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한다.
체험한다.
모험한다.
~한다.
일한다.
공부한다.
즐거움을 찾는다.
재미를 찾는다.
~한다. 찾는다.
이제는 하다못해 현실이 아닌 가상에서 경험한다. 체험한다. 모험한다. 일한다. 공부한다. 즐거움을 찾는다. 재미를 찾는다.
나아가 현실과 가상이 아닌 꿈에 연결된 세상에서 경험한다. 체험한다. 모험한다. 일한다. 공부한다. 즐거움을 찾는다. 재미를 찾는다.
모두 기록된다.
저장된다.
공유된다.
이어진다.
'기록된다는 의미'에 대하여 찾아보았다.
[Opinion] 기록된다는 것 [문화 전반]
1.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변하는 것은 두렵다. 마음 같아서는 나의 가족, 친구들, 사랑하는 고양이들 모두 지금처럼만 계속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나의 바람과는 참 아이러니하게 변하지 않는 것은 더 두렵다. 변화는 어떤 방향이든 새로운 결과를 가져오지만, 변하지 않는다는 건 계속 한 곳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이니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홀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있는 것만큼 비참한 일도 없다.
다행인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대부분 변한다는 사실이다. 당신도 변하고, 나도 변하고. 하물며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조차 사소한 이벤트에 너무 쉽게 변해버린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렇게 변수로 가득한 삶이 상당히 감사하다. 우리가 만나는 많은 것들이 알고 보면 더 좋아질 수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은 대단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밉상인 친구도, 도대체 일 처리를 왜 저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선배도, 언제 갑자기 개과천선하여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지 모르는 일이다. (물론 그럴 확률은 매우 희박하지만.)
그런데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것 중 변하지 않는게 있다. 바로 ‘기록물’이다. 우리는 모든 사실들이 실시간으로 기록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당장 오늘만 봐도 나는 카페에 다녀오면서 길거리, 건물 내부의 CCTV에 찍혔을 것이다. 건물 출입을 위해 출입안전확인증을 작성하고 카페에 들어갈 때는 QR 코드까지 찍었으니 그 시간 그 장소에 내가 있었다는 ‘기록’이 새로 쓰인 셈이다. 기술이 발전한 덕택에 한 번 남겨진 기록은 웬만하면 쉽게 지울 수도 없다. 앞선 내용과는 상반되지만 어쩌면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변하지 않는 것들로 만들어진 날 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은 변하지 않는 것,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다/나쁘다, 찬성한다/반대한다 식의 이분법적인 의견 제시가 아니라, 모든 게 끊임없이 기록되는 시대에서 ‘기록된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사색하는 시간을 전함에 그 목적을 둔다.
2. 기록하는 나와, 기록되는 우리
아주 오래 전 동굴에 새겨진 한 벽화에서 시작된 기록의 역사는 오늘날에 이르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채워져 가는 중이다. 간단한 그림부터 글, 사진, 영상, 녹음파일 등… 모든 것은 기록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기록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기록되는 내용도 다채로운데 이 글에서는 날씨 등의 과학적 데이터나 단순한 역사적 사실과 같은 정보에 대한 기록물이 아닌 각 ‘개인’에 대한 기록을 다룬다. 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기록 말이다. 우리는 자주 기록하고, 기록된다.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직접 찍은 음식사진… 모두 우리 나름대로 우리의 삶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고흐가 자신의 동생인 테오에게 개인적으로 쓴 편지들이 지금은 책으로 엮어져 사람들에게 읽히는 세태를 보면, 어쩌면 나중에 우리가 한 카톡이 책으로 출판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처럼 기록은 사람들에게 일단 전해지고 나면 본래의 의도, 목적과는 상관없이 새롭게 해석된다. 그러다 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에 대한 기록물이 때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심지어는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전하기도 한다. 나에게는 폴 칼라니티의 에세이 <숨결이 바람 될 때>가 그랬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이미 읽어 보신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죽음을 목전에 둔 신경외과 레지던트 폴이 남긴 마지막 2년의 기록이다. 폴은 담담하게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자신에게 남은 날들을 충실하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이야기할 뿐이다. 폴의 사적인 기록은 살아생전 폴을 만나본 적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나는 특히 이 기록을 접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돌아보게 됐다. 당시 폴의 배우자 루시가 폴에게 보내는 신뢰와 지지에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후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개인적인 기록물이 누군가에겐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폴의 기록은 전세계 사람들의 해석으로 새롭게 쓰여진다. 기록은 이처럼 각자의 해석이 더해질 때 더욱 빛난다. 그런데 한편으로, 기록에는 해석이 더해지기에 우리는 기록을 남길 때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고민이 부족한 기록은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잘못된 편견을 만들기도, 기록된 사람에게 상처를 안기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웹사이트 배너나 TV 광고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모금광고를 떠올려 보자. 어떤 모습이 생각나는가? 빈곤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의 어린 아이들이 스쳐 지나가지는 않았는지.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유발하는 모금운동을 쉽게 ‘빈곤 포르노’ 라고 부른다. 당장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뿐일 수도 있지만, 빈곤 포르노 광고는 결국 사람들의 무의식 속 편견의 불씨를 키우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사람들을 무디게 만든다.
