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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곤충을 가축사료로 쓰면, 지구 온난화 막는다

by 큰바위얼굴. 2015. 11. 12.

곤충을 가축사료로 쓰면, 지구 온난화 막는다

 

조선일보 2015.11.12

 

 

닭 배설물로 파리 키워 구더기를 사료로
콩 등 사료작물 재배 위한 숲 파괴없고 오염 유발 축산 분뇨도 없애 일거양득

지난 100여년 사이에 인류의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이 5배나 늘었다. 인간의 육류 소비를 위해 가축 사육과 사료 생산량도 늘었다. 콩이나 옥수수처럼 사료에 들어가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삼림을 없애고 농지를 늘려야 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던 숲이 줄어들자 지구온난화 속도도 빨라졌다. 고기를 먹으면서 숲도 보호할 방안이 없을까. 유럽 과학자들은 그 해답으로 곤충을 제시했다. 사료의 주요 성분은 콩 등에 포함된 단백질이다. 이를 곤충으로 대체하면 그만큼 사료작물 재배를 줄일 수 있어 삼림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이다.

면적당 생산성은 곤충이 콩의 150배

유럽연합(EU)은 최근 곤충으로 가축 사료의 단백질을 대체하는 '프로테인섹트(PROteINSECT)'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지원하는 돼지 농가는 농장 한쪽에 사료 생산용 컨테이너를 두 개 두고 있다. 한 컨테이너에서는 닭의 배설물로 집파리를 수만마리 키운다. 다른 컨테이너에서는 파리가 깐 알에서 나온 구더기를 기른다. 구더기가 자라면 압착, 건조시켜 돼지 사료로 쓴다. 숲을 없애는 사료 없이, 게다가 환경에 해가 되는 가축 분뇨도 없애면서 돼지를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곤충으로 만든 돼지 사료. 곤충의 뛰어난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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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빌앤드멀린다재단 등으로부터 1100만달러를 지원받아 곤충 사료 공장을 짓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케이프타운에서 나오는 음식쓰레기 110t으로 24시간 병정파리 애벌레를 생산할 수 있다. 애벌레는 저렴한 양식어류용 사료로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10%가 다른 물고기를 키우는 사료에 들어간다. 곤충 사료가 확대되면 그만큼 어류 남획도 줄일 수 있다.

곤충이 지구온난화를 막을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생산성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의 아르놀트 판 하위스 교수에 따르면 닭은 몸무게 1㎏을 불리기 위해 사료를 2.5㎏ 먹어야 한다. 돼지는 5㎏, 소는 10㎏을 먹어야 1㎏을 찌울 수 있다. 귀뚜라미라면 몸무게 1㎏에 먹이는 1.7㎏이면 충분하다. 게다가 귀뚜라미는 80% 이상을 먹을 수 있지만 닭과 돼지는 절반 정도만 먹을 수 있고, 소는 그보다 적다. 하위스 교수는 2012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서 "식량 안보에서 곤충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용(食用)으로는 아직 거부감이 많다. 과학자들은 우회로를 제시했다. 사람이 먹을 가축이나 물고기를 곤충으로 키우자는 말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사료는 4600억달러어치 9억8000만t 생산됐다. 전 세계 콩의 80% 이상이 사료로 쓰인다. 곤충은 그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영국 식품환경연구소는 1헥타르(1만㎡) 면적에서 1년에 콩 1t을 수확할 수 있지만, 곤충 단백질은 무려 150t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식량기구(FAO)는 2014년 보고서에서 곤충은 물고기를 갈아 만든 어분(魚粉) 사료나 콩 사료를 25~100%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곤충 사료 막던 규제 완화될 조짐

문제는 규제다. 미국은 일부 주에서 곤충 사료를 애완동물이나 동물원의 동물 사료로만 한정하고 있다. 사람이 먹을 가축에게는 곤충을 먹이지 못하는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1980~1990년대 세계를 휩쓴 광우병은 소나 양의 부산물을 다른 소와 양에게 먹여 발생했다. 이후 유럽은 어떤 형태로든 동물의 단백질을 가축에게 사료로 주는 것을 금지했다.

곤충의 유용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잇따르자 EU는 2013년 양식어류에 한해 곤충 사료를 허용했다. 프로테인섹트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돼지나 닭 사료로도 허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이르면 내년 초 양식어류용으로 먼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학자들은 곤충이 사료로 더 안전하다고 본다. 진화 과정에서 포유류와는 워낙 오래전에 갈라져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걸리는 질병과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가축 사료 원료에 갈색거저리나 동애등에 같은 곤충들을 포함시켰다. 국립농업과학원 김남정 농업연구관은 "현재 진행 중인 곤충 사료화 연구과제를 통해 안전성과 성장 효율성을 입증할 계획"이라며 "원래 곤충을 먹던 어류나 닭의 사료로만 써도 경제적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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