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나의 이야기

오늘의 여정, "그래서 우리는 왜 울었나"

by 큰바위얼굴. 2025. 4. 28.

커피향 속 편안한 음악 #8  https://www.youtube.com/watch?v=m5lSLjIlaic

.

 

20250428_072344.jpg
3.14MB



그래서 우리는 왜 울었나 : 『폭삭 속았수다』와 『국제시장』 비교    https://meatmarketing.tistory.com/8616

"굴레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https://meatmarketing.tistory.com/8623

 

5월 7일, 우리의 은혼식이 다가온다. 결혼 25주년.
우리는 공방에 가서 함께 그릇을 만들기로 했다.
스테이크를 먹고, 배드민턴을 치며 땀을 흘리고, 그동안 쌓아온 사진들을 꺼내어 추억을 나누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마음이 유난히 잔잔하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음악 소리가 잔잔한 물결처럼 귀를 간질인다.
날이 부쩍 푹해진 탓일까. 아니면, 살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무언가 덕분일까.

문득 양관식이 떠오른다. 그는 잘 살았을까?
아니, 잘 살고 못 살고를 떠나, 그렇게 '살아낸' 것이 삶이 아닐까.
치기어린 풋사랑이 서툴게 시작되어,
시간의 비바람을 맞으며 가장으로서 살아낸 이야기들.

집을 팔아 큰딸을 일본 유학 보내고,
배를 팔아 사고 친 아들의 뒷수습을 했던,
억척스럽고 절절했던 시간들.
때마침 인수한 식당이 잘 풀려서 한숨 돌릴 수 있었던, 영화처럼 운 좋았던 순간들도.

그렇게 살아냈다.
우리 부모님의 거칠고 따뜻했던 손등처럼,
우리는 삶이라는 굴레를 덧입으며 걸어왔다.

굴레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

가끔은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돌고 돌아, 결국 이 굴레가 우리를 지탱해 주었다.

사는 동안 수없이 엇갈리고 부딪혔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더 또렷이 깨닫는다.

사는 건 결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해내고 싶은 것"이었음을.
억지로 짊어진 짐이 아니라,
같이 버텨 낸 무게였음을.

조금은 느슨하게, 조금은 단단하게,
서로의 삶을 맞춰가며 살아낸 25년.

그리고 앞으로도,
잔잔한 물결처럼, 굴곡지면서도 따뜻하게,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잘 살았어."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아."

함께 만든 그릇 위에,
우리 삶의 온기가 오래오래 남기를 바라며. 김성호.

 

20250428_072350.jpg
2.43MB


소방서 가는 길  https://meatmarketing.tistory.com/8617

민턴의 하루, 셔틀콕 커플즈의 4월 이야기  https://meatmarketing.tistory.com/861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