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산이슈/시장상황

(건강한 논쟁) 최저임금·탄력근로제 입장차이

by 큰바위얼굴. 2019. 4. 7.

 

정부가 최저임금(기본급)을 판단하는 데에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최저임금산입범위)시킬 수 있도록 개악한 것과 ‘과로사법’으로 불리는 탄력근로시간제 확대안을 비판한 명숙 인권운동네크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의 글에 대해 한정애 국회의원실 조선옥 보좌관이 반론성 글을 보내왔습니다. 건강한 논쟁이 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1.

노동자가 묻습니다 “文 정부 어디까지 후퇴하렵니까”

[인권의 바람]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노동법 개악은 중단돼야

 

미디어오늘 2019년 04월 05일(금)

 

넘쳐나는 말과 사건 속에서 인권의 가치를 벼리기 위한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들의 고민을 미디어오늘에 연재합니다. 우리의 말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싹이 되고, 인권감수성이 돋아나는 건넴이 되기를 바랍니다.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가 노동자들의 시위로 올라온 정부라서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줄 알았어요. 작년에 최저임금이 만 원대로 간다고 해서 부푼 꿈도 잠깐 있었지만 그건 바라지도 않아요. 최저임금이 8천원으로 오른 상황에서도 우리는 7천 원대 시급을 받고 있어요. 아니 그것도 주지 않으려고 상여금도 매달 나눠서 임금에 넣겠다고 해요”

 

“상여금을 다달이 주는 꼼수를 써서 매달 받는 월급이 줄었어요. 그게 100만원 돈이니 애들 학원비를 줄이거나 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부분이에요. 우리 애도…”

 

올 초부터 줄어든 임금에 대해 말하던 현대그린푸드 식당노동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공부를 더 하고 싶다던 자녀에게 학원을 끊으라고 말했던 순간이 떠올랐나보다. 갑자기 월급이 100만원이나 줄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작년보다 일을 덜 하거나 회사 사정이 나빠져서 월급이 삭감된 것이 아니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그룹 일가가 최대주주인 식당업체로 현대기아차 공장을 비롯한 여러 공장과 백화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대기업이다. 달라진 건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뿐이다.

 

최저임금마저 뺏는 최저임금법 개악

 

정부가 최저임금(기본급)을 판단하는 데에 상여금과 식대, 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포함(최저임금산입범위)시킬 수 있도록 개악한 결과다. 아랫돌 빼서 웃돌 괴는 수준이 아니라 아랫돌을 빼앗는 격이다. 그 돈을 기업이 고스란히 가져간다. 현대그린푸드가 상여금 월할 방식으로 지급하지 않은 임금인상분은 직원 8000명 기준으로 매달 13억 7100만원, 연 164억원이나 된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각종 수당, 상여금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회사가 떼먹는 임금은 훨씬 더 크다. 억울해서 노동자들이 줄어든 임금명세표를 들고 회사에 항의했더니 돌아온 말은 “문재인 대통령이 시킨 거니 정부를 원망해라, 2024년까지 임금 동결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월17일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앞에서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연철

 

사실 최저임금은 기업주가 이윤 때문에 노동자에게 최저임금 이하를 주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만든 제도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은 최저선이 아니라 최고선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활도 어려운 수준으로 낮고 그마저도 지급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많다. 그래서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약칭 유엔사회권위원회)에는 한국정부에 2009년부터 “노동자와 그 가족이 적절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저임금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는 권고를 두 차례나 했고, 2017년 “최저임금이 모든 부문에 적용되도록 할 것과 근로감독과 [위반시] 충분한 처벌을 통해 준수되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심지어 최저임금에 식대, 교통비, 수당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산입시 숙식비를 공제하려던 시도와 유사하다. 당시 이 정책에 대해 유엔사회권위원회는 우려를 표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작년 5월 오히려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이행하기는커녕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도록 개악했다. 상여금 및 복리후생적 급여도 일정 비율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하고, 2024년부터는 전액 포함되도록 했다. 그 결과 2018년, 2019년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지만 노동자들의 임금은 오히려 인하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의 노동권 후퇴정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2019년 1월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와 결정기준을 바꾸는 개악안을 발표하더니 2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의원이 개악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악안에 따르면 당사자인 노동자의 참여가 제한되는 최저임금 구간설정위원회에서 먼저 논의하게 됨으로써 최저임금 인상폭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사회보장급여 현황,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을 포함시켜 마치 고용을 핑계 대며 최저임금 인상을 피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안에는 유급주휴수당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업종·지역·사업체규모 등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안과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예외로 하는 안도 내놓았다. 국회의원들이 누가 더 개악하는가를 다투는 듯하다.

