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우리가족 이야기

기억보다 오래 남는 것

by 아리빛 하나 2026. 3. 8.


무슨 얘기를 그렇게 열띠게 했는지,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현미네 집에 모였다. 현미·종원 부부, 경래, 보영, 지숙, 나와 서희. 과메기와 오뎅탕, 서희가 준비한 샐러드까지. 먹는 것보다 말이 더 많은 밤이었다. 인턴 얘기, 서로에게 미뤄뒀던 이야기들, 현미의 돌발 행동 뒤에 숨어 있던 진심. 청명 소주에 오곡소주, 소주 다섯 병에 맥주까지. 도수가 높을수록 속은 낮아졌다. 탈탈 털리듯 저마다의 이야기가 쏟아졌다.


보영과 경래가 먼저 일어섰고, 지숙도 기다리다 나갔다. 나는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럼 먼저 가든가, 라는 말에 벌떡 일어났다. 아내도 뒤따라 들어왔고, 그렇게 밤이 끝났다.



다음 날 아침, 몸은 무거웠지만 일상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치형이 배드민턴 레슨, 15분 만에 도착한 25분 거리, 닭죽 한 그릇과 커피 한 잔. 전날 밤의 과함이 아침의 소소함 위에 조용히 내려앉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오간 말들은 흐릿해졌다. 그러나 그 자리의 온도, 서로를 향한 눈빛, 속을 털어냈을 때의 홀가분함은 또렷하게 남아 있다. 기억보다 감각이 오래 간다는 걸, 그날 밤이 다시 한번 알려줬다. 귀한 시간이었다. 김성호.

'일기 > 우리가족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어 파티 초대  (0) 2026.03.14
고기 고기  (0) 2026.03.11
카페에서  (0) 2026.03.07
쫄보 예티의 산책길, 엠브릿지  (0) 2026.03.07
어제, 그리고 아침  (0) 2026.03.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