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탐욕과 정부 태만에 격해지는 '계란전쟁
이데일리 2015.11.5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상생경영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무시하고 대기업들이 계란 유통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하림(136480)과 삼립식품(005610)에 이어 대상그룹 계열사인 대상FNF까지도 계란 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나섰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논의등으로 소강상태에 들어갔던 ‘계란전쟁’이 재점화한 셈이다.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더딘 움직임을 틈 타 대기업이 본격적인 계란 시장 장악에 나섰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5일 중소기업청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계란유통 소상공인과 신규 진출 대기업 간 사업 조정회의가 이달 중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이날 중기청은 최근 계란 유통시장에 진출한 대상FNF와 첫 번째 사업 조정회의를 열었다. 대상FNF는 종가집이라는 브랜드로 고추장·된장 등 각종 식자재를 판매하는 대상(001680)의 자회사다. 지난해 계란 유통시장 진출을 선언한 삼립식품과의 조정회의 역시 이달 중 예고돼 있다.
강종성 계란유통협회장은 “국내 최대 축산 대기업인 하림과 SPC그룹의 계열사인 삼립식품이 계란 유통 시장에 들어온 데 이어 대상까지도 브랜드란(卵) 판매를 시작했다”며 “계란 유통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논의와 하림과의 사업 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기업들은 끊임없이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막대한 유통력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을 상대하는 것은 소상공인 입장에선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상FNF 측은 “사업조정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상세히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추후 나올 사업 조정 결과에 적극적으로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장에서는 대기업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대상FNF는 지난 5월부터 ‘아침계란’이라는 브랜드란을 팔기 시작했다. 삼립식품도 ‘서울대 오메가 밸런스 달걀’이란 제품을 지난해 9월부터 백화점을 통해 판매하고 나섰다. 하림 역시 ‘자연실록’이라는 제품을 2013년 말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속속 계란 유통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관련 산업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김수환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계란은 다른 축산물에 비해 국내 시장에 대한 소비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품”이라며 “최근 국민 식생활 습관이 서구화되면서 제과·제빵 및 기타 계란가공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시장 규모와 관련 산업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기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으로 국내 계란 유통시장 규모는 약 3조원 가량이다. 특히 지난 2012~2013년 사이에는 5000억원 가량 유통규모가 늘었다.
시장에 진출한 대기업들은 소비자 신뢰도 및 생산농가 소득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림 관계자는 “계란 생산농가들은 좋은 계란을 생산하고도 시장 교섭력이 취약해 판란(30알)으로 밖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림은 친환경농장에서 생산된 무항생제 계란이 소비자로부터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상공인들은 “대기업 진출로 유통경로가 줄어들더라도 소비자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히려 중소유통업의 위축과 고용감소를 부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중기연구원이 최근 진행한 조사는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입증했다. 중기연이 지난해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물 유통실태’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단계를 거쳐 슈퍼마켓으로 납품되는 특란 10개 단위 제품 판매가격(2200원)이 3단계를 거쳐 대형마트에 납품되는 제품 판매가(2800원)보다 오히려 600원 가량 싼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조사는 축산업 유통 종사업체 2만여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기연 관계자는 “두 사례 모두 도매유통 단위에서 큰 가격 차이(100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도 “소매상 입점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비와 이윤이 더해져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 단계를 줄이더라도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 판매되는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미온적인 움직임도 대기업의 사업 확장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계란 도매업종에 대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지연되면서 기존에 사업을 영위하지 않던 업체들까지 속속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계란 유통업에 발을 들인 하림·삼립식품·대상FNF는 중기 적합업종 협의 대상 업체에 포함돼 있지 않다. 중기청을 통해 사업 조정을 진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제야 첫 사업 조정 회의가 열린 만큼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작된 하림과의 사업 조정 회의도 지금껏 3차례 열렸을 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중기적합업종 지정을 담당하는 동반성장위원회도 “양측의 의견이 팽팽해 합의를 이루기까지 어려운 과정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계란 유통업 시장 전반을 확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달 중으로 적합업종 논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적합업종 제도는 한 쪽이 협의를 지연시켜버리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며 “적합업종 협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규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도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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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등급제’ 참여율 낮고 농가 불만
농수축산신문 2015.11.4
계란등급제가 시행된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참여율이 낮고 농가들 사이에 불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동진 대한양계협회 국장이 한국가금학회지(2015 42-3호)를 통해 발표한 ‘계란등급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2001년 대구경북양계농협(현 한국양계농협)을 통해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계란등급제가 지난해 기준 9억2000만개를 처리해 전체 계란유통물량의 6.3%에 머물고 있다. 등급란 중 1등급이상 비율이 최근 5년간 99.6%를 차지하면서 등급별 가격 차별화를 기할 수 없어 본래의 등급제 취지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히려 일반 브랜드란과 같이 인식되면서 등급판정에 소요되는 판정수수료 등 원가상승만 부추기고 있다고 논문은 지적했다. 또 계란등급제가 대기업 위주, 정부주도의 제도로 정착되면서 등급제에 참여하는 작업장이나 농가들은 거래처 확보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등급에 참여하는 농가들이 상당수 있다고 꼬집었다.
계란등급제에 참여하는 작업장 및 일반농가 7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계란등급제 만족도 설문조사에서는 만족(30%), 보통(29%), 불만(41%)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계란등급제가 계란유통의 한 부분으로 정착되고 있지만 대규모 기업위주, GP센터나 농가들의 참여 한계, 등급란의 가격차별화 부재 등 문제점을 드러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발전방안으로 희망농가 전 계군의 등급판정, 콜드체인시스템 구축, 학교급식법 개정, 등급판정 수수료 조정검토 등을 제안했다.
김동진 양계협회 국장은 “계란등급제가 생산자, 소비자, 유통업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고자 만든 제도임에도 쉽게 정착되지 않고 농가들 사이에 불만이 여전히 남아 있어 이 제도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며 “계란등급제의 정착을 위해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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