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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PB 상품이 바꾸는 소비구조

by 큰바위얼굴. 2015. 11. 25.

꼴찌의 반란… 1위 업체 위협하는 PB 상품

 

조선일보 2015.11.25

 

거품 뺀 가격으로 승부… 매출 1위 효자상품 떠올라
기존 업체들도 시장 지키려 중량 늘리고 특가 판매

연세우유는 우유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이 4%를 밑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홈플러스와 손잡고 만든 '좋은상품 1A 우유 1L(리터)'짜리가 홈플러스 우유 총매출의 50%를 넘는다. 대형마트 3사에서 팔리는 서울우유 1L짜리보다 많이 팔리며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홈플러스의 효자 상품이다.

물티슈를 만드는 중소기업 한울생약은 깨끗한나라·유한킴벌리 등 대형 업체를 제치고 올 7월부터 이마트에서 물티슈 판매 1위다. 이마트와 합작한 800원짜리 '노브랜드 물티슈'가 하루 평균 1만6000개씩 팔리고 있다. 전체 물티슈 시장점유율도 10%에서 15%로 상승해 3위이던 업계 순위가 2위로 올랐다. 한종우 한울생약 대표는 "지난해 200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300억원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형마트가 업계 후발 주자들과 제휴해 만든 자체 브랜드, 이른바 'PB(Private Brand) 상품'이 잇따라 성공하고 있다. 최근 성공한 PB 상품은 꼭 필요한 기능과 품질만 갖추고 광고·마케팅·유통 비용을 절약해 가격을 낮춘 게 특징이다.

"비용 절감이 성공 비결"

제주삼다수는 생수 중에서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물맛을 따지는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아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다수는 홈플러스 매장에서는 2위로 밀렸다. 롯데칠성음료가 만든 '홈플러스 좋은상품 맑은 샘물 2L'가 삼다수를 밀어낸 것. 실제 이 생수의 판매 가격은 360원으로 삼다수(910원)의 절반도 안 된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수원지(水源地)가 전북 순창으로, 품질에서 다른 생수에 뒤지지 않는다"며 "광고 판촉과 재고 관리 비용을 절약해 삼다수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 수 있다"고 말했다.

1위 제품 누른 후발 기업 PB 상품 정리 그래픽

과자도 거품을 뺀 PB 제품들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롯데마트롯데제과와 공동으로 만든 '통큰 초코파이'는 2년 전 출시하자마자 오리온 초코파이 매출을 앞질렀다. 33개에 7200원으로 27개에 8640원인 오리온보다 개당 가격이 30% 저렴하다. 이마트가 말레이시아 업체와 만든 '노브랜드 감자칩'과 롯데마트가 해태제과와 협업한 '통큰 감자칩' 역시 가격 대비 많은 양으로 포카칩(오리온)과 포테이토칩(농심)을 위협하고 있다. 노병간 이마트 노브랜드 팀장은 "핵심 기능과 가격을 중시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PB 상품이 호평받고 있다"고 말했다.

맞대응 나서는 1위 기업들

PB 제품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1위 업체들도 수성(守成)에 나서고 있다. 파이와 감자칩 시장의 선두인 오리온은 올 8월 포카칩 무게를 10% 늘린 데 이어, 지난달엔 초코파이 중량을 11% 정도 늘리면서 가격은 올리지 않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착한 포장' 프로젝트의 하나로 원가 절감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중량과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를 잡기 위한 대책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이마트 매장에서 LG생활건강이나 모나리자에서 만든 2000~3000원짜리 물티슈를 1000원에 파는 특가(特價) 행사를 자주 벌이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이마트가 2013년 종근당건강과 협업해 만든 '이마트 홍삼정240g'이 같은 용량의 '정관장 홍삼정' 매출을 앞지르자 인삼공사는 아예 이마트에 240g 제품 납품을 중단했다. 정관장은 19만원대인데 이마트 제품은 9만9000원으로 절반에 불과해 가격 경쟁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안승호 숭실대 교수(경영학과)는 "불황이 길어질수록 저가형 PB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며 "기존 브랜드들이 마진을 줄이는 식으로 경쟁해 소비자 혜택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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