 

이제는 과로사로 내몰겠다고요?

 

정부의 노동권에 대한 의도적 역행조치(후퇴조치)는 최저임금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과로사법’으로 불리는 탄력근로시간제 확대안이 발의됐다. 탄력근로제 개악안은 소위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노동시간 제도개선 위원회가 만들었으나 노동자대표들의 불참으로 경사노위 본회의도 거치지 않은 안이다. 그런데도 경사노위는 국회 의결을 요청했고 이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3월8일 대표 발의했다.

 

▲ 금속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월17일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무대 위에서 율동하고 있다. 사진=임연철

▲ 금속전북지부 현대그린푸드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월17일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무대 위에서 율동하고 있다. 사진=임연철

 

개악안에 따르면 주 52시간 노동시간 제한을 무의미하게 할 뿐 아니라 사용자들은 노동자들의 시간외수당마저 주지 않아도 된다. 노동시간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함으로써 주 52시간을 넘게 일을 시켜도 된다. 평균 단위기간을 넓혔으니 연장근로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가 있다. 예를 들어, 3개월은 최소시간으로 일하게 하고, 나머지 3개월은 64시간까지 강제하는 게 가능하다. 주당 최대 52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하면 최장 64시간까지 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권 보호방안이라고는 겨우 11시간 휴식시간을 주는 정도다. 노동자의 건강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영화나 방송계 등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으로 심각한 건강상의 위협을 받고 있다. 얼마 전 일주일 동안 7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리던 30대 그래픽 제작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을 생각하면 탄력적 근로시간 확대안은 과로사법이라는 말이 들어맞는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많은 노동자들은 죽음을 강요받게 된다.

 

이미 한국은 주 40시간제도가 제도가 야근과 특근으로 지켜지지 않는 세계 최장노동시간으로 악명 높은 나라다. 그래서 주52시간제를 도입한 것인데 이마저도 거꾸로 돌리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현재 누리고 있던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 수준을 후퇴시키는 것은 인권에 반하는 일이다.

 

노동자의 집단적 권리마저 옥죄는 노조법 개악

 

설상가상으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에 멈추지 않고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까지 개악하는 안이 발의됐다. 한정애의원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악안에 따르면, 해고자는 노동조합원이 될 수 없으며 사업장 출입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해고자가 아닌 하청노동자의 경우도 사업장 출입이나 단체행동이 제한된다. 현대기아차나 한국지엠처럼 하청이나 용역등의 비정규직은 자기가 일하는 사업장에 ‘목적, 시기, 장소, 인원 등을 사용자에게 사전 통보’해야 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임자임금 급여 미지급에 대한 처벌규정도 삭제했다. 사회권 규약에 명시된 노동자의 집단적 권리를 무시하는 법안이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지키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 결사의 권리를 거꾸로 돌리려 하고 있다. 마치 ILO 핵심협약 비준하려면 노조의 권리도 후퇴시켜야 하는 것인양 후안무치하게 개악안을 내놓았다.

 

인권을 운운한 정부인만큼 2017년 유엔사회권위원회의 권고를 상기하기를 바란다. 당시 유엔사회권위원회는 “노동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방해하는 해고자 노조가입 금지 조항 등에 대해 우려”했으며, “모든 사람이 노동조합에 자유롭게 가입하도록 보장하고 노조 활동에 대한 [행정당국 및 사용자의] 자의적 개입을 예방하도록 노동법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다. 위원회는 당사국이 결사의자유와 단결권에 관한 ILO 협약 87호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협약 98호를 비준할 것”을 권고했다.

