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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어제, 그리고 아침

by 아리빛 하나 2026. 3. 4.

어제 점심, 아내 서희와 둘째 영탁이는 내가 추천한 이태리 식당에서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오후 늦게까지 배가 부르다며 "아빠는 저녁 어때요?"라고 묻는 아이의 목소리에 "난 배고프지"라고 농담 섞인 대답을 건넸다. 막내 치형이가 학원 가기 전 일찍 저녁을 먹어야 했던 터라, 조금 서둘러 식사 자리를 준비했다.

 

 

사실 아침부터 아내에게 "오늘은 데이트하자"며 외식을 청해두었었다. 퇴근길에도, 집에 도착해서도 은근히 그 약속을 상기시켰지만, 정작 두 사람은 점심의 포만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여민전 충전을 놓쳐 속상하다는 아내의 아쉬움과 잦은 외식을 줄여야 한다는 현실적인 고민 끝에 메뉴는 '양꼬치'로 기우는 듯하더니, 결국 "오늘은 그냥 집에서 먹자"는 나의 권유로 평범한 집밥 식탁이 차려졌다.

식탁 위에 오른 것은 순대와 묵, 그리고 향긋한 미나리전이었다. 거창한 이태리 요리나 기름진 양꼬치는 아니었지만, 시원한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이니 그 소박한 맛이 오히려 깊게 감돌았다. 계획했던 화려한 외식보다 익숙한 거실에서 나누는 이 담백한 시간이 우리 가족에게는 더 잘 어울리는 옷이었을지도 모른다.

포만감에 다시금 화투 판이 열렸는데, 오늘도 싹 다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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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족스러운 밤을 보내고 맞이한 오늘 아침. 강아지 해나와 예티를 데리고 산책길에 나섰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세상 모든 풍경이 생경하고 낯설게만 느껴져 마음이 일렁였는데, 오늘 발끝에 닿는 공기는 사뭇 다르다. 낯설음이 물러난 자리에는 기분 좋은 상쾌함과 새로움이 차올랐다.

어제의 소박한 식사가 준 안온함 덕분일까. 익숙한 산책로가 오늘따라 유독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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