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감’ 아이디어가 대박 난다
중앙일보 2015.11.7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CEO와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 마주 앉았다. 그는 왜 인공지능 로봇이 한동안은 벤처기업가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없는지 입증했다.
실리콘밸리에선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창업 아이템이 수십억 달러의 기업가치 창출해
창업 초기의 체스키 CEO만큼 무분별하고 무모한 로봇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상 체스키 CEO뿐 아니라 어느 벤처기업인이라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요즘처럼 상식을 뛰어넘는 회사 창업의 시대엔 정말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들만이 세상에 혁신을 몰고 온다. 그런 아이디어를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에 입력하면 회로가 망가진다.
체스키 CEO와의 인터뷰는 뉴욕대학에서 진행됐다. 우리 앞에 자리 잡은 청중은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체스키 CEO는 에어비앤비의 창업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와 조 게비아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을 갓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방을 빌려 함께 지내는 백수 룸메이트였다. 방세를 낼 돈이 없었다. 어느 날 시내에서 대규모 디자인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호텔 방이 동났다. 두 사람은 에어 침대 3개에 바람을 넣은 뒤 웹사이트를 구축해 침대를 빌려주고 조식으로 시리얼을 제공한다는 광고를 냈다. AirbedAndBreakfast.com은 그렇게 탄생했다. 3명의 고객을 받았다.
“굉장한 아이디어처럼 들리나요?” 체스키는 스스로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누군가 말하더군요. ‘자네 아이디어에 관해서는 걱정하지 말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아이디어가 좋은 아이디어야.”
최근에 벤록의 벤처자본가 브라이언 로버츠는 ‘비공감(nonconsensus)’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이런 회사들은 “다른 사람은 뛰어넘을 수 없거나 또는 뛰어넘는다 해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으리라고 흔히 생각하는 뭔가”를 분명 갖고 있다. 예컨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스냅챗이 후자에 해당된다. 처음에는 섹스팅(휴대전화를 통한 섹스 관련 문자나 사진 주고받기)하는 십대들 아니면 누가 자신의 알몸 셀카 사진을 사라지게 하는 서비스에 관심을 갖겠느냐고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품었다. 오늘날 스냅챗의 기업가치는 160억 달러에 달한다.
왜 그런 비공감 아이디어를 찾을까? 요즘처럼 항상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 연결된 시대에는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오픈소스(원천기술 공개) 소프트웨어 덕분에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짧은 시간에 극히 적은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해 보면 어떤 아이디어가 그럴싸해 보이는 순간 30개 회사가 벌써 자리를 잡고 관심·투자·고객을 끌어들이려 경쟁을 벌인다. 그런 사업은 세상을 뒤집어엎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혁신을 일으키지 못한다.
에이비앤비와 스냅챗 같은 ‘비공감’ 기업은 음지에서 몸을 낮춘 채 해볼 만한 가치가 없는 사업을 펼칠 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초연결 시대의 또 다른 혁신이 모습을 드러낸다. 벤처 자본가 로버츠의 말마따나 “극히 짧은 시간에 비공감에서 공감으로 인식이 바뀔 때쯤 그 회사는 뛰어넘기 힘든 경쟁 우위를 누리게 된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한 순간 ‘펑!’ 터진다. 트윗, 좋아요(페이스북), 핀(핀터레스트), 공유를 통해 순식간에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슬랙(업무용 메신저), 드롭박스(파일 공유 서비스), 유튜브 등 우리는 그런 사례를 숱하게 목격했다. 에어비앤비의 경우 그런 비약의 순간이 2011년에 찾아왔다. 오늘날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방의 수는 힐튼·매리어트·하얏트 호텔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기업 가치는 255억 달러다.
달라진 부분은 속도다. 비공감 아이디어는 원래부터 최대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었다(1904년 킹 질레트가 일회용 안전 면도기 판매를 시작했을 때 대다수의 남성은 접이식 일자 면도기를 왜 버려야 하는지 의아해 했다). 그러나 과거엔 사업을 시작하려면 종종 생산을 하고 광고를 통해 제품을 널리 소문내야 했다. 공감 아이디어로의 전환은 전등 스위치 올리기보다 장기 여행에 더 가까웠다. 발명품은 특허권으로 수십 년 동안 보호받을 수 있다. 오늘날 특허권 신청에 관심을 갖는 신생 벤처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럴 시간이 없다. 그보다는 제품이 공감으로 전환할 때까지 잠재적 경쟁자들이 계속 정신 나간 아이디어로 생각하도록 만들어 따라잡지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 더 나은 방어수단이다.
