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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나의 이야기

탄금대

by 큰바위얼굴. 2022. 4. 20.

어쩌다 보니 가게 되었다. 


잠깐 바람 쐴까?
가자. 그냥.

 


그리고 탄금대. 공기 좋다~

오, 공원도 아래 숨겨져 있었구만!

가능한 외곽으로 아스팔트가 아닌 맨길로 걷는다. 초입에서 반가운 청솔모를 만나 얼굴 좀 보여달라며 숨밖꼭지를 하고 걷던 중 거미줄이 얼굴에 걸려 쐬해진다.

킁킁 숨을 내쉬며 걷는다. 아무도 없는 오솔길. 누군가 다녀갔으리라 생각되는 길을 걸으며 바깥 구경을 하려고 나무 숲 너머를 기웃기웃 거린다.

 




아래 동네가 별천지구만!
공원에선 이미 나와 운동하고 작업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한 바퀴 크게 돈다.

자전거 종주길, 처음 보았고 한 번쯤 아이들과 해볼까 하는 마음에 잠시 머물고 흔적을 카메라에 담는다.

 


헉헉, 오르고 오른다. 한 걸음 한 걸음.
하나 둘 셋 넷 세면서 무게가 더해진다. 셀 수록 힘든 건 왜일까? 잠시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글쎄 앞으로 더 가야하는 계단 때문일까? 땅 만 보며 걸었는데? 걸어온 걸음수 만큼 걸었기 때문에 갖게 된 무거움일까? 자, 가자. 세는 것에 집중하자. 어느 새 100. 그래 기념이다. 남기자.

 


다시 오른다. 일이오. 백이십오 계단.


둘레를 돈다. 가야금을 탄주했던 곳이란다. 과거와 만난다. 1875.4. 바닥에 새겨진 흔적에 가던 발길을 돌려 담는다. 그때와 지금, 그때의 당신과 지금의 나, 과연 스쳐가는 다시 만난 인연이란. 묵묵히 다시 걸음을 재촉한다. 내리막길이 급하다.

 

 

https://www.magisto.com/int/album/video/MDl8QFhPEEN-KisPYnZLB38?l=vsm&o=a&c=e

 

탄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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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왔구나 하는 때 여인상이 보인다. 잠시 들른 화장실에서 엉뚱한 상상을 했기 때문일까? 걸을수록 가까워지는 여인상의 자태에 빛에 산란된 몸매에 넋을 잃어간다. 어쩜 그럴까? 홀로 출발한 길에서 뜻하지 않은 반가운 청솔모를 마주하고 돌고돌아 내려간 커다란 공원에서 여럿 사람들과 스치고, 다시 오른 계단에서 내려가는 이와 스친다. 다시 내려갔다가 오른 길에서 여인상이라! 나른함, 가슴뜀, 반가움, 넋나감, 인연, 우연, 생각은 가족에게 머물기도 하고 주변 환경에 녹아들기도 한다.

 


주저앉아 나를 담는다.
그리고 얼만큼 걸었는지 살핀다. 삶 또한 이와 같으리라. 가자.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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