 

노동법 개악은 국제인권기준에 반하는 인권침해

 

이번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다루는 3개의 노동악법이 통과된다면 민주노총 조합원만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의 삶이 망가질 것이다. 현대그린푸드 여성노동자가 눈물을 흘렸던 것처럼 노동자들은 기존의 삶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노동소득에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은 기업주의 필요에 따라 장시간 노동을 수행하며 과로로 쓰러질 것이다. 그나마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개악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를 조금은 늦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노동자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명백한 인권침해적 법 개악이다. 유엔사회권위원회는 “(a)사람들이 현재 향유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지속적으로 보장 하는 데 필요한 법률의 공식인 폐지 내지는 효력 정지. (b) 법률에 의한 차별 혹은 강제 차별을 통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부정하는 것”, “(e)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보장되는 수준을 감소하려는 의도적인 역행 조치(deliberately retrogressive measures)”를 작위에 의한 인권침해로 보고 금지한다.(유엔사회권의 마스트리히드 가이드라인) 의도적 역행조치에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 권리의 기존 향유 수준이 감소되는 정책도 포함된다. 다시말해, 문재인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노동법 개악은 유엔 사회권위원회가 금지하고 있는 ‘의도적 역행조치’다. 노동존중을 구호로 건 정부여당이 재벌존중 법안만 발의하는 현실! 문재인 정부는 ‘인권’은 아예 무시하기로 작정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문제는 노동권을 비롯한 사회권의 후퇴는 사회권의 후퇴에만 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신자유주의정책에 의한 사회권 후퇴는 노동자․시민들의 저항으로 이어졌고 정부는 이를 탄압했다. 즉 사회권의 후퇴는 집회시위의 탄압 등 자유권의 후퇴로 이어진 것을 수없이 목도한 바 있다. 이제 문재인 정부는 사회권 후퇴를 사회구성원들의 자유권 후퇴까지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사회권의 후퇴조치를 철회하고 민의를 존중할 것인가? 어제 보여준 민주노총 조합원들에 대한 경찰의 탄압은 문재인정부가 기로에 섰음을 보여준다.

 

원문보기:

http://m.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7670#Redyho#csidxc38dae5446e571f8274fb24ca2ec443

 

 

2.

최저임금·탄력근로제 사실은 이렇습니다

[기고]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에 대해

 

미디어오늘 2019-04-06

 

3월 임시국회가 5일 막을 내렸다.

 

애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개편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법안은 첨예한 여야의 입장 차이에 민주노총의 반발이 더해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입법과정을 내내 지켜본 입장에서 무엇보다 7월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사업체의 주52시간 적용을 감안할 때 3월 국회 처리가 절실했음에도 그러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국정과제를 통해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의 경우,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 적용 최저임금부터 2년에 걸쳐 27% 이상 인상되었다. 단순인상 뿐 아니라 임금 격차 완화에도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바탕으로 한 2018년 사업장 규모별, 업종별 임금상승률 통계에 따르면, 소규모 사업장과 임금수준이 낮은 업종을 중심으로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장 규모별 임금 상승률의 경우, 5인 미만 사업장은 6.2%, 5인에서 9인 사업장의 경우 5.5%의 임금 상승률을 보여, 규모별 전체 임금상승률인 5.3%를 웃돌았다. 업종별 임금상승률도 마찬가지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전 산업 평균 임금에 비해 임금 수준이 낮은 숙박음식업(8.6%), 개인서비스업(7.0%) 등을 중심으로 월평균임금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상승률 4.6%)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다보니 최저임금에 대한 우려와 오해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이다.

 

지난해 6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최저임금법이 개정되어 올해부터 시행중이다. 산입범위 확대는 지나치게 복잡한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초래하는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종전에는 상여금 등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기본급 외에 상여금 비중이 높은 경우 최저임금 수준을 훨씬 상회하는 고임금 근로자임에도 최저임금에 위반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인상된 최저임금이 현장에 안착되어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다양한 지원 대책과 더불어 합리적인 임금구조 정착을 위한 여건 조성이 불가피했다. 다만, 최저임금법 개정시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가 한꺼번에 최저임금에 포함되어 저임금 노동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산입범위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도록 하였다.