그렇다면 비공감 아이디어 탐색의 최대 과제는 평범한 아이디어 속에서 주옥 같은 비공감 아이디어를 가려내는 것이다. 체스키 CEO가 에어 침대를 임대하던 창업 초기 단계에는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솔직히 말하라면 투자자든 벤처기업가든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할 것이다. 체스키 CEO의 조언을 들어보자. “자기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면 된다.” 자신의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다 보면 훗날 많은 사람이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돌이켜보면 전설적인 벤처기업가들은 단순히 뭔가를 발명하는 것만이 자신의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거기까지는 쉬운 부분일지 모른다. 체스키 CEO 같은 사람이 우연히 그런 행운을 만날 수도 있다. 진짜 과제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비공감 아이디어에는 속성상 수요가 없다. 아무도 그것을 원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에어비앤비 구상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행 중 다른 사람의 집에 묵는 일이 멋진 경험이라고 대중시장을 설득한 것이 그 회사의 진짜 성공비결이었다.
이쯤에서 우리 이야기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모두 앗아가리라는 우려 말이다. 체스키 CEO와 인터뷰 하기 며칠 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기계학습 기술을 개발하는 조셉 시로쉬를 만났다. 그는 과거의 데이터에 기초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 예측하는 기계들의 능력이 얼마나 놀라운 수준으로 발전했는지 설명했다. 기계들이 이제껏 생성된 의학연구와 환자 데이터를 모조리 빨아들여 대다수 의사가 알지도 못하는 희귀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뛰어난 비공감 아이디어는 그 반대 쪽에서 나온다. 시로쉬의 말대로 과거의 데이터는 언제나 비공감 아이디어가 실패한다고 말해준다. 인공지능으로 2008년의 에어비앤비를 분석하면 체스키 CEO에게 다른 아이디어를 택하라고 제안했을 것이다. 대선 후보 테마의 조식 시리얼을 만드는 일 말이다. 체스키와 게비아는 실제로 ‘오바마 O’ 와 ‘캡틴 매케인(당시 존 매케인이 공화당 대선 후보였다)’ 시리얼 박스를 판매해 에어비앤비 자금을 조달했다.
요즘 세상에선 인간의 최대 가치(우리의 궁극적인 강점)는 터무니없는 일을 해내려는 의지인 듯하다.
- 케빈 매니 뉴스위크 기자 / 번역 차진우
..
승부수 던진 쿠팡, 안전펜스 마련한 절벽에 서다
이코노믹리뷰 2015.11.6
쿠팡이 지난 3일 ‘쿠팡의 혁신과 변화’를 화두로 걸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4만 명을 채용하고 전국의 물류센터를 14곳에서 21곳으로 늘린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이 나왔다. 김범석 대표의 발표 이후 등장한 전 알리바바 물류부문 대표 헨리로 쿠팡 수석부사장은 로켓배송을 기술과 배송기사, 주문처리, 고객서비스가 결합된 ‘새로운 서비스’라고 명명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다.
이후 다양한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과 더불어 쿠팡의 비전을 의심하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쿠팡의 키워드를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찬사도 나온다. 누구 말이 맞을까? 쿠팡의 약속이 전격적으로 이행되고 추가투자자들이 등장해 실탄을 탑재하는 분위기를 살펴야 하겠지만, 사실 양쪽 모두 일리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 간격에서 묘한 지점도 보인다.
쿠팡의 정체는? O2O는?
우선 전제해야할 지점이 있다. 쿠팡의 정체성이다. 이들이 소셜커머스인가? 아니다. 당초 우리나라에는 소셜커머스가 없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매일 새로운 제품을 기습적으로 제공하는 ‘데일리딜’ 방식으로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핫딜’을 추구하며 수단적 방법으로 SNS를 이용하는 기업이 소셜커머스다. 그런데 쿠팡과 위메프, 티몬이 SNS를 통해 핫딜을 주력으로 삼는가? 아니다. 이들은 오픈마켓의 변형이다. 정확히 말하면 판을 깔아주는 선에서 머물러 있던 오픈마켓이 더욱 모바일 친화적으로 변하고, 데일리딜의 방식을 교묘하게 삽입한 상태다. 여기에 로켓배송과 같은 재미있는 수단이 삽입된 것이 쿠팡이다.
더 자세히 보자. 쿠팡은 데일리딜 방식을 유지하며 거의 오픈마켓처럼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 모바일 인터페이스를 강조하며 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취급하는 물품도 오픈마켓처럼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오픈마켓과 다른 점도 분명히 있다. 데일리딜 방식을 차용하고 있는 지점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필요할 물건을 구입할때만 쿠팡에 오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무슨 물건이 저렴하게 나올까?’라는 기대감으로 접근하게 된다. 더욱 동적이다. 여기에 쿠팡을 비롯한 한국형 변종 소셜커머스들은 적극적인 큐레이션 기능을 작동시켜 상품의 발굴과 마케팅, AS까지 책임지고 있다. 3인방의 적자구조가 심한 이유다.
