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일곱 아닌 여덟이다.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시작점

관심 갖던 것에서 멀어지더라. (음성 듣기) https://youtu.be/-9_Ol0UdYFQ

잠을 뒤척인 듯하고, 일찍 잠에 들었기 때문인지 몸, 체력, 활력은 충분히 올라온 거 같고, 다만 눈을 뜰 땐 일어나기 싫었다는 정도. 그럼에도 일어났고, 주섬주섬 옷을 입었고, 기대하는 거지.

밖으로 나갔을 때, 보여질 이 상쾌함.

어제와 달리, 다른 모습을 담고 싶어진다. 어둠에,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어쩌면 또한 그 자리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속할 텐데, 빛이 만들어낸 모습이 발길을 잠깐 잠깐씩 잡아끈다. 생각 만큼 춥진 않다. 그래서 좋은 점은 아이들 옷을 입히지 않아도 되는 것. 옷을 입히지 않아서 겨드랑이나 머리카락, 뒷덜미 쪽에, 특히 털이 엉키는 걸 방지할 수 있다는 것. 엉킨 털을 풀 때 아이들이 아파하는 걸 보지 않게 된다는 것. 그러니까 옷을 입히기 싫어지는 것이고, 그러니까 춥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지.

불빛에 멈추어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그러니까 그렇게나 눈이, 비가 오는 걸 좋아하는 나 임에도 , 아침에 눈을 떠서 베란다에 옷을 걸어놓고, 기운을, 날씨를 확인할 때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연결돼 있는 거겠지.

마음을 느긋하게 조급하게 뛰지 않는 것. 그렇다고 멈춰 있진 않고, 가로등이 삐죽이 나와있는 불빛. 다리 밑을 주로 찍어왔다면 오늘은 또, 왜? 저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이 다리 밑 보다는 다리 위를, 자꾸 고개를 들게 되고, 오리를 찾기보다는 다른 무엇을 더 찾아 헤매는 눈길. 느긋하게 걷는 안개가 쌓인, 안개가 덮인, 안개로 둘러싸인, 안개가 뿌옇게 덮고 있는 가득 찬, 어떻게 표현할까마는, 신비롭다, 축축하다, 그 시각. 걷고 있다.

저만치 멀리 빛이 만들어낸, 나무 한 그루의 몽환적인 자태에 잠시 눈길이 머문다.

혼자다.

아니, 아이들이 있으니 혼자는 아니지.

목줄을 놓았다. 혼자다.

영록이는 LoL에 또 밤을 세운 듯하고, 영탁이는 널브러져 있고, 고깃집 알바에 이리저리 힘이 든가 보다. 치형이는 싱크로 나이징을 하는 건지, 한껏 몸을 활처럼 궁처럼 몸을 한껏 꺾어서 이불을 둘둘 말아 자고, 서희는 다소곳이 누워 있다.

그래 좋을까? "그래 좋아?"

우선, 달려봐야 될 거 같은데, 자 가자.

나무로 된 다리를 보수 중이다.

괴념치 않는다.

목줄을 놓고 걷는다. 달린다. 따라오겠지.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참지 못하고 고개를 뒤로 돌린다.

달려오는 아이들의 모습에 반가움이 물씬. 아마도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졌을 때의 그 불안과 두려움이 우리에게 연결돼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나무 한 그루와 빛이 만든 모습을

어쩌면 목줄을 놓는다, 놓지 않는다가 크게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반대로, 큰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

끈끈하다, 정이 들었다, 연결되어 있다 라고 한다면, 목줄이 가진 의미는 경계, 주의, 관심, 범위, 복종, 혹은 복속, 한계.

그 반대로 본다면, 안정, 자유, 허용, 평화.

목줄에 메인 목줄로 연결된, 별반 다르지 않다.

"오랜만입니다."

"얘들이 날이 폭해져서 나왔구나. 세상에 이뻐라. 어제 김장 하러 갔는데 우리 딸네 애들이 꼭 똑같아요. 두 마리가. 그래서 아유, 내가 아침에 운동하는데 그랬더니, 첫마을에서 엄마 얼마나 이쁠까? 아저씨는 이뻐하시더라 그랬더니, 복 받을라 그래. 너무 이뻐요.

"어떻게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셨어요?"

"김장하고, 저기 딸내미가 여기 3남매가 다 서울, 여기 또 세종시에 살아요."

"아아, 여기만 안 나온거시지."

"네. 여기만 안 나왔는데, 날이 새벽이 안 떠서 한 열한 시쯤 한 번 나오는 거에요. 아유, 날이 추우면 데리고 나오지 마세요. 안녕히 가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반가움이 훨씬 풍겨나는 인사와 대화들. 반가움의 표현. 거기엔 목줄의 의미는 없다.

살고 살다 보면 스쳐 지나가는 그러다가 만나게 되니 만나고 헤어짐이 반복되는, 연속되는 삶이 한마디 한마디 끊어진, 그런 것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왠지 걱정이 앞선다. 날은 푹한데 솔질하던 그. 쪼그리고 앉아 술질하던 그가 나타나지 않는다.

안개와 빛이 만든 거리를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조금 더 다가가서 가로등 불빛이 만든 거리의 모습을 담고자 한다.

목적을 갖는 순간,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골치가 아파진다.

허락된 자유 안에서, 목줄로 연결된 세상에서, 목줄을 놓아버리고 싶은, 끈끈하든 끈끈하지 않든 간에 신경을 쓰는 순간 그 안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한 후,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을 하는 것처럼 기꺼이 목을 내밀어 목줄이 체이길 기대하고 사는 것처럼 무료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안개로 덮인 뿌연 세상을 담고자 몇 번인가 계속 쪼그리고 앉는다.

어느 것 하나 딱히 떨어지는 정답은 없지.

내 모습이 투영된 홀로그램 https://youtu.be/KNZpGXBq1RI이라고 물리학자들이 말한, 왠지 그럴듯한 하나를 얻고 하나를 내놓았다 라는 블랙홀. 하나가 지닌 정보가 사라진 만큼 블랙홀에서 튕겨 나온 그건 파장일 뿐 의미를 잃었다 라는 복사에너지.

 

예의. 그래야 할 거 같은 격식을 차리는 마스크를 차고, 걱정이 가득한 그의 소리가 여전히 여운으로 남는다.

엘리베이터를 타도 불쑥 들어오는 해나와 달리 예티는 한참을 머뭇거리고 경계를 확인하고 넘어온다.

성격. 우리 흔히 성격 탓이라고 하고, 지금 내 모습을, 내가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혹자는 성격.

"2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See U. 

태양 불빛인 마냥, 오르막에 쪼그리고 앉아 바라본다.

 

일곱 아닌 여덟인 이유는,

나와 해나, 예티... 셋

자전거 끌고가는 그와 부부, 그리고 어슬렁 다가와 반갑게 인사한 그... 넷.

그리고, 차로로 올라올 때 내려오던 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