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위한 방안은?동물복지국회포럼 토론회 열려
데일리벳 2017.9.15.
국회 차원에서 동물보호복지 논의를 이끌어 가고 있는 동물복지국회포럼(대표 박홍근·이헌승·황주홍·이정미 의원)이 농장동물의 밀집 사육 문제와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동물복지 농장 확대가 필요하고 동물복지가 중요하다’는 대전제에 모두 공감했지만 농장동물의 복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다소 입장 차이를 보였다.
“고병원성 AI 사태, 살충제 계란 파동의 근본적 해결책 필요”
이 날 토론회는 살충제 계란 파동을 계기로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정부, 관련 기관 및 시민단체와 ‘한국형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공론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홍근, 이헌승, 이정미 의원과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차관이 직접 참석해 의견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동물보호단체에서 가금농장의 케이지사육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었을 때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살충제 계란 문제가 터지고 국민들의 먹거리 걱정이 커지면서 현실화되고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동물복지 농장 확대를 위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흐름과 추세는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 때 정부의 허술한 조사로 부적합 농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며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졌고 양계업계, 식당, 가공업체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축산물과 축산물가공품에 사육방법에 대한 표시를 확대·의무화’하는 축산물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조류인플루엔자가 1차 경고였고,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이 2차 경고라고 본다”며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져 사는 사회인만큼 동물복지 문제는 인류와 직결된 문제다. 밀집사육이 낳는 병폐, 독성사회 문제에 대해 팔 걷어붙이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고 전했다.
19대 국회에서 박홍근 의원과 함께 동물복지국회포럼을 창립하고 공동대표를 맡았던 문정림 전 의원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왼쪽부터 이정미 의원, 이헌승 의원, 박홍근 의원, 김현수 차관, 김한정 의원
“동물복지 인증농장은 현재 138개”
“고병원성 AI발생률 14.9% VS 1.08%…사실상 동물복지 농장에서 AI발생 드물어”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문운경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이며, 2012년 산란계 농장을 시작으로 현재 돼지, 육계, 한우·육우, 젖소, 염소, 오리 농장에서 시행 중이다.
9월 15일 기준 138개 농장이 인증을 받았다(산란계 94, 돼지 13, 육계 23, 젖소 8).
동물복지 축산물 인증 표시를 하기 위해서는 동물복지 농장에서 키워진 동물이 동물복지 인증 차량으로 도축장까지 운송된 뒤 동물복지 인증 도축장에서 도축되어야 한다.
단, 계란과 우유의 경우에는 동물복지 농장 인증만 받으면 동물복지 축산물 표시를 할 수 있다.
문운경 과장은 “2016년 통계청 자료 기준, 전체 산란계 농장 중 14.9%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는 동안 산란계 농장 92개소에서는 단 1개소에서만 AI가 발생하여 발생률이 1.08%에 그쳤다”고 말했다.
또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은 2년전 음성 지역에서 AI 발생이 매우 심각할 때 버티다가 발생한 경우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20170915forum2
문운경 과장
사실상 케이지 사육 없는 독일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이혜원 박사(건국대 3R 동물복지연구소)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의 농장동물복지 현황을 소개했다.
유럽연합(EU)은 2012년 1월부터 산란계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시켰으며 2013년부터 모돈의 사육틀 일부를 금지하고, 동물실험 화장품 판매를 금지했다. 단, 수컷 돼지 거세시 마취를 의무화하는 방안의 경우 10년 넘게 논의 중이나 아직 의무화되지 않았다.
이혜원 박사는 산란계의 정상적인 행동과 독일의 산란계 농장 구조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64%의 산란계 농장이 평사형 사육을 하고 있으며, 방사형이 25%, 유기농형이 9%였다. 배터리 케이지의 경우 2%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곧 사라질 예정이다.
법으로 금지되기 전에 생산자 단체에서 먼저 ‘닭의 부리 자르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혜원 박사는 배터리 케이지 안에만 갇혀있는 닭들이 뼈가 약해지고 생산성도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 박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케이지에서 사육한 닭이 그렇지 않은 닭에 비해 낮은 강도에서 뼈가 골절됐으며, 깨진 계란의 비율도 높았다.
“소비자의 윤리적 소비 중요”
동물복지 바라보는 시각 차이도 존재
토론회 참석자들은 소비자들의 윤리적 소비가 중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의 동물복지 축산물을 소비하지 않는 이상 정부와 농가, 시민단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동물복지 농장이 확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운경 과장은 “전 국민적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농장동물의 복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달랐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이 “당연히 동물복지가 확대되길 바라고 동물복지 축산을 원하지만, 동물복지로 질병을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며 “동물복지는 질병의 해결책이 아니고, 안전에 대한 해결책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향기 소비자연맹 부회장 역시 “마치 동물복지 축산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줄 수 있다는 정책으로는 정부가 오히려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전진경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이사는 ”동물복지가 완전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고병원성 AI와 안전에 대한 답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단순하게 의료적으로만 접근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누적된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며 “농식품부에서도 축산업의 패러다임을 동물복지형으로 변형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산란계 폐쇄형 케이지 사용불가’, ‘마리당 사육면적 기준 확대(0.05㎡→0.075㎡)’, ‘동물복지인증농가 지원(컨설팅, 축사 신개축시 시설자금 지원, 직불금 지급 추진)’, ‘축산물 사육환경표시제’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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