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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K-Food· ODA

삼바를 홀린 메로나

by 큰바위얼굴. 2014. 12. 8.

凍土를 녹인 도시락, 삼바를 홀린 메로나

세계인 입맛 잡은 K푸드 성공스토리

 

MK뉴스 2014.12.8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먹는 한국 컵라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해변에서 맛보는 한국 아이스크림….’

출시된 지 20년을 훌쩍 넘긴 국내 장수 식품 브랜드가 한국이 아닌 의외의 나라에서 빅히트를 치고 있다. 국내 소비자에겐 익숙하다 못해 다소 식상하기까지 하지만 외국 시장에선 그 나라의 ‘국민 먹거리’로 칭송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팔도 컵라면 ‘도시락’과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대표적이다. 미국 중국 등 대형시장 대신 ‘전혀 먹힐 것 같지 않은’ 신시장을 공략해 멋지게 성공했다. ‘K푸드 히든챔피언’은 역발상 전략을 통해 극심한 내수시장 불황을 타개하고, 우리 식품의 우수한 맛도 해외에 알리고 있다.

◆ 시장이 부르는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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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컵라면 중 해외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사각형의 ‘팔도 도시락’이다. 러시아에서 지금까지 36억개가 팔렸다. 가로 16㎝ 길이 도시락 36억개를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둘레 4만120㎞)를 14바퀴 돌고도 남는다. 누적 판매금액 12억달러(약 1조3300억원)로 러시아 컵라면 시장 1위다. 팔도가 러시아에 도시락을 처음 수출한 건 1991년. 초창기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대박이 터졌다. 부산항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가던 러시아 선원과 보따리상들이 뜻밖의 효자였다. 둥근 모양이 아닌 낮은 사각형에 뚜껑까지 있는 도시락 디자인은 야외 취식을 즐기고 기차를 자주 타는 러시아인들이 휴대하며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추운 날씨에 얼큰하고 뜨거운 국물 맛도 제대로 먹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없던 시대에 ‘입소문’ 하나로 떴다. 김영철 팔도 러시아 법인장은 “기존 컵라면 용기는 외부 충격에 내용물이 쏟아지곤 했지만 도시락은 사각 형태라 장거리 기차여행이 생활화된 러시아인들에게 유용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로 급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팔도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에서 파는 쇠고기맛에서 탈피해 러시아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 치킨, 버섯, 새우 등을 다양하게 출시했다. 도시락 안에 포크를 넣고 러시아인이 좋아하는 마요네즈 소스를 투입하는 ‘디테일의 힘’도 보여 줬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 안에 제품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주는 아이디어도 냈다. 팔도는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에도 러시아에 남았다.

김 법인장은 “대다수 한국업체가 러시아에서 철수했지만 팔도는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며 “이것이 러시아인에게 ‘팔도는 의리 있는 기업’이라는 인상을 심어 줘 지금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락은 작년 러시아에서 1900억원어치 팔렸다. 매출성장률은 1997년 600%를 기록한 후 지금까지도 매년 10%씩 달성하고 있다. 팔도는 현지에 8개 생산라인도 갖추고 있다.

◆ 사시사철 제품 팔 궁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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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멜론맛 아이스크림인 메로나를 출시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빙그레에 비수기인 겨울철의 매출 달성은 언제나 숙제였다. 제품 특성상 여름엔 매출이 높지만 겨울은 그렇지 못해 ‘겨울 장사’를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래서 빙그레는 2007년 남반구로 눈을 돌렸다.

우리의 겨울은 곧 남반구의 여름이니 국내 비수기 때 이 시장을 공략하면 사시사철 언제나 잘 팔리는 아이스크림이 될 수 있다. 그중 브라질을 점 찍었다. 브라질은 열대과일이 풍부해 과즙 음료와 이를 얼려 만든 ‘아삭한’ 아이스크림이 대세다. 빙그레는 이 허점을 파고들었다. 부드러운 연유(우유)를 섞은 메로나는 향긋한 열대과일(멜론) 맛이 나면서도 쫀득한 질감을 낸다. 아삭하고 딱딱한 아이스크림에 익숙한 브라질 사람들에겐 ‘디저트 혁명’이었다.

결과는 대박. 진출 첫 해인 2007년 한국 동포를 중심으로 3억원어치 팔리던 것이 현지인에게 입소문이 나며 2008년 9억7000만원, 2010년 12억6000만원을 거쳐 2012년엔 23억3000만원어치나 팔렸다. 지난 7년간 브라질에서 메로나 누적매출은 90억원이 넘는다. 이주영 빙그레 북남미사업부 차장은 “낙농 국가로 우유 생산이 많은 호주에선 이미 우유를 섞은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대세”라며 “특히 대도시 인구밀도가 호주보다는 브라질이 높아 성장 가능성도 브라질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메로나는 브라질에서 약 2500원에 팔리는 값비싼 제품이지만 수입 빙과류 가운데 단연 1위다.이 차장은 “브라질 수입 빙과 시장은 네슬레와 유니레버가 양분하고 있지만 이들은 현지 업체를 인수하는 형태로 진출해 있기 때문에 순수 외국 브랜드로선 메로나가 최고 인기 제품”이라고 전했다.

빙그레는 브라질 진출 7년 만인 올해 6월 현지 법인도 설립했다. 이 법인을 중심으로 브라질뿐 아니라 아르헨티나 칠레 파라과이 등 다른 중남미 국가로도 메로나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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