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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AI 발병 한 달…닭·오리 380만 마리 매몰

by 큰바위얼굴. 2014. 2. 17.

AI 발병 한 달…닭·오리 380만 마리 매몰

 

연합뉴스 2014.2.16

 

 

철새와의 전쟁 (서천=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충남 서천 금강하구에서 가창오리 3마리가 폐사한 채 발견된 가운데 23일 서천 축협관계자들이 AI 확산을 막으려고 금강하구둑 주변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방역차량 위로 보이는 까만 점들은 가창오리떼다. 2014.1.23 youngs@yna.co.kr

(세종=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2011년 5월 4차 AI 사태가 끝난 이후 2년8개월 만에 재발한 AI 사태는 17일로 꼭 한 달을 맞이한다.

한 달간 방역당국은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높은 방역조치에 들어갔고, AI는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닭·오리 380만 마리가 살처분됐고 현장에 투입된 방역 담당자들은 그야말로 '사투'를 벌여야 했다.

◇ 처음 만난 불청객 'H5N8' = 이번 AI는 과거 4차례 발병한 'H5N1'형이 아닌 'H5N8'형이다.

H5N8형은 1983년 아일랜드와 2010년 중국 장쑤(江蘇)성에서만 두 차례 발병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다른 발병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단백질과 N단백질로 구성되는데 고병원성을 지닌 AI는 대부분 H5·H7과 N1·N2·N8·N9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H5N8형은 기존 H5N1형과 혈청형이 다르지만 감염증상과 병원성은 H5N1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AI 발병농장에서 H5N8형 바이러스를 분리해 분석한 결과 인체감염 사례가 있는 H5N1형과 H7N9형에서 보이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에 내성을 갖게 하는 유전자 변이도 확인되지 않았다.

즉 사람이 H5N8형 AI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고, 설사 감염됐다 해도 현재 보유한 항바이러스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다.

◇ 닭·오리 380만 마리 살처분 = 다행히 H5N8형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과거 H5N1형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H5N8형도 닭·오리 등 가금류에는 치명타를 날릴 수 있다.

H5N8형 바이러스에 감염된 오리는 폐사율이 20∼30%에 달했으며 닭은 무려 90%에 육박하는 폐사율을 보였다.

방역당국은 AI의 전국적 확산을 막고 이번 사태를 조기 종식하기 위해 발병농장은 물론 발병농장 반경 3㎞ 이내 가금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오리 등도 '예방적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15일 기준 178개 농장에서 사육하던 닭·오리 등 가금류 379만3천 마리가 살처분·매몰됐다.

이는 2006∼2007년 2차 AI 사태 때 살처분한 280만 마리를 넘어서는 규모다.

살처분 되는 오리들 (진천=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지난 1일 충북 진천군에서 두 번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 농가가 확인된 가운데 2일 오후 진천군 이월면 한 오리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살처분을 위해 오리를 몰고 있다. 2014.2.2 nsh@yna.co.kr

2차 AI 사태 때 정부는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253억원을 지출했고, 총 피해액은 5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번에도 정부는 살처분 한 닭·오리 한 마리당 평균 1만500원∼1만1천원을 보상할 방침이다.

AI가 추가 발병하지 않고 이대로 끝난다고 가정해도 살처분 보상금으로만 400억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여기에 생계·소득안정 지원금, 가축입식 자금, 긴급경영안정자금 등을 더하면 총 피해규모는 7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 방역 공무원·군인 등 15만명 AI와 '사투' = AI가 발생한 이후 한달 동안 방역당국은 AI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다.

AI가 발병지에서 사람이나 차량에 묻어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수평전파'를 막기 위해 발병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3㎞, 10㎞마다 '3중 포위 방역망'을 치고 축산시설 소독과 차량 이동을 통제했다.

이에 더해 방역당국은 AI를 발병 초기에 근절하고자 지난달 19일 오전 0시부터 20일 자정까지 48시간 동안 전남북·광주광역시의 가금류, 축산 관계자, 축산차량을 대상으로 사상 첫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을 발동했다.

또 설 연휴 민족 대이동으로 AI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이 있다고 보고 지난달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AI가 확산하는 조짐을 보인 충남북·경기 지역에 2차 이동중지 명령을 발동하는 강수를 뒀다.

발생 초기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한 덕에 AI는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고 발생 3주차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방역 조치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축사 소독과 차량 통제, 살처분 작업을 수행한 공무원·군인·경찰 등 방역 관계자의 피나는 노력이 뒤따른 덕분이었다.

방역 당국은 16일 기준 살처분·매몰 작업에 1만910명을 투입했고 674개 이동통제 초소를 운영하는데 13만7천621명을 동원했다.

이들은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은 살처분·매몰 작업을 묵묵히 수행했고 한겨울 한파에 떨며 이동통제 초소를 지켰다.

