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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기쁨에서 우러난 새벽 산책길

by 큰바위얼굴. 2022. 11. 1.



어쩌면 어제와 다르지 않은, 그렇지만 다르게 풀어본 말
https://youtu.be/rUsLk5pD8LA


보폭을 크게 해.

보폭을 크게 해 봐.

하나 둘 하나 둘. 그것 만으로도 살짝 달라지는 걸 느낄 걸.

하나 둘 하나 둘. 기지개를 켜고 목을 돌리고 앉았다 일어나고 몸에 힘을 불어 넣어야지. 두팔을 하늘로 뻗고 크게 기지개를 켜봐. 뚱따 따따 뚱따 뚱따 따따 뚱따 뚱뚱 두루 뚱따 뚱다 뚱뚱 따따 뚱뚱 땄따 똥 뚱 따따 똥.

(노래) 낙엽이 떨어지는 거리에서 난 그렇게 걸었네. 걷고 있다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솔질하는 그를 보며, 어슬렁 거리는 그를 떠올리는데 어느 새 깨끗해진 낙엽이 몇 장만 떨어져 있는 길을 걷는다네. 뿡 뿡 뿡 빠 빠 뿡 뿡 뿡 빠 빠

오늘은 달라질 거라 기대하고, 오늘은 다를 거야. 다를 거야 마음을 먹고, 뛰어가려는 해나와 예티의 목줄을 잡고.

"바람이 시원하지? 시원해? 좋아? 달려? 뛰어? 진짜? 뛰어? 잠깐? 좋아? 가자. "

뚱 따따 뚱 따 따 뚱 따 뚱 따 뚱 따 (훅 훅 달리는 소리)

빠라람 빰빰 빠라라 빰 빠바 빠바 빠라람

"들려? 시냇물 소리. 좀 더 달려? 그래?"

(훅 훅 달리는 소리)

징검다리. 아이, 이쪽으로 건너면 지렁이가 많을 텐데.

"이리와. 가자."

그래서 달린다. 환희. 스치는 바람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주저앉았다, 해나가. 반갑지. 오늘 따라. 다시 주저앉았다. 잠시 쉬니 힘이 붙는다. 앉았다 일어났다 무릎을 굽혀다 올렸다 그리고 해나가 일어나 출발하니 줄을 짧게 잡고 계속 간다. 반복의 묘미. 반복이란 건 이런 맛일까? 매일같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어둑어둑한 거리 조명이 환하게 빛을 발하는 거리. 지나가는 이 한 둘 정도 외에 나와 해나와 예티. 걸어가는데 옷에 스치는 소리 그리고 발자국 소리, 졸졸졸 시냇물 소리. 어제와 다른 길이 아님에도 그건 장소적 의미가 있을 뿐, 수없이 많은 변화가 일어나 있다. 어제와 같은 물이 흐르지 아니하고 어제와 같지 아니한 내가 이 자리에 있고, 비슷하지만 어딘지 모를 다른 우리가 서로 이 자리에 만났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본능일까? 어느새 잔잔해진 시냇물. 멀리서 날아온 천둥오리도 오늘따라 보이지 않는다. 뚜벅 뚜벅.

문득 어젠 영화 감독에 대한 심정을 이야기 했다면 오늘은 책을 읽어주는 남자. 내가 이렇게 해도 독백을 이어가는 이유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잠에 들 때 그 이야기에 빠져서 잠이 솔솔 오길 바라는 마음. 어쩌면 첫 번째 고객은 치형이? 글이 주는 짜임새 있는 쌈빡함. 글은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이리저리 맛있고 맛깔나게 눈에 쏙 들게 그리고 심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그 맛의 양념을 추가한다. 자, 그런 쪽에서 볼 때 이 독백이라는 거, 귀에 들리는 소리라는 거, 깜깜한 화면에 소리를 듣는 거, 화면을 보지 않아도 좋은, 그래서 덜 피곤해지는, 그냥 두 눈을 감고 이야기에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뭐?" 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쉬이 넘겨도 좋은, 상상을 해봐.

아침에 일어나,

(달리는 소리) 수많은 상념들이 떠올랐다가 명멸하듯 사라진다고 해도 그냥 내버려둬. 그리고 뛰어. 어차피 멀리 갈리는 없고 다시 떠올리기 마련이야. See U.


귀가길 똥봉투를 들고서


자 좋다. 좋다. 좋아. 어느 새 낙엽이 지워진 거리, 컹 컹 울렸던 (운동기구가 있는) 자리. 그리고 다시 멈춰선 해나.

"해나, 왜? 왜? 뭐, 경계하는 거야?"

컹 컹 컹. (운동기구 소리가) 울렸으면 좋았을 것을. 씨익 씨익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 소리. 그리고 어슬렁 다가오는 그. 오늘은 인사를 건냈다. 왠지 웃으면서 다가오는 듯. 다가오는 순간 녹음어플을 멈췄다는 게 아쉬울 만큼 "안녕하세요". 그랬더니, "예쁘죠?" 아이들 칭찬을 한다. 그래서 나는 "열심히 하시네요." 라고 응해주었다.

어둑어둑 어느 정도 거의 감춰지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걷는 소리와 낙엽을 밟히고 쓸리는 소리. "헤이, 해나. 결국은 또 물었어? 버리고 갔던 거야, 이거. 일루 와. 입 벌려, 벌려. 으이그, 똑똑하다고 봐야 될지 아이고."

