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한국경제 2016.1.5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최초의 편의점은 얼음공장에서 탄생했다. 대공황 직전의 최고 번영기였던 1927년 미국 댈러스의 제빙회사 사우스랜드. 이곳 종업원이 얼음을 활용해 신선한 우유와 달걀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편의점이라는 새 업종이 생겨났다. 냉장기술의 발전이 사람들의 생활 패턴을 바꾼 것이다. 애초 영업시간은 일반 소매점이 문을 닫는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였다. ‘세븐 일레븐’이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24시간 체제로 바뀐 것은 한참 뒤였다.
편의점이란 글자 그대로 고객의 편의를 위해 늦게까지 문을 여는 소매점이다. 언제(편리한 시간) 어디서나(가까운 장소) 간편하고(생필품) 쉽게(공과금 수납, 현금지급기)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까지 갖췄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의 목적을 최대한 빠르고 편리하게 해결한다는 점에서 근대 합리주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1989년에 들어왔다. 동화산업이 사우스랜드와 제휴해 서울 올림픽선수촌에 세븐 일레븐을 개점했다. 이후 여러 회사가 뛰어들면서 2002년 5000개를 넘었고 2010년 2만개, 지난해 3만개에 육박했다. 인구 대비 편의점 밀도는 세계 최고다.
국내 총 매출 규모는 지난해 15조원을 넘어섰다. 편의점당 연 평균 매출은 4억3000만원 선. 올림픽공원 등 입지가 좋은 곳은 100억원을 넘기도 한다. 최근엔 도시락과 김밥, 즉석 커피, 수입맥주까지 ‘효자 상품’이 늘었다. 통신사와 제휴해 멤버십 카드 할인도 제공하기 때문에 젊은층의 활용도가 높다.
일본에서도 편의점 열기는 대단하다. 1인·고령자 가구 증가로 저가 대량 구매용 종합슈퍼 대신 소량 구매용 편의점이 급성장하고 있다. 그 바람에 동네 슈퍼마켓들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엊그제 일본 최대 유통업체 이온그룹이 350개 종합슈퍼를 리모델링해 차별화한 점포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동네 슈퍼가 연 3000개씩 폐업하고, 그 자리를 편의점이 메우고 있다.
편의점 시대의 그늘도 있다. 갈 곳 없는 은퇴자들이 너도나도 몰리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같은 업체의 가맹점은 일정 거리를 두게 돼 있지만 업체가 다르면 바로 옆에 문을 열어도 어쩔 수 없다.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도 없다. ‘본사만 웃고 가맹점은 운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다. 회사와 가맹점주, 소비자 모두의 ‘편의’를 만족시킬 방법은 없을까. 20세기 초 생활혁명을 불러온 냉장기술 같은 묘안은 정말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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