 

최저임금위원회 역시 이를 감안하여 2018년 최저임금 16.4% 인상에 이어 2019년 최저임금 10.9% 인상을 결정할 때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보전분 1%를 추가로 반영하였다. 산입범위 확대에 대한 노동계의 애초 우려와 달리,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탄력근로제와 관련하여 ‘경사노위(노동시간개선위원회) 합의안’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제도개선에 반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제도개선에 도움이 되기에 몇 가지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주 최대 52시간제가 무의미하다?

 

가장 큰 오해 중의 하나가 탄력근로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되면 근로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탄력근로제는 단위기간 내에 주 최대 52시간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업무량 변동에 따라 집중근로와 그 보다 짧은 근로가 허용되는 제도이다. 실제로, 작년 11월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제도 도입후 연장근로에 변화가 없는 기업이 대부분(81.5%)이었으며, 나머지 18.5%의 기업은 오히려 연장근로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 합의안’은 현행과 동일하게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주 최대 52시간제의 시행 효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둘째, 탄력근로제 개선에 관한 노사정 합의안은 과로를 합법화한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경사노위 논의과정에서 단위기간 확대로 인해 건강권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 하에,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치로서, 그간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포함하였다.

 

11시간 연속 휴식제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서 주로 활용하는 제도로, 근로시간의 주(週)간 상한만 있던 우리나라에 있어서 일(日)간 상한이 설정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변화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합의안에 11시간 연속휴식제가 서면 합의만 하면 예외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어, 실제로는 형해화 될 것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최근 발의된 한정애 의원 법안에서는 예외사유를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하여 악용되지 않도록 하였다. 경사노위 과정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예외사유는 그에 준하여 한정적으로 규정될 것이다.

 

f

▲ 금속노조 현대그린푸드지회 노조원들이 지난 2월17일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 앞에서 ‘현대그린푸드 최저임금 무력화 규탄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임연철

셋째,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연장근로 수당 없이 장시간 노동을 시킬수 있다? “잘못된 주장” 이다.

기본적으로 탄력근로제는 집중근무 시기에 주 52시간,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주 28시간을 근무하여 단위기간을 평균한 소정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이 되는 구조이다.

 

집중근로 시기에 주 52시간을 초과하거나, 그렇지 않은 시기에 주 28시간을 초과하는 모든 연장근로(주 최대 12시간)에 대해서는 할증수당이 붙게 된다. 따라서, 탄력근로제가 개선될 경우 연장근로수당이 없어진다는 것은 탄력근로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다. 실제로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대다수(94.2%)에서 임금감소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악용하여 고의로 임금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는 노동계 주장을 감안하여, 새로운 제도에서는 사용자가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하여 신고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포함하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임금보전방안 신고의무가 서면합의만 하면 면제하도록 되어 있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금보전방안 신고의무는 서면합의만 하면 면제되는 것이 아니라 ‘임금보전방안이 서면합의에 마련된 것을 정부가 확인한 경우’ 에 한해서 면제되기에 지나친 우려이다.

 

위원 일부의 불참으로 인해 본회의 의결이 무산된 것을 들어 탄력근로제 노사정 합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사노위 논의가 국회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을 외면한 지적이다. 지난 11월 국회 요청에 따라 논의가 진행된 두달 동안, 노사정이 보여준 양보와 타협의 모습, 그리고 대승적인 결단을 통해 도출한 탄력근로제 합의의 의미는 결코 퇴색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존중 사회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디딤돌이다. 그러나 그간 이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각에서 손익계산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사회적 갈등이 지나치게 부각된 경향이 없지 않다. 지속가능한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인 노사간 신뢰구축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 상호 양보는 불가피하다.

 

이번 탄력근로제 합의를 계기로 이제 우리나라 노사관계에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공유하기 위한 지혜가 모아지길 기대한다.

 

 

 

3.

한정애 의원실의 노동개악에 대한 변명

[기고] 허공이 아닌 노동자들이 발 딛은 현실을 보기를 권합니다

 

미디어오늘 2019-04-08

 

다행히 3월 임시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등 노동법 개악이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안도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는지, 노동권을 후퇴시키는 법안을 발의한 한정애 의원실의 조선옥 보좌관(이하 한정애의원실)은 필자가 쓴 “노동자들의 삶을 망가뜨리는 노동법 개악은 중단돼야”라는 글에 대한 반론글을 기고했다.

