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쪽인가, 저쪽인가. 머릿속이 더듬거린다. 익숙한 길과 낯선 길 사이에서 잠깐 당혹스럽다가, 결국 굳이 가지 않았던 쪽을 택한다. 굳이 가지 않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지금 굳이 가고 싶은 이유도 있다. 그 작은 기대감.
왼손에는 두 줄의 줄이 연결돼 있다. 해나와 예티. 아침의 산책길을 걸으며 지나치는 장면들이 자꾸만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모질지 못했다. 혹은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 혹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사실은 — 기준이 지나치게 높았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고, 그럴 수 있는 거고, 그런 관계인 거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들에서도 너무 진지했고, 너무 거창했다. 왜 안 되냐고. 왜 아니냐고.
어쩌면 1년이라는 시간이 내 인생의 기준점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로 인한 반작용 — 부작용이라 하지 말자, 반작용이라 하자 — 은 남다른 행복의 결이기도 했지만, 관계 안에서는 사뭇 다른 마찰을 만들어냈다. 부조리라는 말도 쓰지 말자. 그냥, 사뭇 다른 느낌.
어머니 전화가 왔다. 그냥 내버려뒀다. 그랬더니 알아서 튕겼다. 서로의 기준이 다른 것뿐인데, 자기 기준으로만 상대를 대하면 억울하지. 핀잔은 있어도 칭찬은 없고, 잘못은 보여도 잘한 것은 안 보이는 시각.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다.
안쓰럽기도 하다, 사실은. 서운함이 가시지 않는 걸 보면 단지 돈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대함에 있어서의 바람 같은 것. 그걸 달아놓기엔 또 마음이 짜다.
강아지들이 잔디밭으로 들어간다. 예티는 힘을 주며 당기고, 해나는 풀을 뜯는다. 사료만 먹다가 이 생생한 질감이 좋은 걸까. 양배추를 얹어줬더니 그것만 골라 먹는다. 아내는 핀잔을 준다. 안 먹으면 다음 날 주면 되고, 하루 굶는다고 안 죽는다고. 맞는 말이다. 그래도 나는 한 번, 두 번, 세 번은 권해보게 된다.
아파트 정원을 돌며 생각한다. 배수지는 30~40분, 6생활권 공원길은 차가 없어서 좋고, 하천변은 먼지와 열기가 꺼려진다. 오늘은 유치원 쪽으로 한 바퀴, 10~15분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늦었다고 생각해 밖을 안 나왔는데, 나와보니 오히려 마음이 여유롭다.
그렇다. 시간이 촉박해서 가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기에 여유로운 발걸음이 나와보길 잘했다. 김성호 e/ Sonnet.


원본 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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