특히 빈곤 포르노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아프리카 어린 아이의 모습은 결국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곧 빈곤, 기아, 질병 등의 부정적인 키워드로 개념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사람들이 자극에 둔감해지는 것도 큰 문제다. 결국 이목을 끌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가 양산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비단 후원 광고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전 손택은 그녀의 저서 <타인의 고통>을 통해 테러, 전쟁과 같은 국제분쟁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기록한 재앙의 이미지가 결국 분쟁 속 ‘그들’과 ‘우리’를 구분 짓는다고 말한다. 분쟁을 기록해 궁극적으로는 평화에 기여하겠다는 나름의 목표가 있을 터인데, 오히려 사람들 사이 잘못된 인식을 확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타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에 우리는 일말의 고민이 없다.
이 외에도 때로 우리는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니라 세상에서 나를 누구보다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기록한 ‘나’로 인해 상처받을 수도 있다.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 육아 브이로그, 육아 예능, 육아 사진 공유 등 아이가 등장하는 콘텐츠를 보며 든 생각이다.
‘셰어린팅(Sharenting)’이 유행이다. 공유를 뜻하는 ‘Share’와 육아를 뜻하는 ‘Parenting’을 합친 단어인데 SNS를 통해 자녀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내 자식을 자랑하기 위함도 있고, 부모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목적도 있다. 어느 쪽이든 아이의 제대로 된 동의를 받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시간이 흘러 SNS에 공유된 나의 어릴 적 사진을 아이가 과연 반길 지는 모르는 문제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자신의 어릴 적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온 부모를 고소한 사건도 있고, 프랑스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사진을 동의 없이 게시했을 경우 벌금형에 처하기도 한다. 단순 부모의 사랑으로 치부하기에는 기록물이 가지는 무게가 너무 큰 것이다.
3. 기록된다는 것
우리는 앞선 내용을 통해 기록물이 새롭게 해석되는 특징을 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본래의 의도와 다른 해석은 때로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전하고 기존 기록물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한다. 하지만 이따금씩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 벽을 세우고 편견을 키우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사랑해서 기록한 것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안긴다. 참 묘한 일이다.
아마 기록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기록을 둘러싼 해석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일 테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기록된 사실은 바꾸기 어렵고, 그에 대한 해석은 너무나 다양하지 않던가. 그러니 우리, ‘기록되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멈추지 말자. 우리는 기록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기록되는 사람임을 잊지 말도록 하자.
‘기록’에 대해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노력했는데 그 뜻이 잘 전달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이 글이 ‘기록된다는 것’의 의미를 사색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서, 기록된다는 것에 대한 의미에서 찾지 못한 갈증을 다시 한 번 기록하는 이유에서 찾고자 했다.
우리가 기록해야 하는 이유
문화란 무엇인가: 기록으로 알아보는 문화의 의미
'문화'라는 단어는 다양한 방면에서 여러 의미로 사용된다. 기획자를 꿈꾸는 필자 또한 '문화'라는 단어를 많이 접하고 사용한다. 하지만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문화'라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혹은 생각해 본적 조차 없을 것이다.
'문화란 무엇일까?'
필자는 '문화'라는 것에 대해 고심해보았다. 그리고 스스로 정의 내린 '문화'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소들을 찾아가 보았다.
우리가 기록하는 이유
우리는 끊임없이 기록한다. 사소하게는 개인의 일상을 담은 일기부터 국가나 인류의 대소사까지 많은 것을 기록으로 담아낸다. 우리는 항상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정보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우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록하는 행위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기록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왜 기록을 할까?
