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LIFE’
(47번째 생일을 축하하며)
왜 이리 가슴이 미어터지는 지, 잔잔한 가운데 감상에 젖게 만든다. 사실 이 드라마는 암으로 아내를 떠나보낸 남자의 이야기일 뿐. 배불뚝이에 거친 말투, 잘난 체 하는 말이 재수없어 보이는 모습조차 나와 닮아 보이기 때문일까? 진실된 양 어느 순간에도 진실을 좇는 냉냉한 말투조차 비슷하다.
무덤 앞에서 만난 여사, 48년과 불과 24년의 차이라는 말. 남편을 함께 보낸 48년과 아내와 함께 보낸 24년의 시간을 그 둘은 무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나라면...?
그리고, 당신이라면...?
혹은, 장모님이라면...? 하고 드는 생각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3화까지 내리 쉼없이 돌아간다.
4화초반. 왜 이렇게 슬프고 그냥 공감이 되는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장면 장면이 슬픈데 아픈데 그래도 보기 좋더라. 그래서 당신에 대한 내 마음을 한꺼풀 펼쳐보인다.
당신은 사랑스러워
욕심쟁이고
원칙주의자이며
예의중시자임에도
분수껏
도리랑
적당히 할 줄 안다.
당신은 사랑스러워
내게 한없는 기쁨이고
행운이며
행복과 삶의 원천이요
이유가 된다.
당신은 사랑스러워
한 아이의 엄마가 되더니
어느 새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그 전에는 나만의 여인이었으며
앞으로 곧 나와 줄곳 함께 하겠지 싶다.
당신은 사랑스러워
투정하는 내내
질투하거나
따라하는 모습조차
나를 아이랑 같이 편먹고 놀릴 때의
그 눈망울과 보조개란.
당신은 사랑스러워
재미없는 내 얘기에도 들어주고
재미없어하는 당신얘기에 귀뚱거려도 잘도 참고
계속 종종 얘기한다.
당신은 사랑스러워
내 고민을 말해도 때론 거들떠도 안 본다.
당신은 사랑스러워
내 사랑이 나만 바라봐 하는 반쪽 바람일망정
끊이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한다.
“여보, 아침에 키스 잊었더라?”
“여보, 산책 갈까?”
“여보, 예티와 해나에게 밥 좀 그만 줘.”
여보, 여보..
잘 맞지않는데 묘한데서 의기투합 한다.
차가 없는 거리를 무단으로 건넌다.
아침 7시에 마지못해 일어났어도 오늘하루가 참 길다며 긍정을 표한다.
아이들이... 하는 걱정에 스탑 이라고 하면 꿀꺽 삼킬줄도 안다.
부쩍 나온 배를 보면 내 배를 떠올린다.
다 해진 바지를 버릴까? 묻는 당신이 사랑스럽다.
내게 과분한, 헌신적이면서 매몰차고 냉냉한 내 태도에 아랑곳 않고 유튜브를 즐겨 본다.
아낌없는 사랑, AFTER LIFE는 그렇게 내게 당신이 있을 때 잘해 라는 말로 들어온다. 고맙고 고마워. 함께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 더 더 긴 긴 시간을 산책과 대화를 나누며 술이 무르익어갈수록 밤은 가지 않도록 잡아채며 살자.
여보,
생일 축하해.
사실 이런 메시지를 목적한 바는 아닌데
보고싶다 라는 내용이 내가 나를 위하는 글이 아닌가 라는 스님말씀이 들리더라구. 그래서 당신에게 당신을 향한 마음으로 돌려보자구 풀어놓은 글이 축하메시지가 되었군, 그래.
5화를 넘어가는 지금,
난 외롭지 않아.
난 슬프지 않아.
난 괴롭지 않아.
이제 어지러움도 많이 사라졌고
마치 큰 고비처럼 지난 시간도 낙엽처럼 여겨지고
당신과 산책한 그 시간들이 더 많이 떠올라.
반성했다.
예티의 떠는 손을 보고 자책했다.
한 컵을 마셔도 내 행동이 정당하지 않더라.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다 큰 아이가 고집 피운 것일 뿐
바뀐 게 없더라
자신있어 한 내 정당성이 짓밟히기라도 하듯이
고집 피운 시간들이
결국 내게 말하더라.
함께 있어 좋다면
그냥 있는 그대로 봐주라고
내 잣대나 내 신념은 그것과 하등 관계없다고.
아이는 아이라고
오길, 극복하길, 알아주길 기대한 건 너라고.
같지 않은,
그래서 다른 잣대로 살자고 했다면
그렇게 하라고.
눈물이 많은 당신을 닮아가고 있고
닮은 모습을 볼 때면
비록 배가 나왔고
눈가에 주름이 졌고
해진 옷을 뒤늦게 알아차렸다고 하더라도
막걸리 2병을 나눠 마시며 기분 좋게 취한다.
산책이 좋은 이유는,
당신과 함께 이기 때문이다.
다 컸다는 아이들과
덜 자란 아이들을 꼬셔서 산책 가자.
시립도서관 뒤편 산도 좋고
공원도 좋고
밤이 좋을지도
목줄을 풀어내려면.
이 마음이 다 하도록
당신을 사랑하고 사랑할께.
202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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