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산이슈/시장상황

매년 같은 방책으로 추석물가 잡을 수 있나

by 큰바위얼굴. 2013. 9. 10.

[국민일보]

매년 같은 방책으로 추석물가 잡을 수 있나

2013.09.03 17:46


추석을 앞두고 주부들의 한숨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반 소매시장에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한 달새 70% 가까이 올라 6000∼8000원까지 치솟았다. 유례없는 폭염과 남부지방의 가뭄, 중부지방의 긴 장마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다른 채소류와 과일, 나물류 가격도 10∼30% 올랐다. 최근 전셋값 폭등세가 이어지는 데다 우윳값이 일제히 올랐고, 서울시내 택시요금도 인상을 앞두고 있어 서민들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거쳐 추석 민생안정대책을 내놓고 주요 성수품의 정부 비축물량을 풀고 농축수산물 등 31개 추석 성수품 물가를 집중 관리하기로 했다. 추석 성수품 가격과 개인서비스 요금 등은 매일 조사하고 직거래 장터·특판장을 개설해 시중가격보다 10∼30%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다. 언제까지 똑같은 연례행사를 되풀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역대 정권마다 물가와의 전쟁은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이명박정부 시절엔 배추국장, 무국장 등 품목별 담당관까지 두고 물가 잡기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박근혜정부도 지난 5월 직거래 등을 통한 유통 경쟁체계 도입과 양파, 무의 국내산 비축 추가 및 계약재배 확대 등을 담은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물가 폭등이 재현되는 걸 보면 아직까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천수답 농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 첨단과학시대를 살면서도 변화무쌍한 기후 때문에 작황량 예측이 번번이 빗나가다보니 치솟는 물가 앞에 속수무책이다. 어떤 해에는 배추가격이 폭등해 난리가 나고 어떤 해에는 배추값 폭락으로 밭을 갈아엎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기후 예측에 따라 작황량을 조절하는 등 세밀하고 과학적인 농정이 필요한 이유다. 주요 수급불안 품목에 대해선 저온저장고 등을 통해 정부 비축물량을 늘려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 중간상들의 폭리를 줄이기 위해 유통단계를 개선하는 작업도 더 속도를 내야 한다.

체감물가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지표물가를 개선하는 일도 시급하다.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3% 올라 10개월째 1%대에 머물고 있다. 배추값과 전세가격이 올라 아우성인데 한쪽에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올 정도이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지표물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물가지수를 계산할 때 생활물가와 밀접한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기 때문이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도 물가지수를 끌어내렸다.

체감물가와 지표물가가 따로 놀게 되면 정책에 오판을 가져올 수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식료품이나 생활물가 가중치를 높이고 물가지수 개편 주기를 현재의 5년보다 단축할 필요가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