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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다되었다 나에게 보내는 편지 (독백)

by 큰바위얼굴. 2022. 2. 17.

시커먼 어둠에 휩싸인 몸을 바로뉘이니 숨이 턱 하고 막힌다. 막힌 코를 뚫고자 하나 쉽지가 않다. 갯마을 차차차를 잘만 보다가 훈훈한 정이 살짝 흔든 뒤 진실된 마음이 툭 하고 튀어나온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라는 감정이 크게 든다. 어찌 살려구 하는 물음이 무색해지도록 잘 그려냈다. 뭐 하겠노 하는 물음에 글쎄요 전 지금이 좋아요 하는 대답이 망설여진 내 모습을 애써 부인하려고 노력한다. 다시 치우쳤다. 증시에 흔들리고 희망이동지 조사에 흔들린다. 정히 중한 것이 뭐관데 그렇게 또 잘만 쉬다가 놀란 가슴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시커먼 어둠에 동화되어 우두커니 앉아 바른 숨을 내쉬며 독백을 이어간다.

 

https://youtu.be/7HRj-kujH3Q

(녹음내용)

"새벽2시

자꾸놓쳐 자꾸놓쳐. 이게 뭐라고. 뭣이 중한데 자꾸만 잊어. 자꾸 쉽게 넘어가. 뭣이 중한데. 마음이 편칠 않아. 내께 아냐 내께 아냐. 세상은 돈으로 사는 게 아니야. 뭐라고 해야 할까. 그냥그냥 답변하는 거 같아. 아직 멀었어. 아직도 멀었어. 정말 내가 느낀 건 매일 좋을 수 있다. 넌 뭐할래 라고 했을 때 선택이 아닌 선택이 됬잖아. 뭘 고민하니. 다른 건 그냥 유희야 유희. 유리알 유희. 쉽게 깨져버려. 어느새 또 가득찼지. 자신감 뿜뿜. 돈 좀 벌었다고 뿜뿜. 삶을, 처지를 욕하고 때를 기다리고 그 때라는 것조차 욕망, 욕심. 바라고바라다보면 이루어지는 것이 삶처럼 일기가 아니야. 물론 물건으로 표현될 수가 있지. 정말 미안해지네. 보석함을 정리할 때의 모습, 그 이유조차 모른채 투박하니. 반찬을 5시간이나 했다는데도 그냥그냥. 그러니까 난 왜 그런걸까? 자꾸잊어 잊어버려. 두려워 도망쳐. 숨을 쉴 수가 없어. 코가 막혔어. .... 그렇게나 두려웠어. 미안했어. 소중했어. 한치앞만 보고 살고 있고. 지금 살라는 얘기가 한치앞만 보라는게 아닌데. 진짜 할 말이 없다. 내가 봐도 나에 대해 할 말이 없어. 내가 왜 이러나 모르겠어. 진짜 다 잊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걸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어. 알콩달콩. 하나씩 하나씩 조립해도 좋고 하나씩 하나씩 그러게. 왜 못 견뎌할까. .... (받아쓰기가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코가 막혀 입 소리로 말해서 인지 선명하게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받아쓰기는 여기에서 잠시 중단한다.)"

 

"미안해 여보. 하나하나 볼 때 내가 경험이 없어서 그런가봐." 진심을 진심으로 받아주지 못하고 건성처럼 대한 것을 후회해. "싫은 감정은 아닌데 더 힘들다. 자꾸 반복이 돼." 하며 휴지를 언제 다 쓰나 했던 걱정을 툭 하고 던진다. 가습기 물이 없어 뿌옇게 올라오는 모습을 의심하면서 안경쓰지 않은 두 눈을 가습기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고 결국 가습기에 물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여 욕실로 물을 받으러 갔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이러고도 20분이 더 이어졌다니, 감정이 전이된다. 다시 듣고 받아쓰려고 신경을 쓰는 노력을 기울이면 기울일 수록 오늘 새벽이 머리속에 머문다.)