 

한정애 의원실이 기고한 글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과 언론들이 비판했던 내용을 다시 반복하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지면이 짧아 노동개악이 시도되는 3법(최저임금법, 근로기준법, 노조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해 충분히 쓰지 못한 것을 더 설명하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며 반박글을 보낸다.

 

입법취지가 아니라 임금이 삭감되고 있는 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답해야

 

 

한정애 의원실은 개악된 최저임금법(산입범위 확대)의 입법 취지(“산입범위 확대는 지나치게 복잡한 우리나라 임금구조가 초래하는 불합리를 해소하기 위한 것”)만 설명했지, 실제 산입범위 확대로 인해 직접적으로 임금삭감 효과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실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저임금 노동자는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지만 필자가 예로 든 식당노동자의 경우조차도 임금은 인상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고임금노동자들도 아니다. 필자가 예로 든 사업장이 아닌 작은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임금(실수령액)이 오히려 줄어들어든 사례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한정애 의원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총 실수령액이 164만원이었다가 159만원으로 낮아진 경우도 있으며 월급이 1원도 안 오른 사람도 있었다. 명세표에 그동안 식대로 주던 것을 기본급으로 넣거나 휴일근로수당으로 넣는 방식이었다. (직장갑질119 제보 내용) 따라서 한정애 의원실은 최저임금법 개정에 따른 예상과 기대를 다시 반복해 설명할 것이 아니라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오히려 임금이 삭감된 현실을 어떻게 되돌려놓을지 답해야 옳다.

 

그런데 이러한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작년 5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에서 실태조사 결과를 봐도 그렇다. ‘개악최저임금법, 저임금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이창근)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 30%, 즉 10명 중 3명은 새롭게 포함된 ‘상여금 25% 초과분’과 ‘복리후생수 당 7% 초과분’을 수령하고 있어서, 개악 최저임금법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산입범위가 유지되었을 때 받을 수 있었던 시급 인상 금액 합계’로 나눈 삭감률은 64.9%로 전체 응답자 평균인 19.8% 삭감률보다 훨씬 컸다. 즉 정부여당의 주장과 달리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은 고임금노동자가 아니라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노조가 힘이 센 경우에는 단체협약을 통해 임금을 보전 받을 수 있지만 노조가 없는 대다수 노동자, 직장인들은 임금이 깎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이전 글에 썼듯이,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사용자가 보장해줘야 하는 최저선의 임금이다. 그러나 한국의 기업주들은 최저임금만 주면 되는 식으로 이해하며 지급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만 받고 있는 현실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악은 임금구조 개편이 될 수 없다.’ 복잡한 임금구조의 불합리함을 개선하려는 취지라면 복리후생적 성격의 임금을 최저임금 산입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해 오히려 임금체계 단순화에도 어긋난다. 그럼에도 한정애 의원실은 입법 취지만 설명하고 있다. 지금 정부여당이 직시해야 하는 것은 저임금노동자들조차 임금이 줄어든 현실, 노동권이 후퇴된 현실이다. 이제라도 노조가 없어 임금보전도 받지 못하는 미조직노동자들 대다수의 삶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직시하고 당장 되돌려 놓을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탄력근로제를 반대하는 게 오해 때문이라고?

 

한정애 의원실은 반박글에서 “탄력근로제와 관련하여 ‘경사노위(노동시간개선위원회) 합의안’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사실”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세 가지를 얘기했다. 이 또한 입법취지에 지나지 않고 여러 법률가들이 이미 비판한 내용이지만 주장별로 짚어보겠다.

 

먼저 한정애의원실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확대해도 노동시간에 변화가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한정애 의원실이 근거로 삼은 한국노동연구원의 2018년 11월 실태조사의 대상 사업장의 단위기간은 3개월이다. 현행 법정 최대치가 ‘3개월을 단위기간’이기 때문이다. 3개월인 곳은 34.9%이며, 단위기간이 ‘2주 이하’인 기업 28.9%로, 시민사회가 우려하는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개악안의 반박근거가 될 수 없다.

