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투명해진다지만, 시장 자율성 훼손
2017.9.1 조선일보
[닭고기 오늘부터 프랜차이즈 납품가격 공개]
- "살아있는 닭 1㎏ 1339원 "
소비자에 값정보 제공은 처음… 치킨값 인상에 압력될 듯
업체 "가격 결정 왜곡될수도"
9월 1일부터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나 대형 마트에 납품되는 닭고기의 원가가 공개된다. 살아있는 닭부터 도축된 닭까지 판매 가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닭고기는 경매를 거치지 않고 거래되는 유통 구조 탓에 가격 공개가 안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닭고기 가격 공개로 생닭이나 치킨 가격이 부당하게 높은 수준으로 매겨지지 못하도록 사회적 압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원가 공개가 다른 규제 수단과 결합할 경우 가격 결정을 왜곡하고, 시장경제 원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닭고기 유통 단계별 가격, 최초 공개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의 94%는 하림 등 전문 공급 업체가 농가에 닭 사육을 위탁해 생산한 물량이다. 하림 등은 위탁 농가에서 닭을 사들여 도축한 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나 대형 마트에 납품한다. 이 과정에서 살아 있는 닭이나 도축된 닭의 값이 공개되지 않아, 소비자 불만이 컸다. 프랜차이즈 치킨 값이 오를 때마다 "닭값을 포함한 원가를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 ▲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에 납품되는 닭고기 가격이 오늘(1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31일 전북 익산의 육계 가공업체 하림 공장에서 한 직원이 닭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닭고기 가격 공시'를 9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공시되는 가격은 크게 세 가지다. 하림 등 공급 업체가 위탁 사육 농가에서 살아 있는 닭을 사들이는 가격, 공급 업체가 도축해 대형 마트나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하는 가격이 각각 공개된다. 공급업체와 위탁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닭을 키우는 농가들이 중간상인에게 판매하는 살아있는 닭 가격도 공개된다.
이들 가격은 농식품부 홈페이지(www.mafra.go.kr),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www.ekape.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 평균 가격이 날짜별로 나온다. 예컨대 '8월 28일 기준, 살아있는 닭(중 크기)은 1㎏에 1339원, 도축돼 납품된 닭(10호 크기)은 1㎏에 2410원(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또는 3740원(대형 마트)'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납품 가격은 닭고기 공급 업체별로 공개되지만, 해당 업체 이름은 비공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에 납품되는 닭고기 가격이 공시됨에 따라 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 가격을 인상할 때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치킨 가격을 생닭 가격에 연동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말했다.
◇축산물 가격 공시, 2019년까지 확대
닭고기 가격 공개는 하림 등 9개 닭고기 공급 업체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게 됐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닭고기를 포함한 축산물 가격 공개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하반기부터 닭고기와 오리고기에 대해 '의무적 가격 공시제'를 적용할 예정이다. 공시하지 않는 업체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물리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어 2019년부터는 닭고기, 오리고기뿐 아니라 소고기, 돼지고기까지 유통 단계별 가격을 반드시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축산물 가격 의무적 신고제' 시행을 목표로 농식품부가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한다.
◇"시장원리 침해 우려" vs "미국도 시행한 제도"
농식품부의 닭고기 가격 공시에 대해,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가격 결정에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A업체 임원은 "치킨 가격은 닭고기 값뿐 아니라 점원·배달원 인건비, 점포 임차료 등 다른 요소에 의해서도 오르내리게 돼 있다"면서 "치킨 가격을 닭고기 값에만 연동시킨다면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안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B업체 간부는 "이번 정부 들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업계의 원가뿐 아니라 유통 마진까지 조사해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다른 규제와 결합할 경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원리 자체가 허물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가격 공시는 닭고기 값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에선 축산물 유통 단계별로 업체들이 가격뿐 아니라 거래 물량까지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제재를 당하는 의무적 신고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01/2017090100006.html#csidx806319362a6424faa385c97795324c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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