 

"아빠가 보고 싶다. 할머니가 보고 싶고. 그러니까 엄마한테 잘 해야해. 그러니까 장인장모에게 잘 해야해.... 살아서 뭘 남기려구. 복에 겨웠지. 다 컸네. 밥상도 가족 모두에게 각각 받아보고. 재밌게 살아볼까. 왜이리 늦게 오는 것일까? ....(피곤함에 눈이 감긴다. 감정에 푹 젖었나 보다. 여기에서 녹음기를 끄고 멈춘다. 이제야 반이 왔을 뿐이니 더 듣고자 하면 반만 더 가면 된다.)"

 

....

 

독백에 영향을 끼친 직접적인 이유를 들어보면, '오늘은 내 49번째 생일이다' https://blog.daum.net/meatmarketing/5289 에서 아내로부터 아이들 각각이 밥을 산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조금 만 더 원하는 마음, 조금 만 더 부족함을 채우고 싶은 욕심. 그런 마음에서 자연스레 또다시 치우칠 어떤 것, 특히 내가 결정짓지 못하는 것에 대한 기대나 바람을 또다시 작위적으로 나서려는 마음을 강하게 끌어내린다. 순리대로. 가는대로. 중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그리고 내 울타리 안에 들어온 가족과 친구들 사이에서 추억을 쌓고 정을 이어가는 것. 그렇게 다시 균형을 잡는다.

 

 

다 보았다. 갯마을 차차차.

다사다난함이 고됨이 아니라 생명이라 칭하는 듯하다. 괴로움 또한 즐겁기 위해 기꺼이 배경이 된다. 하나씩 한발씩 한 장면씩 이어짐이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어울리다보니 가까워진다. 관심이 기본이다. 지극히 바라보는 눈빛이 자연스럽다.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다기 보다는 훈훈함이 흐른다. 몇 몇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있었는데 잊었다. 심지어 잔상만이 남아 흥겨움을 더할 뿐 내용이 어떠했는지 애써 기억을 떠올리려 하지 않는다. 누군가 넘어졌다는 연락에 하던 일을 중단하고 기꺼이 뛰어내려가는 모습에서 지극히 애정어린 울타리를 엿보았다. 다 가두려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풀어놓아라 하는 듯하다. 무엇 하나 욕심내지 말고 순리대로 흘러가면 흘러가는대로 그저 살짝 발을 올려두어 물결을 느껴보거나 몸을 기대어 풍랑에 어울려도 좋겠다. 흘러흘러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그에 무에 중요할까? 감리씨의 장례에서 본 액자 속 활동사진들이 부러웠다. 웃고 떠들고 보내고 간직하고 다시 웃고 마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가 바라고바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함께 하는 그 자체에 있다. 밥 한 끼 함께 하는 것, 앞에 마주하지 못해도 마음을 다하는 것, 생각하는 것, 위하는 것, 비는 것 모두 다 바라고바란다마는 밥 한 끼 함께 하며 어울리는 그 순간만 못하듯이 함께 향하는 여정 중에 나누는 대화를 그렇게나 바랐나 보다. 이미 하고 있음을 새삼 느낀다. 이 마음 다하도록 가득차 넘쳐 흘러도 좋다. 항아리에 물이 가득차 흘러넘쳐 우물이 되고 우물물조차 강 바닥의 웅덩이로 전락할 망정 줄기줄기 만나 크게 모이는 바다가 되었더라 한다. 넘치는 건 우려할 일이 아니라 물컵의 경우 치워야 하는 귀찮음과 낭비에 대한 견제일 뿐 넘쳐서 좋은 점이 있다. 샘솟듯 하다는 말처럼 역동적으로 산다 라는 반증이 아닐까! 오늘 새벽 녹음한 독백을 다시 듣고 마저 정리를 이어가 볼까 한다. 참으로 우습다는 건 이어짐이 연결됨이 이어달린다 라는 표현으로 드라마에서 등장했다는 거다. 이어달리는 주자로서 생을 다하여 사랑하자.

 

 

... 그리고 퇴근길에 차 안에서 이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

20220217 어느 목요일 퇴근길(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푹 담궈진 후).m4a
5.53MB

 

 

  • 플로라2022.02.25 07:23 신고

    갯차 혼자 다봤다고?
    당신이랑 같이볼라고 눈빠지게 기다리는 치형이 어쩌라고~~~~

    오거든 안본척하고 다시 보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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