이 지점에서 O2O 개념도 짚어보자면, 이는 철저한 빅데이터의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O2O는 온디맨드 서비스의 방향성까지 바꾸는 막강한 저력을 바탕으로 ‘편리함’을 추구한다. 여기에서 관문을 맡은 플랫폼 사업자는 자연스럽게 데이터를 체화하게 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에도 도전할 여력이 생긴다. 넷플릭스가 어떻게 무서운 기세로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보라. 사용자에게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대하면서도 유용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세분화가 가능해지는 무한루프가 가능해진다.
다만 조심해야할 부분은, O2O의 특성 중 배송에 있어, 특히 쿠팡맨의 존재를 설명하며 ‘사람냄새’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맨에게서 풍기는 사람냄새는 부차적인 결과며, 언젠가 대체되어야 하는 시스템의 발전에 있어 일종의 징검다리일 뿐이다. 극단적으로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결론적으로 O2O는 쿠팡과 같은 기업 입장에서 데이터의 측면에서 강조되어야 하며, 사람냄새는 철저히 걷어내야 한다. “쿠팡맨이 참 친절해, 쿠팡 잘 될거야”라고 말하지 말자.
▲ 출처=뉴시스
현실가능성? 중요한가? 중요하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쿠팡의 전략을 살피자. 일단 쿠팡이 2017년까지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4만 명을 채용하고 전국의 물류센터를 14곳에서 21곳으로 늘린다는 점에 주목하자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가능해진다. “이게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야?”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주목해야할 부분은 쿠팡의 이러한 목표가 전혀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쿠팡은 소셜커머스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커머스도 아니다. 변종이다. 이 지점에서 공격적인 물류 시스템을 확충한다? 이 단계에서 이미 쿠팡은 온라인을 뛰어넘었다. O2O의 가능성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생태계를 확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크기를 말하며 쿠팡의 비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틀린 말이다.
여기서 시야를 더욱 넓혀보자. 소프트뱅크를 기점으로 아시아를 훑으면 인도의 스냅딜과 중국의 알리바바, 한국의 쿠팡이 일종의 블록을 형성한다. 스냅딜은 빠르고 강하며, 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및 유럽을 연결할 수 있는 교두보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알리바바는 최근 주춤하고 있으나, 또 의외로 배송시스템이 허약하지만 말이 필요없는 글로벌 상거래 시장의 강자다.
이 대목에서 소프트뱅크가 쿠팡을 지목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뱅크는 한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목표로 쿠팡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것이 아니다. 알리바바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지에, 변종 소셜커머스의 콘텐츠적 기능도 품으며 아시아를 하나로 묶는 블록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이 커진다.
재미있는 지점은 또 있다. 방금 말한 논리를 따라가면 시장의 사이즈가 커지니 ‘대대적인 투자를 생각할 여지는 있겠네’라는 추측이 가능한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뤄지지 않아도 그만이다. 기업이 정책을 세우고 공언했다지만 이를 어긴다고 처벌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책을 발표하고 강하게 추진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게다가 쿠팡은 현재 불법배송 문제로 기존 물류업체의 견제에 시달리는 상황인데, 4만 명에 달하는 일자리 창출은 정부의 입장에도 매우 달콤하다. 일자리 창출! 카카오가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물론 쿠팡이 대책없이 정책을 발표했을 가능성은 낮다. 어느 정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기존 오프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을 포함한 온오프라인 통합 커머스 시장 제패를 위해 강력한 물류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며 굵직굵직한 투자를 이끌어내면 금상첨화다.
축차투입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영악하다. 비전을 빵빵 터트리며 소소한 불만을 잠재우는 한편, 꽤 훌륭한 모델을 내세워 투자를 지속적으로 받아 이를 생태계 구축에 ‘무자비한 방식’으로 투입한다. 언제까지? 국내 온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을 제패하고 스냅딜-알리바바-쿠팡의 블록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때까지. 쿠팡맨도 이러한 전략에 스스럼없이 녹아있다.
결론적으로 쿠팡은 자신을 공격하는 자들의 공세를 피해 절벽 위에 스스로 섰다. 그리고 밑에는 안전펜스를 설치한 후 하늘을 보며 외치고 있다. “더 높은 곳을 보여주겠습니다!” 깜짝 놀란 사람들이 쿠팡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 지점에서 쿠팡은 절벽에서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떨어질지, 비상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쿠팡은 이 대목에서 “하늘로 올라갈테니 우리를 믿어 보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축산이슈 > 시장상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에 공짜는 없다 (0) | 2015.11.12 |
---|---|
국민 3대 간식’ 순대·떡볶이·달걀 식품안전인증 의무화 (0) | 2015.11.10 |
어! 장관님이 TV 홈쇼핑에… (0) | 2015.11.06 |
대기업 탐욕과 정부 태만에 격해지는 '계란전쟁, 그리고.. (0) | 2015.11.05 |
버크셔K (0) | 2015.11.0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