갔다 오면 어느새 그 자리에서 다시 물어든다. 그래서 해나랑 다닐 때는 뭘 물었든 빨았든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올 때 주의해야 한다. 깜빡하는 순간 다시 물어든 해나를 마주한다. 낙엽 쓸리는 소리, 좋지 않나? 좋아. 목줄에 낙엽이 쓸리고 발에 낙엽이 밟히고 예티가 해나가 걸어가는 걸음마다 낙엽이 쓸리는 소리, 좋다.

이제 거리에 올라서 보니, 자동차 소리. 매연을 생각하면 코를 막게 되겠지만, 그 소리로만 본다면 얼마나 정겨운가. 낙엽 소리를 더 들어보자. (하하하) "해나, 이쪽에 또 있었어, 이거?" 아이고 휴지를 또 물어든 해나.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걷는 해나. 참으로 참으로 예쁘다. 자 잠시 쉬어 가자. 그래 여기 담배? 먹지마, 담배는 먹지 말고 내려와. 앉어. See U.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


다음날 새벽, 어제 기쁨에 우러난 소리에 이어 환희로 가득찬 말로 풀어낸다. https://youtu.be/bcjkM169viY

와우 정말 창피하다. 응? 오늘도 나와 있을까? 낙엽을 쓸어내는 그, 어슬렁 거리는 그, 자전거를 끌고 가는 그, 함께 달리는 부부, 새벽에 만나는 그들. 참으로 반갑다. 비지 않기를 바라며, 자 이제 스타팅 포인트를 내려간다.

와~ 낙엽 냄새가 진동한다. 텁텁한데 시원한 공기가 섞여서 냄새가 좋다. 이제서야 하천변 냇가로 내려왔고, 오늘은 기분 좋은 시작이다. 해나가 멈추는 거 빼고. 해나가 4시 20분인가 침대 위에서 짖었고 찾아보니 영록이 방 침대 위에 있었고, 내려놓으니 그나마 거실 소파에 올라가 앉았다. 잠이 깬 부부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었고, 해나 덕분이다.

자, 언제나 살짝 적셔오는, 밤 하늘에 별이 보이는, 몇 몇 가구에 불이 들어와 있고 아직 닿지 않아서 일까. 시냇물 소리는 살짝 들려오는 듯한 이 거리. 저 멀리 뭔가 툭툭 거리는 소리,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 또다른 반가운 만남이려나. 달려오고 있다. 헉 헉 헉 대며 종종 걸음으로 뛰어온 그, 내 기억엔 있다. 새벽에 만나는 사람들, 마주하는 것이 전부 일지언정 그래도 안녕을 빌어주는 마음. 켜켜이 쌓이고 쌓여 이 새벽의 기운 만큼 몸에 흡수하여 건강해지기를, 그 간절한 바람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 나아갈 목표, 터닝포인트가 있고 오늘은 늦은 시작. 멈칫거리는 해나. 그럼에도 지금 내 옆에 소리가 들린다. 명랑 맹랑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유독 쾌활하게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명랑 그러면 치형이고, 맹랑 그러면 영탁인가? 둘을 섞어 놓은 것이 영록이련가. 잔잔한 물결 소리를 이제 힘찬 물에 흐른, 내리 흐르는 소리 보다 잔잔하게 있는 듯 없는 듯 흘러가며, 전등 빛에 반사된 그 물결의 모양이 파문이 되어 내 마음속으로 옮겨온다. '세종 포스트'라는 건물 꼭대기에 붙여진 간판이 밤하늘을 새기고 있고, 듬성듬성 별빛이 내 앞 멀리 하늘에 떠 있는 지금의 거리. 다리가 하나 나왔고 그 다리 멀리 어슬렁거리는 그가 다가온다. 아마도 오늘은 좀 더 반가운 인사를 건내지 않을까? 웃으면서 아이들에게도 당부하면서 예티와 해나를 내 곁으로 붙인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좋아하는 것 좀 봐. 아이고 하하, 좋아하는 것 좀 봐. 나도 개 두 마리가 딸네 가 있어요. 첫마을에 사는데, 그런데 너무 이뻐요."

"왜, 안 키우시고요?"

"아니, 하나 달래니까 안 줘요."

"가족이라고 (아이고)."

"근데 운동 잘하시네, 같이. 저 이뻐하는 지는 알아요. 이렇게."

"그러니까요? 알아보더라고요. 아이구, 고맙습니다."

"너무 이뻐요."

"이렇게 뵈니까 좋네요. 아침마다."

"잘 갔다 와."

반가운 인사의 해프닝, 이벤트, 썸띵. 어쩌면 이런 희곡이 있을까? 마치 짜여진 만남이라 하더라도 그 기쁨이 충만한 어찌 기다리고 기대하고 다시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만큼 해나와 예티 또한 즐겨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어서 그런 걸까. 내 마음 한 켠 사람들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그러워진 마음이 혹은 그렇게나 그렇게나 다짐했던,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마음, 그 마음이 다시금 다시금 이어져 새벽에 만난 그들 그 마음 그대로 순수하게 다가가고 바라보는 것일까? 징검다리를 건너고 이제 뛸 준비를 한다.

"준비됐어, 해나? 예티? 좋아? 그래? 뛰어?" See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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