기록이라는 단어는 사전적으로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으로 정의된다. 또한 ‘매체로 고정되어 있고 내용, 맥락, 구조를 가지며 인간 기억의 확장으로서 또는 설명 책임의무를 다하기 위해 사용되는 데이터나 정보’의 개념으로 쓰인다. 즉, 기록은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을 특정 매체에 담은 것. 행위와 매체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으로 봤을 때, 기록에 있어 매체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다. 그 증거로 매체는 수천 년에 걸쳐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필자는 기록 매체의 발전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이유를 따라가면 인간이 기록을 하는 이유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때문에 필자는 기록의 역사와 기록 매체의 발전과정이 담긴 기록매체박물관을 통해 인간의 기록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인간은 왜 기록을 하는지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했다.
필자는 기록 매체의 발전과정을 통해 인간의 기록 욕구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인간은 사고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기록에 대한 욕구를 느꼈고 그 증거물로 문자와 문명 발생 이전의 동굴벽화, 그림문자를 남겼다. 이후 지속적인 기록과 발명, 기록 매체의 발전을 통해 기록 욕구를 발산하고 충족시켜왔다. 이러한 기록 매체의 발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기록매체박물관을 통해 필자는 기록 매체의 발전을 ‘보존’, ‘전달’, ‘정확성’이라는 세 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들이 겪은 사건이나 행위를 더 정확하게 기록하고 더 오랜 기간 보존하여 후대 혹은 다른 지역으로 전달하기 위해 계속하여 기록 매체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더 나아가 필자는 인간이 어떠한 것을 기록하고, 단순한 기록으로도 모자라 사실과 더 유사하게, 그리고 더 오래, 더 멀리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그 정보의 중요성 때문이라 생각한다.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동시대 혹은 후대에 전달, 계승하려는 노력이 인간의 기억을 넘어 기록으로 발전한 것이다. 중요성에 대한 예를 들자면, 선사시대의 고인돌을 이야기할 수 있다. 선사시대 사람들은 그들의 지도자의 죽음과 장례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그 중요성을 표시하기 위해 고인돌이라는 장례방식을 선택했다. 이 돌무덤이라는 기록이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달되어 선사시대의 장례 양식과 당시의 생활양식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성호생각) 기록은 반드시 글로만 표현되지 않는다. 고인돌처럼 돌의 배치와 의미부여(사람들의 인식확산 혹은 그렇다고 여기는 것 = 결국 문화)로도 가능하다. 지금 내가 찾는 것은 기록된 모든 것들을 어떻게 잘 정리하여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꿈에 연결하여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것 또한 구상 중이긴 한데, 기록된 수많은 데이터와 그림, 영상, 혹은 돌과 같은 반지, 유물, 유적(집터)를 총망라하여 어떻게 잘 정리하여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그 가족(가문)의 문화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족보만의 의미는 약하다. 족보에 이어 살아온 그리고 살아가는 삶을 기록하는 혹은 기록된 것을 나타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처럼 기록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 필자는 이렇게 기록되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중요한 정보들이 문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기록은 문화일까?
‘기록은 문화가 된다.’ 너무 심한 비약일까? 그렇다면 계승된 기록들은 어떻게 될까?
