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양/세상보기

(환희) 너울너울 춤사위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by 큰바위얼굴. 2022. 11. 25.

너울너울 춤사위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음성 듣기) https://youtu.be/LiR8EwoT5xQ



어제 그리고 오늘. 하천변을 거닐고 있고, 달라진 건 해나가 나오지 않은 것. 상실감, 허전함, 어색함, 사뭇 다른 느낌.

불빛 하나하나, 길을 가면서 마주하게 되는 광경을 기꺼이 남기고, 어떤 마음이 예티와 함께 가고 있는 지금, 당혹스럽다.

"예티, 좋아? 예티. 예티."
돌아보질 않는다.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몸을 눕혀 배를 까고, 만져주면 굉장히 좋아하는 그 모습이, 현관을 나설 때 따라와서 같이 가자는 어떤 몸짓이, 오질않아 불렀더니 해나가 먼저 와서는 목줄을 메고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갈 때 모습에 "야,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이렇게 표현하는 걸.

조금은 쌀쌀한 싸늘해진 새벽. 안개는 없다고 봐도 되는, 서늘하면서 조금 더 뚜렷한 지금 상황. 춥다, 싸늘하다. 차갑다, 손이 시렵다, 목줄을 잡고 있다, 없는 자리를 생각한다, 가슴에 울린다, 바란다, 계속 걸어간다, 누군가 옆에 있음을 감사히 여긴다.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귀에 울리는 발자국 소리에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목줄, 똥봉투, 그리고 핸드폰. 손이 좀 시렵다.

오늘은 눈을 뜨기가 싫더라. 어제 축구를 봐서 그런지 한국과 우루과이의 경기. 팽팽하게 맞서는 경기. 짜임새 있게 돌아가는 플레이. 모순. 창과 방패. 잘하드라. 빈 틈을 찾는 노력. 누군가 하나의 실수를 기다리는 시간, 혹은 월등히 자라는 영웅 탄생을 기대하는.

징검다리를 건너고. "뛸까? 좋아? 그래 그래 가자." 뛴다.

계단에 앉아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가 오리의 몸짓에 깨어난다.


시냇물 소리에 이끌려 잠시 계단에 앉으니 불빛에 반사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멍하니 있는다. 그런데 멍한 세계 속에 움직임이 있어서 멍함으로부터 깨어난다. 자세히 보니 돌이 아니고 오리였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시냇물 소리에 이끌려 주저앉았고 멍해지고, 멍해진 것이 다시 오리 움직임에 깨어지네. 내 일어나는 기척 소리에 두 마리 오리가 날아오르고, 그에 놀란 예티가 쫓아가려고 목줄을 당기지. 일련의 일들이 지극히 자연스럽지.

띠리링 띵 띵~

이제 돌아갈 시간을 알려준다. 눈을 뜨기 싫었고 눈을 떴고, 옷을 주섬주섬 입었고 물을 한 컵 마시고, 체비를 하고, 해나는 다시 돌아 들어가고, 옷을 입혀주니 그렇게 좋아하던 예티와 밖으로 나오고. 추워서 그랬을까? 되돌아 들어간 해나가 생각나는데, 함께 나와서 코를 킁킁거리기 바쁜 예티를 바라보는, 정체를 안다. 정체? 0과 1로 구분되는 움직임을 계산해 내면 마치 그럴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끊임없이 오류를 메꿔야 하는 그 움직임조차, 톰소여는 어느 날 모험을 떠났고 여행을 시작하였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으면서 경험을 축적한 톰소여는 나름의 역할을 해냈고 뜨거운 가슴을 안고 고향에 돌아와 알콩달콩 살았다.

탐색을 하는 이유는 호기심, 근원에 대한 다가감, 오리를 담고자 했는데 그나마 전등빛에 잘 나타난 오리의 모습을 스쳐지나가면서 눈으로 바라봤고, 카메라에 담으려는 순간의 오차. 음영과 음양. 정보에 지나지 않았다. 시그널, 신호, 싸인, 이름, 명명된 어떠한 것, 움직임, 나, 우리, 관계, 바라보는 것, 듣는 것, 나타내는 것, 어느 것 하나 아마도 지긋한 경지의 이름, 만류귀종이라고 칭했던, 어느 누군가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그 멍함이 지고지순한 어떠한 경지가 별반 다르지 않음이라, 같은 것이구나, 만물을, 세상을, 살아감을, 바라봄을, 느낌을, 감정을, 다 나의 언어구나. 만일, 유희가 언어를 나타낸 표현에 불과하다면, 언어는 유희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어느 덧 피어난 세상의 모든 것들, 유희라는 하나의 기준점이 없다면 나열에 불과한, 걷는데 의미 없는, 뛰는데 땀이 나지 않는, 생각하고 궁리하는데 왜 그런지조차 모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쓸모없는 몸짓. 너울너울 고아한 승무의 춤사위가 떠오른다.

"예티, 좋아? 수고가 많네."

어느 하나의 관계가 관심, 의미, 부여, 호감, 정, 다가감, 연결, 멋적은 미소, 어색함, 당혹스러움, 아련함, 그리움, 서운함, 흥겨움, 기쁨, 즐거움, 재미, 함께 함, 기대, 충족.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니 흥겨움이 남는다.

멍하니 시냇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빠져드는 그 적막을, 무심코 보고 있었던 오리 움직임에 깨어난 것처럼, 너울너울 춤사위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See U. 성호.

음악분수대에서

'수양 > 세상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때론 그냥 달려도 좋다  (2) 2022.11.28
이념이 아닌 국익과 실리의 시대  (2) 2022.11.26
관심, 일곱 아닌 여덟이다.  (0) 2022.11.23
구색, 일곱이 되었다.  (0) 2022.11.22
사진으로 말한다  (0) 2022.11.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