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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살아가는 이유

by 큰바위얼굴. 2014. 4. 18.

도착. 2번째다. 갈색 빛 책장들이 엄숙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래서 한다. / 반가운 이가 전화를 걸어 물어본다. 어디냐고. 지하철. 잘 되었다며 만나자고 한다. 맥주 한 잔. 즐겁다. 헌데 해야할 무엇을 정해 온 목적이 막아선다. 갈등이 인다. 즐기고 싶은 마음, 함께 공감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정한 일을 정해진 일을 하고자 하는 마음. 앉는다.

 

살아가는 이유는 참으로 많다. 어찌 귀하지 않겠는가! 세월호 침몰로 숨져간 이들이 기다린다. 바다로 잠겨드는 선체를 지켜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이들.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교촌 토지에 동생들 터전을 짓고자 동분서주하는 모양. 상처입은 가슴앓이 하는 아내. 가정에는 피해가 없도록 고심하는 나. 어머니의 무심한 말. 대답없는 동생들. 바라보는 것에 익숙한 모양. 해낼 수 없다는 것. 할 수 있다는 입장에 선 것. 그 차이가 현 상황과 삶을 꾸리게 만들었다면 책임 또한 내 몫.가끔 외롭고 힘들 때면 모두 놓아버리고 싶은데 할머니가 뒷굽을 잡는다. 약속했지 않느냐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부질없든 그러하든 하고자 한다면 해보는 삶을 그려보는 것. 내가 할 수 있다고 그린 그림을 완성해보는 방향. 때론 아내가 때론 어머니가 때론 자식들이 막아서겠지만 그 또한 숙명인 것. 살아가는 이유는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 있지 아니한 것. 마침 마주하면 좋고 갈라서면 어찌해볼 수 없는 것. 좋고 나쁨 속에 나를 놓아두는 것.

 

자라날 후손들에게 줄 어떤 것. 공 들여 만들어낸 축산물 유통. 통 크게 저질러보는 것. 맘껏 그린 그림 위에 뛰어노는 모양. 세상에는 못할 것은 없다. 못한다고 하니 발을 동동거린다. 세상에는 때가 있다. (2014.4월 세월호 침몰) 그곳에 있지 아니하니 애가 탄다. 1명의 슈퍼히어로를 바라본다. 시원하게 첨벙첨벙 뛰어들고 뛰어드는 모양. 한치 앞을 볼 수 없다는 말에 기술수준을 탓하고. 바다를 갈라 물을 다 말려버릴지언정 정녕코 요모양인지 매한가지인지 무너진 바람. 출렁이는 파도를 탓하니 기술이 문제냐 자연이냐. 곳곳에서 낡고 병든 산물들이 툭툭 터질 때면 여전한가 라는 생각. 왜? 시원하게 뻥 하고 뚫어줄 무엇이... 우리에겐 이다지도 없이보이는가! 김성호.

 

 

..... 그리고 그 다음날.

 

10시39분 무궁화호를 타러 서대전역으로 가는중에 다시금 건축계획서를 들춰본다. 미련이 남았나보다. 어찌 그렇지않을까! 근 4년을 끌어오면서 추진했던 무에서 유 만들기. 부족한 형편에 동생과 어머니 살 집 짓기.

 

누가 너 보러 집 지으라고 했느냐?

결국 짓지도 못할 것을 왜 했느냐?

 

가슴이 아프다. 누군가를 아무 조건없이 위한다는 것이 장남이요.. 가족이라는데.. 남겨진 결과에 대해 듣게 되는 평은 내 마음 같지않다. 슬프다. 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다고 해왔던 모든 노력들이 나를 몰아세운다.

 

수없이 고뇌하며 풀어냈던 수많은 순간들이 스쳐지나가고 날 깔보는 시각 보다는 오히려 그 순간조차 미련에 허덕이는 내 모양새가 날 더욱더 힘들게 한다. 가족은 조건없는 것. 난 처가 또한 그러하다고 여기면서 살고 있어도 보이는 것 없으니 그 마음이 보이질 않겠지 한다.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찢어지고 해진 마음을 다독이는 것 보다도 미련을 더 떨쳐낼 수 없다니.. "이젠 형도 신경쓰지마시고 편히 사세요. 우리가 알아서 살께요" 한다. 부질없다 한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과연 비울 수 있을까?

향하는 마음.. 안쓰러움을 무시할 수 있을까?

정리하려는 시도조차 신경끄라는 말에 묻힌다. 신경쓰지 말라고 했다고 써지지 않을까? 무엇을 위하든 할 만큼 다했고 선택은 몫으로 돌아가게 되니 결국 미쳤다 라고 끝매짐한다.

 

바라고 바라니 마음의 씀씀이를 볼 일이지 내가 취할 이익으로 접근하지 말지어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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