여기서 기록이란 글을 포함하여 회화, 조각, 건축, 사진,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를 뜻한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승되고 계승된 기록은 전승자에 의해 재현된다. 재현된 기록은 활용되고 축적되며, 재생산된다. 이렇게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기록은 하나의 형식(Form)으로 굳어진다. 굳어진 기록은 생활양식이나 상징체계, 사상, 예술, 종교 등의 형식으로 정형화되는데, 필자는 이렇게 형성된 것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발생한 문화는 다시 기록 – 재현 – 재생산을 반복하며 유지, 계승된다. 이 과정에서 문화는 발전하거나 또 다른 문화의 생산으로 이어진다. 문화가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기 때문에 필자는 기록은 문화가 된다고 생각한다. 중앙대학교 예술경영학과 황동열 교수가 저술한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효율적 운영방안」에서도 '인류는 당시대에 산출된 기억과 경험을 남겨 후대에 전하였다. 전승된 기록은 후대에 축적되고 활용되어 기록문화를 구성하였고, 또다시 후대에 전해 지면서 누적되어 사회와 문화를 발전시켜왔다.'라고 이야기하며 기록이 문화가 됨을 밝히고 있다. 이는 기록은 문화라는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성호생각) 기록이란 글, 회화, 조각, 건축, 사진, 영상, 영화, 연극 등의 다양한 매체를 뜻한다. 나아가 재현된 기록은 활용되고 축적되며 재생산된다. 이렇게 재생산되는 과정에서 기록은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지는데, 이처럼 굳어진 기록은 생활양식, 상징체계, 사상, 예술, 종교 등의 형식으로 정형화되어 표출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기록을 모아 정리하여 표현하는, 작은 단위의 가족 혹은 1인에 대한 혹은 1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모으면 그게 바로 어떠한 형식으로 굳어지게 된다. 그것이 유행이 되는 순간 생활양식 또는 문화로 형성된다고 본다. 결국 기록에 손을 대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은 무거워 지면서 단순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내가 기록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변덕할까? 나름의 안심일까? 나에 대한 남김인가? 다시 되돌아 보았을 때의 만족감인가? 결국 내가 찾는 기록을 통한 펼침은 누구나 찾을 만한 것일테고 그에 대한 고민은 결국 누구나 하는 고민이라는 그 연결고리에서 고민하는 중이다. 그래서 내가 찾는 기록은 신매체인가? 매체의 결합인가? 기록의 매체는 보존, 전달, 정확성이라는 속성을 지녀야 하니 이를 고려해야 한다.
기록이라는 것은 실시간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원하는 때에 원하는 장면을 보려하거나 끄집어내어 다시 조합하기 위함이라는 방향으로 진행중인 듯 하다. 현재의 개인 기록은 휴대폰으로 찍거나 웹상에 써야 한다. 찍거나 쓴 기록물은 쉽게 공유된다. 언제라도 시간대별로 인물별로 볼 수 있고 테마를 묶어 한꺼번에 볼 수도 있다. 자, 여기에서 내가 갈증을 느끼는 내가 불편한 현재의 기록이 지닌 한계를 찾아야 한다.
반드시 내가 찍거나 기록해야 하는가? 이 부분은 로봇과 A.I.의 조합을 통한 나를 따라다니는 기기에서 360'로 영상을 기본으로 기록하여 필요시 사진으로 출력가능하며, 기록된 영상은 텍스트로 출력가능하게 될 것이다. 해당 기기의 개발이 핵심이다. 실시간으로 기록할 해당 기기만 존재하면 된다. 그 외는 이미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 회화, 조각, 노래, 건축, 사진, 영상, 영화, 연극, 집터, 유물, 유적 등으로 다양한 매체에 기록된 것을 어떤 식으로 묶을 것인가? 테마로 보면 충분한 거 아닌가? 일단, 기록된 내용을 가공하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하면 누구나 원하는 가공품을 갖고 싶게 만들것이냐는 것과 다른 하나는 기록되지 아니한 존재에 대해서는 기록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을 강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점이다.
기록을 어찌 할 것인가?
기록을 통해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
기록할 것인가?
기록되길 바라는가?
누구나 기록을 통해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계속 궁리해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필자가 생각하는 문화 :기록은 문화이다.
그렇다면 기록되지 않는 것은 문화가 아닐까? 필자는 ‘문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기에 ‘기록’이 문화라고 주장하였을까.
영국의 문화 인류학자 타일러는 문화를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영국의 문화연구자인 레이먼드 윌리엄스는 본인의 저서에서 문화를 세 가지의 의미로 정의했다. ‘지적 · 정신적 · 심미적 능력을 계발하는 일반 과정’, ‘한 인간이나 한 시대, 혹은 한 집단의 특정한 생활 방식’, ‘지적 산물이나 지적 행위, 특히 예술 활동’이 그 내용이다. 이렇게 정의되는 문화는 ‘공유성’, ‘학습성’, ‘축적성’, ‘변동성’등의 속성을 가진다.
