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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무엇을할것인가

밤새 뒤척이는 마음을 부여잡다.

by 큰바위얼굴. 2021. 9. 29.

 

2021.9.28.

박수정 의사는 말한다. 중증이라고. 그래서 양압기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코수술조차 호전되어야 가능하다고.

그래서 양압기 상담을 받고 하기로 했다. 기기가 당장 없어서 10.11.에 집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양압기는 레즈메드 에어핏 N20 나잘이다. 자동형.

 

병원을 나선 후 계속 코를 잡고 씨름이다.

들숨과 날숨을 하는데 날숨은 원활한데 들숨에서 숨이 막힌다. 누우면 심해진다. 한쪽이 시원하게 뚫리면 다른 쪽은 막힌다. 계속 신경써서일까? 숨이 가파르고 막막하다. 가슴이 답답하다. 딥 브레쓰...

 

잠을 뒤척인다. 밤새.

 

턱이 뻐근하다. 이를 갈았을까? 이 사이를 열심히 닦았을까? 턱이 뻐근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잠을 자면서 뭔가를 했다는 건데 연 이틀째 턱이 뻐근한 채 잠에서 깬다.

 

오랜만의 출근길. 새벽 5시에 일어났다. 이때 영록이가 들어온다.

 

내 몸은 갈 수록 신호를 보내는데 큰 놈(?)은 방황중이다. 자아완성을 꾀하다가 고꾸라진 형국. 여러 시도를 했고 많이 힘들었단다. 그래서 종종 조언을 하면서 기다리는 중이다. 숨이 가쁘다. 코평수를 넓히고 숨을 깊게 들이 마신다.

 

다르지 않음을. 별거 없음을. 그렇기 때문에 해볼만 하다는 것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원하는 것처럼 얻지 않아도 되고 올라가지 않아도 되며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드는 생각이란 걸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르지 않다. 별거 없다. 왔다가는 인생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눈물이 많아지고 감성이 풍부해진다. 풍부해지려고 숨기지 않으려고 한다. 남자니까. 아빠니까. 이런 핑계를 치우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중이다.

 

맞잡은 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린다. 손 잡는 것이 무어라고. 이다지도 가슴이 미어지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힘내. 넌 잘 할 수 있을꺼야. 하면서 속으로 되뇌인다.

 

미래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는 당연하다. 넌 그래서 뭐 먹고 살래? 하는 말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뭐든 먹고 산다. 누구나. 뭐든 한다. 닥치면. 누구나. 더 좋은 거 더 나은 거는 없다. 그저 받아들이고 만족해 하는 자신만 있을 뿐. 앞날이 불안하다는 건 십중팔구 욕심이 과하거나 과거를 탓하기 때문은 아닐까?

 

불안하니까 준비한다. 그렇다고 준비하면서 현재를 모두 보내버릴 수는 없다. 멍청한 짓이다. 나는 지금을 살고 있는 것이지 다가올 미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만족하다면 미래의 어느 그 시점, 즉 그때 당시의 '현재'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적당해야 한다. 지나치게 몰아세워서도 지나치게 느슨해서도 아니된다. 다만, 어쩌면 이 또한 너무 당연한 생리가 아닐까? 지.나.치.게 몰았다가고 지.나.치.게 느슨해지는 것 또한 큰 흐름 속에서 보면 일말의 일렁임에 불과할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 지나침과 느슨함은 사실 별 차이가 없다. 자기가 느끼거나 받아들이는 것일 뿐.

 

불안한 감정 또한 그러하다. 불안한 건 당연한 거다. 그냥 그런 거다. 숨이 가빠져서 걱정이 한 가득이어도 이 또한 잠을 청할 때는 자면 되고 뛸 때는 뛰면 된다. 그러면 된다. 몰아세울 필요도 그렇다고 느슨하게 포기할 필요도 없다.

 

오고 감이 당연하듯 받아들이는 나이에 도달했나 보다.

아이들의 웃음이, 특히 아내의 만족스런 미소가 그렇게나 다정다감하다.

 

97kg.

 

90kg을 목표로 뛰고 움직이고 숨을 쉬어야 하겠지. 기쁜 마음으로 해볼 요량이다.

과연 양압기를 떼어낼 그 날은 올까?

안경처럼 여기라는데...

 

 

 

  • 연금술사2021.09.30 16:44 신고

    뭐든 밸런스를 맞추는게 중요하면서도 많이 어렵죠.
    그리고 체중감량은 제가 해보니 운동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게 가장 효과가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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