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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괜찮아" 라는 말로 시작

by 큰바위얼굴. 2013. 11. 13.

출근길에 아이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부간의 문제로 다툰다. 그 일이 있은 후 출근한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글.

 

...

 

"괜찮아" 라고 단정적으로 내뱉는다. 비록 출근에 앞서 심하게 다퉜지만 그것은 본질이 아니야 라는 반증이라는 듯이. 마치 그래야 있었던 일이 무마되면서 안심을 하게 되고 그러면 앞으로의 일을 차근차근 다시 할 수 있겠지 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영록이의 거침없는 행동을 놓고 우리 부부는 그렇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작은 쉬웠다. 툭툭 던지는 말 속에 알맹이가 터지기 전에는 일상다웠다. '상담'이 필요하다는 너의 말, '아니, 오히려 캠핑처럼 경험이 더 필요하다'는 나의 말. 우리는 같은 마음으로 다른 개선책을 제시했다고 본다. 모두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무엇인가 어떠한 일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애완동물 키울까'라는 나의 말에 "나와 아이들이 원할때 당신이 싫다고 했잖아" 라는 너의 말에 말문이 막힌다. 그때는 그렇지않아도 분주한 가정사에서 아들만 셋, 학원이다 뭐다 바래다주는 너, 가사를 전담하면서 지금도 풍뎅이를 키우는데. 사실 난 애완동물을 키움으로 인한 거추장스러움도 이유가 되지만 살고죽는, 살다가 죽어가는 안스러움을 봐야할까 라는 자신이 없어서였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오랜만에 만난 대학교 때 누나, 아이가 1명, 내가 계란 100개가 들어있는 박스를 품에 안고 있었다면, 그는 하얀 강아지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이웃 1명. 그와 그가 나누는 대화 속에 잠시 귀를 기울인다. "아이가 한 명이라서 강아지가 정서에 너무 도움이 된다" 고 한다. 진솔해보였다. 그때 느꼈다. 아! 영로기.

 

난 영로기를 자랑스러워 한다. 척척 해내고 자기 일에 욕심내고 때론 사고쳐도 무엇인가 자발적이라는데 크게 안심한다.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주관이 있다는 것은 크나큰 선물이요 삶의 핵심이다. 비록 거침없는 행동으로 주변 아이들과의 관계가 버겁거나 오해섞인 시각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를 인정해주고 신뢰할 단 1명의 친구가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본다. 내 삶에 단 1명의 친구가 없는 것과는 달리.

 

처음에는 영로기를 군대에 보내야 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군상과 무질서한 삶 속에서 자신의 위치와 가치를 느껴보라는 것, 나에게 군대는 캬바래 지배인과 애인 5명, 김성호의 회상을 알려준 사람, 화장실 뒤에서 삽 들고 행진을 연습할 때 고함치던 선임, 담배를 줄지어 피워댈 때 통통이로 빨래를 돌릴 때 줄서는 풍경, 춥든 덥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인식. 그리고 병장에 다가갈 수록 다시 살이 찌면서 사회에 내딪을 준비를 하는 여유. 생의 한 편을 경험한 듯한 그런 곳으로 기억된다. 잘잘못의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사실의 인정이 훨씬 빠르다는 것, 남들이 욕하든 남들이 뭐라든 그들은 그들이다 라는 전제를 놓고 부모가 본 것이 그렇게 대하는 것이 답이라고 여긴다. 비록 공부만 하다가 돌아온 집에서 만화책 보며 뒹굴어도 때론 시험성적이 올라갔다가 떨어져도 그런 부모의 신뢰가 나중에 알게 될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내가 직접 듣고 보고 느꼈던 것 외에는 사실과 다르다. 라는 것을 놓고 시작하자. 거침없는 행동이 주변을 불편하게 한다면 그 모습이 멋진 모습으로 보여지도록 보다 큰 자신감과 보다 큰 포용력, 또는 보다 큰 겸허한 자세를 느끼게 해주면 되지 않을까? 아빠로서 해줄 것이라고는 초등부 농구대회를 보고난 후, 군대에서 심심하면 농구코트로 향했던 것처럼 내 아이들도 농구를 통해 거칠게 부딪히면서 쾌감과 흥분, 공동체감을 느껴보기를 바라는데 그 시작점이 어렵더라는 것. 1년에 2번 OBYB전을 하는 대학 농구동아리에 참석조차 힘들었는데 포워드로서 수비수 1명을 재끼는 요령, 드리볼과 레이엽 슛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래서 얘기를 꺼냈는데 아이는 피곤에 지쳐있고 아내는 카톡하는. 마음이 다 내것과 같지 않다 라는 것.

 

잘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말하다보니 가장 필요한 것이 아빠로서, 엄마로서, 선배로서, 아이와의 관계설정부터 필요하다고 느낀다. 성심성의껏 대화를 나누다보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비록 딴 길로 가더라도. 그 노력은 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 공부하는 시간만큼이나 대화의 시간이 정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밥 먹을 때 하면 되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성향과 성격을 이해하고 그 바탕에서 해보자. 뭔가를 위해 뭔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말은 길었지만 쉽게 말해 함께 생각을 나눠보자는 것과 아이들 말을 많이 들어보자는 것, 그리고 흥겹더라는 것. 아이들이 보는 세상이 궁금하다. 그치?

 

믿음과 관계 설정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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