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난 당신을 생각해요~" 하며 절로 나온 노래 장단에 맞춰 흥얼거리며 아이들 방으로 향한다.
영노리~ 영타리~ (눈도 꿈쩍 하지 않는다. 그래도 흥겹기만 하다)
미애의 반가운 선물(케익)에 놀란 듯 눈을 뜨고, 그 마음을 카톡에 담아 보낸다.
< 마흔 두번째 생일 이라고 구글검색한 결과 >
42살을 맞이하는데, 반올림 하면 40살이라 초를 40개 준비했다고 전한다. 깜짝 놀란 내 말에 아내가 대답하는데, 난 아리송하다. 그래도 뭐, 마흔이면 어떻구 마흔둘이면 어떤가? 나이를 생각하기에는 죽음을 보다 많이 접하는 삶 속에서 하나씩 준비하는 마음이 되어 있다. "아버지" 하고 이름을 되새기면 가슴이 찡하다. 미련이 많다. 더 잘 할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서로 나누지 못한 그 못다한 정이 안타깝다. 설을 맞이하며 엎드려 절하니 조상들이 기꺼워 하더라 하는 말, 난 그렇게 믿고 그 믿음을 담아 절을 한다. 내 옆에 나란히 선 남동생 윤호, 아들들 영록, 영탁, 치형이가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그래 이러면 족해"
새롭게 변해가는 세상살이는 즐거움의 대상이 아닌 듯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지친 나머지 여유를 잃어버린 투정에 가깝다. 지극히 변하지 않는 무료한 삶이 이럴까!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 허전함을 채울 수 없을 듯 하기만 하다. 돈이란 쓰기 위한 용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정아는 이런 내 맘을 알까. 동생들에게 바랐던 마음과 (이게 최선이야 하는) 결과를 놓고 풀어나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래 이러면 족해" 하기에는 부족하다.
"언니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하는 답장이 왔다. 이때, 크게 틀어놓아 '누구나 알만한 노래'에 대해 "시끄러워" 하는 아내, 아들들 깨라고 했더니 정작 바람은 기척이 없고 눈귀가 밝은 아내의 호통만 듣는다.
블로그는 내게 뭘까? 무심히 이미 작성한 글들을 읽어가면서 "그래 맞어" 하면서도 "이건 좀" 하는 넉두리도 하고, 읽어내려가는 눈길 따라 마음이 절로 숙연해진다. 그때 이런 걸 바랐구나 맞장구 친다. 하루를 셈없이 살아가서인지 기억이 가물거린다. 블로그는 내 일기요,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다. 내 마음의 파문 못지않게 함께 나누고 싶은 소식이다. 이야기이다. "그래 이러면 족해" 하며 그 마음을 회복한다.
"이제는 어디로~ 나는 어디로~ 아직 너에게 고백 들어선 안돼~" 아아아, 내 말이 그렇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국제시장이 떠오르고 성당에서는 할머니를, 그리고 일상 중에는 어머니를, 종종 듣는 "그럼 나는" 하는 아내는 언제나 함께 있음에도 까탈스럽게 구는 모양새가 싫지 않다. 내겐 무적의 군단이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여지가 큰 강력한 무기다. 아들은 내게 힘이다. "아빠, 회사가?" 하며 묻는 가장 먼저 일어난 치형이는 고개를 젖는 내게 "나도 안가" 한다. 이 짜식은 언제 존댓말을 할까 하는 아쉬움 보다는 회사가지 말라는 아이의 바람이 글의 작성을 멈추라고 종용한다. 치형이는 개구장이다. 내 모습, 영록이 모습, 영탁이 모습, 심지어(?) 아내와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하니 그 장난스런 모습이 상상이 가는가! 아이는 자란다. 그리고 아이를 다시 보며 되돌아 본다. 반추하고 면면히 이어짐에 푸근해한다. 가끔 아니 종종 가슴을 쿡 하고 찌르기도 하지만 그게 없다면 만끽한 행복감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기꺼이 맞이한다. 아아아, 치형이가 내 옆에 와 앉는다. 참고로, 치형이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지금 내가 이 글에 자기 이야기 하는 줄 모른다. ㅎㅎ
"그래 이러면 족해" 하면서 살기로 난 내 생일에 되뇌어 본다. 감사하다. 이글을 읽는 이에게 평화와 잠깐의 여유로움에서 행복감이 묻어 퍼지길,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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