아있고,

왼쪽 윗니와 오른쪽 아랫니는 가끔 찡 하면서 통증을 준다.

혀는 갈라졌고, 가끔 씹어 피를 낸다.

머리카락은 수북히 빠지고 뱃살은 여전하다.

내 나이 48.

 

들어갈 돈이 무서워 은퇴는 미뤘다.

막상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니 마땅치 않더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해봐도 시간을 쓸 뿐, 탁 하고 튀어나오지는 않고 있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 여행? 휴식? 여정? 뭘까? 놀아? 설마? 블럭방? 아이구! 

 

장인어른께서는 기흉으로 숨쉬기를 쉬워 하지 않으신다.

마르셨다. 걱정이다.

 

어머니, 장모님 모두 나이가 쌓였다.

대전, 대구, 세종, 충주. 동떨어져서 가끔 보면 좋은 관계라고 할까?

 

함께 하고 싶은데 못 하다가 가끔이나마 만나 정을 통하니 기쁜 관계라고 할까?

일상은 일상이요 만나면 서로를 위해주는 그런 관계에 만족해 해야 할까?

최선은 최대치가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 하는 행동이 최선일지도 자신할 수 없어도 최대치는 아니다.

 

후회하지 않을까?

누군가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가?

혹은, 나는 죽을 준비가 되었는가?

 

추억을 만들고 함께 나누고 함께 하고 함께 한 시간을 되새기는 일련의 일들이 과연 내가 진정 바라는 일일까?

눈물이 나려 한다. 

못내 당신의 삶 이야기를 들어보질 못해서 죄송하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용달차를 끌었고 샤니빵과 우유를 배달했으며 동네가게도 했었고 주로 관광버스를 몰았으며 인생마지막은 동대문시장을 다니는 시장상인버스를 몰았다. 차와 함께 한 인생이다.

 

내가 태어난 날 갓난쟁이를 옆에 태우고 먼 길을 나섰다고 하는 훈훈한 이야기. 

 

그리고, 임종을 지켜보면서 잘 살라고 우애있게 지내라고 빚은 받으라고 했는지 잊으라고 했는지 헷갈리지만 결론적으로 가족과 잘 지내라고 하시면서 숨을 넘기셨다.

 

어머니는 잘 지내신다. 정아네와 윤호랑 매주 마실을 다니신다. 좋은 거 먹고 잘 다니시니 좋은 가 보다.

식사하자고 하면 멤버를 버릴 수 없다나 뭐라나. 

 

미안한 만큼 잘 살겠습니다. 할머니.

 

그리고 답을 낼께요. 곧. 없지 않으니 하면 되는 상황에서 뭐가 중한디 하면서 가족을 챙기면서도 함께 할 그 무엇이 일이 아니더라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하는 중에 뜻을 세운다기 보다는 함께 할 시간과 함께 할 인연을 중히 여길께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을,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성호.

 

 

 

  • 스스로 `自`2021.03.25 09:02

    > 다음날 민숭맨숭하다는 아내의 카톡글에 대한 답변

    어제는 '우매함'이라는 글을 썼다.
    얼마나 우매하게 지냈는지 반성하는 글,
    직장동료, 장인어른, 임대인 등등 주변에 아픈 사람들이 많아 건강과 삶에 대한 생각이 자주 든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현실은 욕심 때문인지 과거 바랐던 만큼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연착륙을 시도라도 하는 양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물론, 특별한 일은 없다.

    목욕도 가고 싶은데, 일제 단속 중이라고 하고
    여행을 가고 싶은데, 갔다오면 피곤함이 만만찮고, 캐치볼, 여행, 술자리, 대화, 산책, 등산, 이런 소소한 일상이 좋은데 내 몸은 충주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집주인이 몸이 안 좋아 급매로 내놨는데 팔렸다고, 원래는 1년 정도 더 살기로 했었는데
    어쩌랴 몸이 안 좋아 직장도 그만두었다는데

    그래서 은퇴 전에 빚은 가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을 위해 어제도 걷고 또 걸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아프니 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

    호반, 블럭방, 신용대출, 학자금... 한 0억이면 빚은 얼추 가려질 듯 한데,
    잘 해서 명퇴하면 나올 것이구.
    쎔쎔이 치면 되긴 하는데, 수입이 없구만!

