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나 못 죽이는 나라
머니투데이 2016.4.19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임직원수 1만3000여명, 같은 시기 거제시 인구 25만5828명의 5%를 넘는다. 1인 평균 연간급여는 7500만원. 2013년 거제의 1인당 GDP가 5만 달러를 돌파했는데, 삼성중공업과 함께 거제의 평균치를 끌어 올렸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이 망하면 거제경제가 휘청거리게 된다.
김한표 새누리당 당선자가 총선 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조선업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까닭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협력업체의 임직원과 그 가족들의 표수까지 헤아렸던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대마불사인 이유는 또 있다. 수출입은행은 대출금과 이행보증금을 합쳐 8조원을 대우조선해양에 물렸다. 이 때문에 BIS비율이 9%대로 떨어져 대주주인 산업은행으로부터 5000억원의 출자를 받기로 했다. 산업은행 역시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 등이 4조원을 웃돈다. 대우조선해양이 망하면 두 은행이 타격을 받는 공동운명체가 된 셈이다. 그래서 대우조선해양의 천문학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두 은행은 4조2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올해 수주가 전무하고 해외의 계열 조선소 물량을 끌어 오는 수준인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은 난망하다. 두 은행이 돈을 얼마나 더 퍼부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좀비기업에 실탄을 소진하면서 훨씬 적은 자금이 투입돼도 살릴 수 있던 더 나은 기업에 돌아갈 자원은 사라졌다.
이렇게 되자,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당위론이 점증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강연에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중 1,2개는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인 불황과 공급과잉이 원인인데 세계경기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으니 공급이라도 줄여야 하고, 3개사 모두 일감부족으로 죽는 것은 막자는 논리였다. 울산과 거제가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가 공장문을 닫으면서 비운의 도시가 된 스웨덴의 말뫼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이 에둘러 말했지만, 대형사 중 구조조정의 일차적 대상은 1989년, 2000년에 이어 산업은행이 세 번이나 혈세를 집어 넣은 대우조선해양이 될 수 밖에 없다. 구체적 방법은 회사 문을 닫지는 않더라도 도크 일부를 폐쇄하거나 방위산업용 특수선만 만들거나 하는 식으로 공급능력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언급했듯이, 대우조선해양은 대마불사다.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이유로 몇몇 중형 조선소도 경제적, 정치적 파급효과가 커서 죽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에게 기업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그가 마주한 상황은 이처럼 그리 간단치 않다.
게다가 시기도 좋지 않다. 정권 초반에 힘이 있을 때 해도 제대로 될까 말까 한 게 구조조정인데, 총선 뒤 여소야대로 정치 지형이 바뀌었고, 정부의 정책 추진력은 급전직하중인 시점이다.
해당 기업과 노조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국회의원 등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저항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다.
정치권의 경우 노조 편을 드는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도 장벽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현대중공업을 찾아 “쉬운 해고나 구조조정을 막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게 단적인 예다. 그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에 위치한 한진중공업 노조는 채권단이 상선사업을 접자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총선에서 공개적으로 김 대표 지지를 표명하며 그의 도움을 청했다.
시간도 부족하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정치권은 대선모드로 들어간다. 대선에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 뿐만 아니라 울산(현대중공업), 창원(STX조선해양), 부산(한진중공업), 통영(성동조선해양), 사천(SPP조선)의 표를 못 얻으면 이기기 어렵다.
대량 실업과 지역경제 침체, 은행 등 금융권 부실채권 증가, 일시적 성장률 저하 등 구조조정의 후유증은 불가피한데, 3% 성장률을 지키려는 정부가 이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러므로 유 부총리의 발언이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으려면 조선 뿐 아니라, 해운, 철강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에서 대마를 죽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나라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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