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 ICT가 길이다
'스마트 그린농장' 속속 등장… 무악취·무오염 축사도 인기
전통적 농법 재배보다 생산량 20%↑·비용 30%↓
고령 농부 '거부감'이 최대 벽
[한국일보 2013.10.25]
- 전남 담양에서 30년째 딸기 농사를 지어 온 최양기(57)씨가 23일 오후 담양읍 양감리 자신의‘으뜸농장’비닐하우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최근 설치한 ICT 제어시스템을 구동하고 있다. 전남 담양=윤형권기자 yhk2@hk.co.kr
그런 담양에서 30년째 딸기 농사를 지으며, '딸기 박사'라는 명성을 쌓아온 최양기(57)씨가 최근 결단을 내렸다. 담양읍 양감리 8,580㎡ 농장의 비닐하우스 5동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시설을 도입한 것. 최씨는 "딸기 재배에 관한 한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은 여전하지만, 전국에서 가장 품질 좋은 딸기를 만들어 내려면 첨단 기술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국 농업이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원예ㆍ과수, 축산부문에서 각각 ICT기술을 접목시킨 '스마트 그린하우스'와 '지능형 축사'같은 '정밀농업'의 성공사례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완성한 "농식품 ICT 융복합 확산 대책'에 따르면 ICT 융복합 확산 및 관련 농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17년까지 2,249억원이 투입된다. 농식품부 박경아 정보화담당관은 "5,000여 시설원예 농가와 1,500개 과수재배 농가에 스마트 그린 하우스를 보급하고, 양돈ㆍ낙농 분야 500개 농가에는 지능형 축사를 보급할 계획"이라며 "5년 후에는ICT 기술과 융합된 '정밀농업'이 우리나라에도 본격 정착하게 되고, 지금보다 약 20%의 생산성 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2010년부터 진행된 탐색 차원의 ICT 기술 보급사례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ICT보급 확대가 우리나라 농업 생산성 확대에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을 확신하고 있다.
- 농작물 생장 환경을 관리하는 인터넷 화면.
대표 사례는 '무악취, 무방류, 무오염'양돈에 성공한 팜스코의 최첨단 농장이다. 국내 대표적 축산기업인 팜스코는 전북 장수에서 종돈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축사가 그렇듯이 돼지들이 쏟아내는 분뇨와 그에 따른 악취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그런데 정부 지원으로 이중 밀폐기술 및 ICT기술로 자동 구동되는 3단계 필터링 시스템을 갖춘 뒤 악취를 완벽하게 제거했다. 또 분뇨를 농장 내부에서 완전 자원화하는 데 성공했다. '무조건 많이 먹여 살찌운다'는 기존 관리법 대신 성장 단계에 따른 맞춤 사료공급으로 연간 5,000만원 가량의 원가를 절감하게 됐다.
사과 주산지인 경부 영주시에는 병해충 예찰 및 생장환경 관리시스템이 도입됐고, 진주 파프리카 농장에는 품질 좋은 파프리카를 전통 농법보다 20%이상 더 수확할 수 있게 만든 ICT 융복합 시스템이 설치됐다. 또 경북 안동에서는 ICT 기술을 노지 재배작물인 콩에도 적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은 정부 주도이지만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농업과 ICT의 융합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우성하이텍은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 내부의 환경제어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SK텔레콤은 옥토퍼스라는 통신장비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통한 시설물의 원격 제어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농업과 ICT의 완벽한 융합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은데, 가장 큰 문제는 농업인 자신이다. 농식품부 정보화담당관실 도재규 주무관은 "농민 중 고령 비중이 높아 전통 재배법에 집착하거나,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ICT기술 수용에 거부감을 보이는 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농식품ㆍICT 융복합 지원센터'를 만들어 관련 농가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 밖에도 제작사마다 제각각인 ICT 기기 및 소프트웨어 사양을 표준화하는 방법으로,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도 유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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