 

실태조사결과에 대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 2400곳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한 비율은 3.22%에 불과하고, ‘향후 도입계획 있음’은 3.81% 정도다. 개악안을 제출할 이유가 없다. 현재 기업주들이 ‘근로시간 사전 특정, 임금 보전 방안, 단위기간 문제’등 때문에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를 풀어주는 탄력근로제 확대 법안이 통과되면 탄력적 근로시간제 사업장이 늘어날 것이고 그 결과 주 52시간제도는 무력화될 것이다. 탄력근로제가 도입되면 연장근로가 제한 없이 가능하므로 주당 평균 52시간의 실 근로가 가능하고, 단위기간의 절반 정도는 64시간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정애 의원실은 “1주 평균 근로시간을 최대 52시간으로 제한하도록 하고 있어 주 최대 52시간제의 시행 효과는 그대로 유지”될 거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바뀐 제도의 한계를 간과한 것이다. 작년에 바뀐 근로기준법의 주52시간제도는 주 40시간노동 준수를 적극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아니었다. 주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의 한계를 정한 것으로, 주당 68시간 노동을 가능케 했던 행정해석을 중지시킨 것일 뿐이다. 탄력근로제확대를 주장하는 쪽에서 즐겨 거론하는 독일의 경우 탄력근로제로 평가되는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연장근로를 포함해 1주 평균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탄력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주 48시간이 넘으면 연장해서 일할 수 없도록 제도가 설계됐지만 우리나라의 제도는 그렇지 않다. 제도설계경로, 접근방식이 달라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더구나 비교대상으로 삼는 국가들 모두 노동시간이 한국보다 절대적으로 적다. 실제 2017년 한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OECD 국가 중 2위(연 평균 2069시간)로 OECD국가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을 더 일하고 있으며, 독일 1356시간, 프랑스 1503시간, 일본 1713시간이다.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단축하려면, 기업이 연장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강력한 처벌조항이나 근로감독을 충실히 해야 하며, 노동자가 연장근로를 할 수밖에 없는 낮은 기본급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탄력근로제는 이미 박근혜 정권시절 새누리당이 도입을 시도하다가 시민사회의 반대로 중단된 바 있다. 당시에도 주 단위 법정 근로시간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고, 연장수당도 없는 장시간 근로라고 비판받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되면 실근로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집권여부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둘째 과로를 합법화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문제는 현행법대로 3개월이어도 과로로 인한 건강권 침해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한정애 의원실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11시간 연속 휴식제를 포함”하였으므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인간이 쓸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일 뿐이다. 11시간은 잠자고 밥 먹는 시간과 출퇴근 소요시간을 생각하면 별 의미가 없다. 즉 일상적 여가와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f

▲ 노동법률가단체가 만든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악 관련 카드뉴스.

또한 예외사유를 시행령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고 하나 시행령은 법과 달리 변경이 쉬울 뿐 아니라 현재 어떤 시행령이 나올지도 알 수 없어 의미 없는 주장이다.

그리고 경사노위 논의 과정에서도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 사례를 참고하였다고 하나 이 또한 짜깁기식 참고일 뿐이다. EU는 가입 국가들의 노동시간 길이를 ‘7일-48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장근로를 예외로 하는 근로시간 지침이다.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한국노동연구원, 2015) 탄력근로제는 인건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른 것일 뿐이다. 노동자들이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게 되고, 수면시간이 불안정하게 되는 것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일하는 시간이 들쑥날쑥 고무줄처럼 될 경우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상을 누릴 수 없을 뿐 아니라 건강의 위협도 받을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 확대안은 기존 노동자의 건강에 관한 기준에도 어긋난다. 2018년 1월1일 고용노동부가 고시한 ‘과로사 산재인정기준’에는 만성과로의 경우, 발병 전 12주 동안 ‘주 60시간 초과(발병 전 4주 동안 1주 평균 64시간)’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다. 노동부는 고시 개정안에서 평균 업무시간이 주 52시간에 미달해도 교대근무나 휴일근무를 복합적으로 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한정애 의원안에 따라, 6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 제도를 연이어 사용하면 총 6개월(26주)간 매주 64시간(=52+12)의 근로를 하게 된다. 만성 과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다. 연속해서 사용하지 않더라도 3개월(13주)간 매주 64시간(=52+12)이 가능하기 때문에 위 고시에 의한 만성과로 기준에 해당한다.