    월수입 없이 아껴쓰면,
    10년을 살고... 혹시 목돈(아이들 결혼 등)이 들어가면 좀 더 빨라지겠지만,
    그 만큼 또 투자수익을 내서 결혼자금을 대면 좋을 듯하니 투자공부는 계속 해야 할 것이구

    요즘, 이렇다.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막상 함께 하면 "아빠, 놀다 올께요." 하는 치형이 처럼 가장 사랑하면 뭐하나, 정작 지는 친구들이랑 놀텐데, 그러하니 다 내려두고
    찬찬히 둘러보는 게 좋을까?

    블럭방 정도는 알바를 쓰면서
    인생여정을 돌아다니고 처갓집, 본가, 혹은 친적, 친구 방문하면서 그런 삶을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마음이 바뀐 건,
    2030년 이상 APT를 보유하기 보다는
    2027년 대선시즌을 전후해서 매도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 근데, 오늘 아침 문득
    임대주택이 자동말소되면 5% 상한을 안 지켜도 되니 수입이 확 늘텐데 하는 뭐.. 그런 생각도 들고. 그렇다.

    여보, 민숭맨숭한 건
    내 마음이 당신에게 닿아서 그런가 보다.^^

    답글
  • 플로라2021.04.22 17:17 신고

    아버님과의 마지막 대화를 처음 들은것 같으네,, 급 아버님 생각, 당신생각에 눈물이 고이네,,,
    (손님이 나를 보고 깜놀하시는구먼,,,)

    이기적인 생각으로
    나는 당신이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고도로 발달한 해바라기 성향상 당신 없는 삶이란 게 상상조차 힘들다.
    갈구더라도 옆에 두고 갈궈야지,,,
    호강이고 나발이고 그냥 나보다 하루라도 오래 사는 것이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최고의 방법이야,

    답글
  • 스스로 `自`2021.04.23 07:43

    2021.3.24. 작성한 글은 2021.4.23. 1달만에 아내의 댓글을 따라 들어와 마주한다.
    다시 읽게 되었고 다시 새기게 된다. 삶이란...

    아버지께, 할머니께 용서를 빌었고 어머니, 장모님, 장인어른께 효도할 것이라 다짐했던 글.
    다시 살아 무엇이든 하면 되는 지금, 충만하다 못해 고마움에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어제 아내의 놀아줘~ 하는 애교섞인 목소리에 바로바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해진다.
    부쩍 넓은 마음이 느껴진다. 재테크 책들을 내려놓아서 다행스럽고 한 없이 넓어지고픈 마음에 반갑다.
    자기 자신 보다는 아이들, 남편을 먼저 생각하는 아내, 그래서 더없이 사랑스럽다.
    아프고 괴롭고 힘들다고 소리쳐도 알아주는 이 없는 우리 집, 외롭고 슬플테지.
    다행인 건 대화가 통한다는 것이고 아내의 걱정처럼 아이들이 크게 모나지 않았으니 제 길을 찾을 것이라는 안도감.
    아빠~ 보고 싶어요! 하는 치형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침대에 누워 있을라치면 올라와서 구른다. 갈 땐 못내 아쉬운 지 꼭 입.술.에 뽀뽀를 하려고 한다.
    니 애인과 하라니까 해도 막무가네다.

    삶이란...
    멀리 있지 않다.

    아내에게 사랑 받고 있다.
    아이들에게 존경 받고 있다.
    믿음이 굳건하다.
    그리고 대화가 통한다.
    이 보다 좋을 수 있을까!

    잘 살았고 행복하다.
    아마 그래서 욕심이 삐죽 튀어나오려는가 보다. 더 누리려구.
    이를 경계하고 지금 생활에 만족해 하자며 다독거린다.

    몸이 멀어 행복한 이유를 찾는다.
    보지 못해 행복할 순간을 그린다.
    보고 싶어 행복한 순간을 그린다.
    아마 지금 우리는 충분히 행복해!
    라는 말을 듣는듯 사랑이 넘친다.
    아마 아마 고맙다 기쁘다 행복해!
    라는 말을 주고받고 있는 것일테지

    여보,
    고맙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갈군다는 말, 밑에 2줄은 빼도 좋겠다 싶어. 아침 인사를 대신한다.~
    아마 이 글을 읽을 그 순간 미소를 볼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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