유명 학자들이 정의하고 사회적으로 위와 같은 속성을 가지는 문화를 필자는 이렇게 정의했다. ‘집단에 의해 발현된 어떠한 양식 및 사상이 유지되고 계승되며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발전한 산물’. 필자가 정의한 개념으로 문화를 볼 때, 기록은 문화를 생산하고 설명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기록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한 사상 및 양식은 언젠간 소멸한다. 유의미한(중요한) 가치가 유지되고 널리 퍼지며 후대에 계승되기 위해서는 기록되어야 한다. 문화는 기록함으로써 유지, 계승되고 계승된 문화가 재현됨으로써 재생산되어 문화가 된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기록은 문화이고 문화는 기록이라고 정의할 때, 그 시대에 기록되지 않은 사상 및 양식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시대 당시에 기록되지 않은 사상 및 양식, 사회적 물결은 시간이 지난 후에 또 다른 방식으로 기록되어 담기게 된다. 예를 들면, 금주령이 내려진 당시의 미국의 생활양식과 미국인들의 사상은 기록되기 힘들었다. 생활양식과 사상을 문화로 본다면 이 시대의 생활양식과 사상, 밀주와 비밀 클럽은 어떤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로 인해 변화된 미국의 음주 문화도 문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당시의 사회 분위기상 어떠한 방법으로 기록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시대에 기록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 전해졌고, 이는 후에 스크린 등에서 재현되었다. 이렇게 재현된 이 시대는 문화의 한 장르(앞서 설명한 하나의 형식)로 굳어져 계속해서 재생산되고 있다. 이렇게 그 시대 당시에 기록되지 않은 것들은 후에 영화, 다큐멘터리, 책, 건축, 회화 등으로 재현되어 또 다른 종류로 기록된다. 이렇게 재현되고 기록됨으로써 문화가 되고, 재생산되면서 또 다른 문화로 발전한다. 유지되고 계승된 문화는 언젠간 어떠한 방법으로든 기록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필자는 문화가 되기 위해선 기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의 필수적 요건으로서 기록은, 문화 그 자체이다. 기록은 문화이며, 문화는 기록이다.
새로운 문화가 된 기록
문화가 기록되고 기록된 문화가 또 다른 문화가 되는 장소에 다녀왔다.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50주년의 일환으로 기획된 전시 <떠도는 영상들의 연대기>이다. 해당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영상 아카이브를 고전적인 문서고를 연상시키는 박스들 사이에 랜덤한 패턴화의 형태로 영상을 전시한 전시이다. 아카이브란 ‘소장품이나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여 한데 모아서 관리할 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손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모아 둔 파일’을 뜻한다. ‘기록’과 ‘보관’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한 것이다. 필자가 정의한 ‘집단에 의해 발현된 어떠한 양식 및 사상이 유지되고 계승되며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발전한 산물’이라는 의미를 가진 문화가 영상으로 기록되었고, 그 기록된 영상이 전시로 재현되고 재생산되었다. 문화는 기록이고, 기록은 문화라는 의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된 영상들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기록이 문화가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된 작품 중 전소정 작가의 <보물섬>, <어느 미싱사의 일일>, <마지막 기쁨>, <열두 개의 방>은 ‘일상의 전문가’ 연작 시리즈로 사라지고 있는 혹은 곧 사라질 제주도 해녀, 미싱사, 줄 광대, 피아노 조율사라는 직업에 대해 기록했다. 이 직업들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시대를 보여주는 직업들이며 시대의 사회·문화적인 변화로 존재의 유무가 결정된다. 이 작품은 해당 직업들을 조명하며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기계화로 넘어가는 시점의 생활양식 문화를 기록한 것이다. 또한 이완 작가의 <메이드 인-캄보디아>, <메이드 인-미얀마>, <메이드 인-태국>은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의 식민지 역사, 사회주의 체제, 군부 정치로 인해 나타나고 변화된 생활양식에 대해 기록했다. 당시에는 기록되기 힘들었던 일들을 현시대에 기록해 하나의 문화를 보여준 것이다.
필자는 이렇게 문화가 기록되고, 기록이 또 다른 문화가 되는 것을 보았다. 필자의 눈으로 문화에 있어 기록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이다. 우리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록해야 한다. 문화란 예술작품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집단에 의해 발현된 어떠한 양식 및 사상이 유지되고 계승되며 유의미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발전한 산물’. 우리는 유의미한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고 여기는 현대의 문화를 유지시키고 계승시키며 발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기록해야 하는 이유이다.
참고 문헌
- ‘Culture-기록매체박물관’, 월간인쇄계 2017년 3월호, 2017.
- 황동열, ‘문화·예술 아카이브의 효율적 운영방안’, 『기록인(IN)』, 제 18호, 2012, p.22.
- S. A. Tylor, 『원시문화 Primitive Culture』, 1871.
- Williams, R., 『Keywords: A vocabulary of culture and society』,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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