 

고시된 단기 과로의 기준은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 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다. 그러나 한정애 의원안에 의하면, 단기 과로 요건을 훨씬 초과한다. 6개월 중 앞 3개월(13주)은 주당 0시간, 뒤 3개월(13주), 주당 64시간(=52+12)시간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탄력근로제는 야간노동, 휴일노동을 증가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시간을 불규칙하게 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실제 장시간노동은 심혈관계질환과 요통 등의 근골결계질환을 불러오며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도 훼손한다. 따라서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안은 과로사를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비판은 과장이 아니다.

 

셋째, 탄력근로제가 확대되면 연장근로 수당 없어진다는 것은 탄력근로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반론하였으나, 이 또한 근거가 잘못됐다.

 

한정애 의원실은 “노동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기업 대다수(94.2%)에서 임금감소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태조사를 실시한 김승택 박사는 “제도 도입 전후 임금총액을 비교한 것”이라며 “노사가 사전에 임금보전에 합의했거나 기본급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본급 인상(52.1%) 또는 수당 인상 및 신설(47.9%)로 임금을 보전한 결과라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 2018년 12월21일 “기업은 단위기간 확대 원한다? 사업체 3.5%만 원해”)

 

결국 노조가 없는 대다수 미조직노동자들은 일이 많이 몰리는 기간에는 장시간 노동을 하면서도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근로기준법에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 수당은 1주일(40시간) 혹은 1일(8일)을 기본으로 하여 주 및 일 단위로 근로시간의 길이를 규제하여 근로와 생활, 건강이 조화롭게 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연장근로수당을 월 단위나 연단위로 비교하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 더구나 탄력근로제에 따르면 소정근로시간 감소되는 시기에 노동자의 총급여는 줄어들 수도 있다. 기본급이 시급이나 일급이 대다수인 제조업에서는 특정 기간에 회사가 일을 안 준다면 총 급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탄력근로제가 적용되지 않는 기간이라면 경영상 필요에 의해 휴업할 경우 휴업수당을 줘야 하나,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여 소정근로시간 자체를 감소시키면 주지 않아도 된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특정기간에 몸이 축나도록 집중되게 일하는 삶이 노동권의 후퇴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게다가 한정애 의원실은 ‘임금보전방안이 서면합의에 마련된 것을 정부가 확인’하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금보전 방안을 마련하여 신고 위반시 과태료는 500만원 이하에 불과하고 서면합의의 경우 신고의무도 면제되는데, 정부가 확인하는 것이 어떤 실질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한발 양보해 임금보전 제도를 관리감독 하겠다면, 초기 논의에서 나온 형사처벌조항이 왜 빠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한국의 근로감독관 수는 국제인권기구가 여러차례 시정을 요구할 정도로 부족하며, 부당노동행위의 사각지대가 많지 않은가.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를 따라야

 

한국은 OECD최장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임금수준은 낮다. 그래서 2017년 유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위원회가 한국정부에 “1. 위원회는 최저임금이 최근 인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동자와 그 가족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 우려한다. 위원회는 다수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점에 우려 한다”고 한 것이다.

 

한정애 의원실을 비롯한 여당과 정부가 진정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지향한다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개악안을 강행해선 안 된다. 필요한 것은 낮은 기본급을 인상하고 실 노동시간이 단축되는지 제대로 관리․감독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50조(근로시간)을 현실화할 방안은 재벌을 비롯한 기업주의 이윤만 고려해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노동자들이 발 딛고 있는 노동현실을 제대로 볼 때 나올 수 있다. 법에 명시된 주 40시간 노동과 1일 8시간의 노동이 왜 지켜지지 않는지,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노동현실을 직시하기를 바란다.

 

끝으로 ILO(국제노동기구)가 1944년 ILO의 목적을 밝힌 필라데피아선언의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 문구가 무슨 의미인지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그러할 때 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임금에 대한 접근이 인권에 기반한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