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산이슈/시장상황

채소·생선 안파는 기업형 슈퍼마켓…유통업체-전통시장 ‘상생실험’

by 큰바위얼굴. 2014. 9. 23.

채소·생선 안파는 기업형 슈퍼마켓…유통업체-전통시장 ‘상생실험’

 

한겨레 2014.9.22

 

 

22일 서울 광진구 중곡제일시장 안에 위치한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직원들이 신선식품을 철수시키고 있다. 이 슈퍼마켓에서는 이날부터 전통시장과 상생 일환으로 신선식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세계그룹 제공

시장 근처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서 신선식품 철수시키고
전통시장서 안파는 품목 팔기로

“시장 안에 있는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잘 됐으면 좋겠어요.”

중곡제일시장(서울 광진구 중곡동) 아리청정 협동조합 박태신 이사장의 입에서,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는 ‘대립관계’라는 세간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말이 나왔다. 22일 신세계그룹과 전국상인연합회의 ‘상생 선포식’ 행사장에서였다.

중곡제일시장 안에 위치한 기업형슈퍼마켓(SSM)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전통시장 상생 모델 점포 1호점’으로 지정돼 22일부터 과일·채소·수산 등 신선식품 92개 품목을 팔지 않는다. 연 매출 50억원 규모의 이 점포에서 신선식품 매출 10억원 가량(전체 매출의 20%)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전통시장의 주력 판매 품목과 겹친다는 게 그 이유다. 신세계그룹 전략실 김군선 부사장은 “단기간 매출 손실은 예상하고 있다. 상생이라는 게, 포기해야 채워지는 것이다. 중복 품목 대신 시장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 소형 가전·가정간편식·애완동물 용품 등을 10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3월부터 전국상인연합회와 논의를 거쳐 이 정책을 도입했다. 중곡점 외에도 시장 안에 있거나, 시장과의 거리가 100m 이내에 있는 경기 일산, 서울 면목동·사당동 점포에서도 신선식품 철수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김 부사장은 상생 선포식에서 “그룹 사회공헌 사업인 ‘희망장난감 도서관’을 시장 안에 설치해 아이를 맡기고 장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유통 노하우(비결)를 시장에 전수하는 등 실질적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검은 비닐봉투’의 대체품으로 개발한 파란색·초록색의 ‘디자인 비닐봉투’ 500만장을 전국 전통시장에 배포하기로 했다.

중곡시장 쪽은 서로 ‘품목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상생의 시작이라며 이번 상생 실험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이사장은 “시장 내 기업형 슈퍼마켓은 브랜드 효과로 모객(고객 모집)에 기여를 해 왔다. 기업형 슈퍼마켓 입장에서 봐도 신선식품은 시장 안에 더 싼 것이 많다. 오히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 소형 가전, 브랜드 의류 등을 입점시키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의 상생 노력은 신세계에 그치지 않고 유통업계 전반에서 싹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경제민주화’ 흐름과 무관치 않으며, 대형 유통 업체들에 대한 규제 강화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으로도 풀이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7월 소공동 본점에 중소기업 제품 편집매장 ‘드림플라자’를 열었다. 지난 5월에는 백화점 인기행사인 ‘플리마켓’의 먹거리 부스를 시장 상인들에게 내줬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남대문 시장에서 창업을 원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열었다. 일시적 자금 지원보다 시장에 ‘젊은 이미지’를 불어 넣는 것이 지속적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경기도 파주·포천 등의 이마트 점포에 인접해 있는 전통시장에 연간 100만~1400만원 가량의 물품지원을 해 왔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중소 두부 제조업체 연합인 ‘어깨동무 협동조합’ 출범을 도왔고 마트에서 ‘어깨동무 두부’를 취급하는 등 판로 개척에도 공헌했다. 홈플러스는 중소 식품업체의 영국 테스코 등 유럽·동남아시아 수출 지원사업을 펴고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