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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어떻게살것인가

아빠의 이야기: 선택과 길, 그리고 달빛

by 큰바위얼굴. 2025. 1. 15.


치형아, 오늘은 아빠가 출근길에 겪은 작은 이야기를 하나 해줄게. 이 얘기는 단순한 출근길 얘기 같지만, 사실 인생이라는 큰 길을 걷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교훈이 담겨 있어.


체력단련실 불이 꺼져있다. 최근 날이 추워서 인지 혹은 내가 늦게 온 탓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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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집을 나서자마자 두 갈래 길이 나타났어. 한쪽은 넓고 빠른 길인데, 좌회전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길이고, 다른 쪽은 조금 돌아가지만 주택가로 바로 이어지는 길이었지. 순간 고민했어. "어느 쪽이 더 나을까?" 더구나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거리를 재고나서 난 다른 길을 선택했어. 속도를 높힌 도전 보다는 안정적인 우회길을 선택한거지. 선택이란 게 참 재밌다. 그 순간엔 중요한 것 같지만,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닐 수도 있거든.

그리고 출근 전에 몸이 뻐근해서 스트레칭을 했어. 어제는 중요한 면접관 역할이 있어서 긴장했는데, 오늘은 그저 평범한 출근길인데도 몸을 풀고 싶더라. 왜 그런지 알아? 몸이 따뜻하면 마음도 편해지고, 하루가 조금 더 가벼워지거든. 그 다음에는 차 안에서 히터를 틀고, 몸을 따뜻하게 만들었지. 그러다 앞 유리가 뿌옇게 김이 서렸어. 순간 당황할 뻔했는데, 바로 히터 방향을 바꿔서 해결했어. 치형아, 인생도 이와 비슷해. 문제를 만나면 당황할 수 있지만, 빠르게 해결책을 찾으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된단다.

이런 걸 우리는 ‘습관’이라고 하지. 반복된 경험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몸이 기억하는 거야. 마치 매일 하는 선택들이 쌓여 어느 순간 익숙한 루틴이 되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아빠가 말하고 싶은 건, 단순히 익숙한 길을 가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거야. 가끔은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 길에서 얻을 수 있는 걸 배워야 해.

아, 그리고 오늘 주차할 때 좀 멀리 주차하게 됐어. 그래서 더 많이 걸었지. 처음엔 ‘괜히 여기다 주차했나’ 싶었는데, 걷다 보니 상쾌하더라. 치형아, 선택이란 항상 이로움만을 따지는 게 아니야. 때론 불편한 선택도 나중엔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어.

그러면서 생각했어. "이게 내 삶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구나." 선택하고, 그 선택을 실천하고, 때론 고쳐가면서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거지. 어제 면접 보러 갔을 때, 거기서 만난 분들은 한 직장에서 30년 넘게 일하셨다더라. 그분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서 아빠도 많은 걸 느꼈어. 그분들의 삶은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쌓아온 경험과 내공으로 가득 차 있더라.

치형아, 이런 얘기들이 좀 지루할 수도 있어. 하지만 선택이란 결국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순간이고, 그 순간들을 쌓아가면서 우리 인생이라는 길이 만들어지는 거야.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가끔 하늘을 보면 달이 떠 있지. 오늘 달이 참 밝더라. 사진에 담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 나오더라고. 세상엔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아. 그럴 땐 그냥 눈에 담고 마음에 새기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치형아, 네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든 괜찮아. 그게 조금 돌아가는 길이어도 괜찮고, 좀 불편한 길이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그 길을 걸으면서 느끼고 배우는 거야. 그리고 가끔은 달빛을 보며 쉬어가도 좋고 말이야.

자,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 이제 너도 네 길을 걸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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