그러나 살처분 작업에 투입된 충북 진천군의 한 공무원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등 AI와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들도 체력의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

 

 

혹시 우리도 … 닭장 문 열 때마다 두렵다

 

중앙일보 2014.2.17

 

 

395만 마리 살처분, 악몽 언제까지

 

 

전북축산위생연구소 정읍지소의 이재욱(가운데) 수의사가 AI 전염 검사를 하기 위해 지난 14일 닭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그는 AI 발생 한 달 동안 닭과 오리살처분 현장에 12번 출동해 수십만 마리의 닭·오리를 묻었다. 이씨는 “담당 공무원의 숙명이겠지만 살처분은 차마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오종찬]

지난달 16일 전북 고창의 오리농장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처음 발생한 뒤 한 달. 닭·오리 395만 마리를 살처분하고 방역을 강화했지만 AI는 여전히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엔 충남 천안·청양과 강원도 원주에서까지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얼마나 더 AI가 기승을 부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름하는 농민과 방역 담당자를 만나봤다.

내달 초까지 버텨야 출하, 초조함 커져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서 닭 농장을 하는 김광석(66)씨. 오전 5시에 일어나 농장에 달려가서는 밤새 별일 없었는지 확인하는 게 일과가 됐다. AI 소식이 들린 한 달 전부터다. 처음엔 축사 문 열기가 두려웠다고 했다. 혹시나 수백 마리가 죽어 넘어져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초조함은 자꾸 커갔다. 전북에서 발생한 AI가 점점 북쪽으로 올라와서였다. 급기야 지난달 27일엔 12㎞ 떨어진 서신면 닭 농장에서 AI가 터졌다. 당연히 설은 사라졌다. 온 가족이 방역작업을 했다. “십여 리 떨어진 데 친척들이 모여 살아. 설마다 모였지만 올해는 안 갔어. 닭 저승 보내고 싶지 않아서.”

 김씨는 일단 소독과 닭 상태를 살피는 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전 5시부터 밤 12시까지 닭 옆에서 산다. 일단 목표는 어떻게든 다음 달 초까지 견디는 것. 그때면 적당히 자란 닭을 내다 팔 수 있다. 하지만 부근 농장에서 AI가 나오면 수포로 돌아간다. 김씨는 “그저 내 할 일 하고 아무 일 없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파묻은 숫자 못 세” 수의사도 고통

 

 

  한 달 동안 출동 12번. 그동안 몇 마리나 살처분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전북축산위생연구소 정읍지소의 이재욱(32) 수의사가 그랬다. 임무는 AI가 발견된 지난달 16일 시작됐다. 처음엔 방역과 시료 채취 같은 일을 맡았다가 이틀 뒤인 18일부터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다. 일손이 모자라서였다.

 살처분에 “철새가 죽어 있다”는 신고까지 일이 쉴 새 없이 몰려들었다. 퇴근해 집에 간 건 평균 1주일에 이틀 정도. 나머지는 연구소에서 비상 대기했다. 피곤에 절어 입술이 부르트고 입안이 헐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저보다 더 힘들어하시는데…. 참고 견딜 수밖에요.”

 열흘쯤 전 태어난 지 두 달 된 아들이 감기 증상을 보였을 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고 했다. 다행히 그냥 감기로 이젠 다 나았다. “동물을 살리는 수의사로서 살처분하는 게 정말 괴롭습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지만, 이것만큼은 하루빨리 피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빚내 키운 오리, 괜히 신고했나 후회도

  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오리 농장 2곳을 운영했던 김현근(54)씨. 그는 요즘 오후를 동네 작은 식당에서 보낸다. 막걸리나 소주를 들이켜면서다. 지난달 22일 2만 마리를 살처분한 뒤 생긴 일과다. “어쩌겠어. 할 일은 없고, 날린 돈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거라도 마셔야 살 것 같아.”

 김씨가 기르던 오리를 살처분한 것은 내다 팔려던 예정일 하루 전이었다. 고창에서 AI가 발생했다는 소식에 매일 농장을 소독하고 점검하던 중 이상 증상을 발견했다. 그게 지난달 21일이었다. 신고를 하자마자 고창군청은 예방 차원에서 바로 오리들을 살처분했다. AI 때문에 당분간은 새로 오리를 키울 수도 없는 처지다.

 “자진 신고한 걸 후회도 했지. 그냥 놔뒀으면 다음 날 내다 팔았을 테니까. 하지만 내 자식이 먹을 수도 있는데 양심에 뿔이 나지 않고서야….”

 김씨는 원래 덤프트럭을 운전하다 5년 전 오리 농장을 시작했다. 일가 친척에게서 2억원 빚을 냈다. 4년 전 AI는 넘겼으나 이번엔 무사하지 못했다. 그는 “아직 빚을 다 갚지 못했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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