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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우유 남아돈다는데… 분유 수입 급증 기현상

by 큰바위얼굴. 2016. 3. 24.

우유 남아돈다는데… 분유 수입 급증 기현상


조선일보 2016.3.24



[2011년 미국산 300t 수입, 작년엔 5700t… 4년 새 19배 늘어]

국산 분유 원가 ㎏당 1만2000원, 미국산은 운송비 합쳐도 4000원
분유 재고량 2만t에 육박해도 식품업체, 수입산 분유 주로 써
2013년 원유가 연동제 도입으로 우유 안팔려도 가격은 계속 올라
시장상황에 별다른 영향 안받아 "이해관계 얽혀 구조조정 못해"

우유 공급과잉으로 재고가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외국산 분유 수입도 덩달아 증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분유 수입물량은 2010년 9270t에서 지난해 2만3296t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미국으로부터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전인 2007~2011년에는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분유가 연평균 300t, 금액으로 90만달러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5700t, 128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물량으로는 19배, 금액으로는 14배 증가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국산 우유 재고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유는 저장기간이 짧아 신선우유로 팔리지 않은 물량은 즉시 분유로 가공해 저장하는데, 2010년 1050t이었던 분유 재고량은 현재 2만t에 육박한다.

늘어나는 분유 수입·재고 외

한쪽에서는 국산 분유 재고로 골치를 썩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외국산 분유 수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가격 차이 때문이다. 국산 분유는 원가가 ㎏당 1만2000원에 달하는 반면, 미국산 분유 가격은 ㎏당 2달러(약 2300원)로 국산의 약 6분의 1에 불과하다. 운송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4000원이 채 안 된다. 이 때문에 초콜릿이나 아이스크림, 가공유 등을 만드는 식품업체들이 국산 대신 수입산 분유를 주로 사다 쓴다.

국산과 수입 분유 간에 이렇게 가격 차이가 벌어지게 된 까닭은 국산 우유 가격이 시장원리와 관계없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유 초과공급현상이 벌어지면서 뉴질랜드의 경우 원유 가격이 2014년 ㎏당 582원에서 지난해 298원으로 떨어졌고, 미국도 570원에서 394원으로 가격이 조정됐다. 이에 따라 수입산 분유 가격도 자연히 떨어졌다.

반면 국산 원유는 수요·공급과 관계없이 가격이 정해지는 구조다. 우유 가격을 놓고 낙농가와 유가공업계 간에 매년 극단적인 대립이 벌어지자, 정부는 우유생산비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공식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 연동제를 2013년 도입했다. 이 때문에 아무리 우유가 팔리지 않아도 원유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원유 수취가격은 2013년 1022원에서 올해 2월 현재 1101원으로 7.8% 올랐다.

우유가 차고 넘쳐 폐기할 지경에 이르렀다면 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누군가는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한 이치지만, 낙농가와 우유업체 어느 쪽도 큰 피해가 없다. 낙농가는 쿼터제에 따라 미리 정한 양을 우유업체에 넘길 수 있어 시장 상황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유업체는 우유 소비량 감소에 타격을 받긴 하지만, 쿼터 이상의 원유를 가공용으로 매입하는 경우 국내 가격보다 훨씬 싼 국제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받는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평년에는 150억원 정도의 보조금을 지급했는데, 지난해에는 우유가 많이 남아서 보조금 액수가 41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런 지원에 가공유 시장의 성장, 중국 수출 등에 힘입어 우유업체들의 실적은 생각만큼 나쁘지 않다. 지난해 남양유업은 20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매일유업도 36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유 소비가 줄면 생산을 줄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여러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구조조정은 손도 못 대고 있다"며 "보조금으로 쓰이는 세금은 세금대로 내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우유를 사먹어야 하는 소비자들이 최대 피해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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