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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소비 진작 위한 15대 제언

by 큰바위얼굴. 2015. 5. 7.

명절선물 통조림만 하라니…유통업체·농가·식당에 `직격탄`

인간관계 얼어붙고 영수증 쪼개기 등 편법 늘 것
너무 넓은 적용범위도 문제…대상 300만명 달해

 

매일경제 2015.5.6

 

 

◆ 내수살리기 15題 ⑮ 김영란법을 수정하라 / 왜 수정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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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이 신용카드로 음식값을 계산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영세 자영업자와 유통업계는 명절과 주말 특수가 사라져 내수가 침체될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아직 1년도 더 남았으니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은 없어요. 점심에 간단하게 먹는 거라면 몰라도 저녁에 술 한잔 마시면서 여유 있게 얘기하다 보면 1인당 3만원을 안 넘기란 힘들죠. 결국 (카드를) 끊어서 결제하게 되지 않을까요?"(서울 여의도 A한정식집 주인)

"'감사한 마음'도 위축되겠죠. 안 그래도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선물 주고받는 문화마저 사라지면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대형 유통업체도 힘들겠지만 그 영향이 배송, 선물세트 만드는 영세 제조업체, 명절 선물에 1년 농사가 좌우되는 과수 농가까지 연결돼 전반적인 내수 위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B백화점 관계자)

지난 3월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두고 자영업자와 유통업계는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 9월 시행까지는 앞으로 약 1년4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아 있으나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 매출 하락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법 적용 대상자 본인이나 배우자가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금품이나 향응을 받다 적발되면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했다. 금품이나 향응이 1회당 100만원 초과 또는 연 300만원을 초과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게 원칙이다.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하 금품을 수수하면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 해당 액수의 2~5배 이하 과태료를 법원으로부터 부과받는다.

물론 김영란법에도 일상적인 만남에 따른 밥값이나 경조사비 등은 허용하고 있다. 법 제8조 3항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또는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의 금품 등은 예외다.

문제는 제한금액이다. 시행세칙인 대통령령에 의해 정해지는데 현행 공무원윤리강령에 따르면 1인당 식사와 선물은 3만원 이하, 경조사비는 5만원 이하만 가능하다. 대통령령은 공무원윤리강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이 금액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굴비나 청과물로 구성되는 백화점 명절 선물세트는 대부분 10만원 이상으로 3만원 이하 선물세트는 비누나 샴푸 혹은 인스턴트 통조림 품목에서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 법으로 인간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오는 것도 문제다.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김영란법으로 모든 인간관계가 겨울왕국처럼 얼어붙을 것"이라며 "친구들하고 밥 먹다가 옆에서 얘기를 들은 누군가 신고할 수도 있다. 밥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적용 대상 범위가 너무 넓은 것도 문제다. 당초 공무원 및 공공기관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법안이 사립학교 및 언론사 재직자 등으로 확대되면서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인원은 약 3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가족 범위를 민법상 가족이 아니라 배우자로 대폭 축소하면서 많이 줄어들었으나 적극적 경제활동인구에 비춰봤을 때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다.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골프장들은 그야말로 울상이다. 골프는 1인당 30만~50만원이 소요되므로 직무 관련성이 있는 이들끼리 골프를 친다면 한 번만 필드에 나가도 바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가뜩이나 공직자들의 골프가 눈총을 받는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권 가격이 추락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비현실적인 법을 피하기 위한 편법 관행만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영수증 쪼개기와 카드 나눠 쓰기가 그 사례다. 한도를 넘은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경비를 나누는 방식이 번질 것이라는 얘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에선 의문이 간다.
 
기업 입장에서 절감되는 비용은 없을 것 같고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돈을 쓸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돈을 적게 쓰라고 하면 밥값을 세 번에 걸쳐서 결제했다. 우리나라 접대 문화가 이런 상황에서 컨트롤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보좌관은 "괜히 검찰에 칼자루만 더 쥐여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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