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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서희 이야기

(벚꽃) 만개하지 않아도

by 아리빛 하나 2026. 4. 2.

"여보, 벚꽃 구경 갈까?"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나서며 물었다. 피곤하면 가지 않아도 괜찮다고 덧붙였지만, 그건 선택이 아니었다. 가능하면 가고 싶다는 간절한 표현이었다.

그래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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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홈플러스 인근 벚꽃 길. 여러 차례 함께 온 곳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들어갔다. 꽃 내음이 났다. 번짐 현상을 피하려 애쓰며 셔터를 눌렀다.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다.



저 멀리 보름달이 떠 있었다. 담고 싶었다.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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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아직 만개하지 않았다. 아쉬웠다. 그래도 괜찮았다. 짧은 꽃길 산책을 뒤로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지코바를 시켜놓고 소맥을 마셨다. 김성호.


.


만개하지 않아도

벚꽃은 아직 덜 피어 있었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꽃을 품은 채 조금만 더, 조금만 더를 되뇌는 것 같았고, 우리는 그 사이를 걸었다. 서두르지 않고, 딱히 목적지도 없이. 손을 잡으면 손이 거기 있다는 게 느껴지고, 팔짱을 끼면 어깨가 닿아 있다는 게 느껴지는, 그런 걸음이었다.

"올해는 좀 늦나봐."

토요일 비가 올거라는 일기 예보를 듣고 벚꽃 잎이 다 떨어질 새라 서둘렀던 감이 있긴 했다. 목요일 저녁이었으니.

누가 먼저 말했는지도 모른다. 꽃보다 서로를 더 자주 바라보며, 오는 길에 있었던 일, 요즘 마음에 걸리는 것들, 별것 아닌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가지 끝마다 봉오리가 맺혀 있었고, 그것들은 아직 터지지 않은 말처럼 부풀어 있었다.

아쉬웠냐고 하면, 아쉬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아쉬움이 나쁘지 않았다. 만개한 꽃 앞에서는 그저 감탄하고 마는데, 덜 핀 꽃 앞에서는 기다리게 된다. 더 오고 싶어진다. 좀 더 간절해진다. 그 간절함이 오히려 기분을 한 뼘쯤 들어올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리 짧지 않았음에도,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오고 감의 고됨보다, 그 사이에 끼어 있던 짧은 순간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벚꽃은 아직 덜 피어 있었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아니, 어쩌면 덜 피었기 때문에 더 아름다웠는지도 모른다. 꽃이 아니라 기다림이, 기다림이 아니라 함께였던 것이 — 오늘을 오늘답게 만들어줬으니까. 김성호 w/ S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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