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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궁극에의

투명망토 등 상상속 물건 연구

by 큰바위얼굴. 2022. 2. 8.

'35억 연봉' 구글 제안 단칼에 거절한 과학자…알고보니 이런 사연이
매일경제 2022/02/08 17:53 수정 2022/02/08 20:09

투명망토 등 상상속 물건 연구
'메타물질' 분야 최고 권위자

메타렌즈 등 세계적 기업 눈독
잇따른 구애에도 학교에 남아
"한국서 학생들과 결실 맺겠다"

올해 한림원 최연소 회원 선정
포스텍 석좌교수로도 임명돼

'연봉 300만달러, 원하는 근무환경 제공, 필요한 인력 함께 채용.'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꿈의 직장' 구글에서 이 같은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거절할 '배포'가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실제로 이 제안을 물리치고 포항의 실험실에 남기를 고집한 이가 있다. 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화학공학과 교수(41) 얘기다.

노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메타 물질'이다. 메타 물질은 자연계에서는 발견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된 물질이다. 그래서 '초재료'라고 한다. 예를 들어 자연에 존재하는 물질들은 빛을 산란시키거나 반사하지만, 메타 물질은 빛을 그대로 뒤로 흘려보낸다. 이러한 원리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대표적인 공상과학적 물건이 '투명 망토'다.

메타 물질로 만든 투명 망토에 물건을 넣으면 빛이 그대로 뒤로 흘러가기 때문에 망토의 존재뿐만 아니라 망토로 감싼 물건도 볼 수 없다. 진로를 고민하던 노 교수를 메타 물질의 세계로 이끈 것 역시 이 투명 망토 연구였다.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은 이미 실험실 수준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지만, 실제 몸을 두를 수 있는 크기로 키우려면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든다. 구글을 비롯한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기술은 '메타 렌즈'다. 노 교수는 "광학기술 렌즈 기술이 상용화되면 지금처럼 두꺼운 가상현실(VR) 안경을 콘택트렌즈처럼 가벼운 렌즈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카메라에서 빛을 모으고 굴절시키기 위해서는 볼록렌즈가 필요하다. 아무리 스마트폰이 얇아져도 카메라 부분이 툭 튀어나오는 이유도 겹겹이 쌓은 볼록렌즈 때문이다. 노 교수는 지난해 메타 물질을 활용해 실제로는 볼록하지 않지만 볼록렌즈처럼 빛을 굴절시키는 적외선 초박막 메타 렌즈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모셔 가겠다'는 구글 제안에 응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노 교수는 "외국으로 나가서 연구를 지속하기보다는 국내에서 학생들과 함께 이 분야의 결실을 이루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서울 출신인 그가 9년째 포항에서 머물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다.

노 교수는 "내가 처음으로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고 메타 물질을 대표할 수 있는 곳이 대한민국, 포항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교수의 연구 영역은 메타 렌즈에 그치지 않는다. 소리 제어를 통한 스텔스 잠수함, 지진파를 제어하는 내진 구조물, 메타 물질을 활용해 한여름에 자동차나 건물 내부 온도를 낮춰주는 필름 등 메타 물질을 적용한 다양한 분야다. 그의 메타 물질 연구는 2018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노 교수는 네이처 표지 논문을 장식한 국내 두 번째 인물이다.

주목받는 연구 성과를 내는 젊은 교수에 대해 산업계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노 교수는 올해 학문적 업적과 세계 최초 기술 업적 등 공로를 인정받아 최연소 한국공학한림원 회원으로 선정된 데 이어 포스텍 석좌교수로도 임명됐다. 여러 분야에서 최연소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지만 노 교수는 학부를 9년 만에 졸업한 늦깎이 졸업생이다. 그사이에 고시 공부도 해 보고, 회사도 다녀보며 '산전수전'을 겪었다. 그는 "연구실에 들어오는 20대 제자들이 연구실 생활을 힘들어할 때가 많은데, 과거 내 경험이 학생들을 위로하고 붙잡아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교수가 연구하는 메타 물질 분야는 연구된 지 약 20년이 지났다. 그는 이 기술이 실제 제조 단계를 거쳐 일상생활에 활용될 수 있는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게 하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포스코에서 연구비 100억원을 지원받아 메타 물질을 가공해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노 교수는 "보통 과학이 기술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0년이고, 향후 5년에서 10년이 이 언덕을 넘을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며 "메타 물질이 기술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도록 계속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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