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비타민 ‘천연·합성’ 논란
시중 생합성 제품 품질차이 거의 없어
중국산 제조술 우수… 믿고 먹어도 좋아
세계일보 2016.3.17
비타민 보충제에 대한 볼썽사나운 논란이 뜨겁다. 자신들의 제품만 최고의 ‘천연’ 비타민이고, 타사 제품은 몸에 좋지 않은 ‘합성’ 비타민이라는 식의 엉터리 광고가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물론 얄팍한 이익을 챙기려는 무책임한 기업의 불량 노이즈 마케팅이다. 심지어 ‘영국산’은 좋고, ‘중국산’은 나쁘다는 황당한 광고도 있다.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에 존재하는 진짜 천연 비타민을 화학적 방법으로 추출해서 보충제로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생산한 진짜 천연 비타민 보충제는 소비자들이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식품에 들어있는 비타민의 양이 경제성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 비타민이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서 시간이 지나면 효능이 사라져버리는 것도 문제가 된다. 진짜 천연 비타민 보충제는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론적으로는 첨단 화학적 합성기술을 이용한 진짜 합성 비타민 보충제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합성 보충제도 지나치게 비쌀 수밖에 없다. 비타민의 화학적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서 화학적 합성에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타민보다 화학적 구조가 훨씬 더 간단한 아미노산인 글루탐산(MSG)의 경우에도 화학적 합성으로는 경제성을 보장할 수 없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용성 비타민 보충제는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생합성(生合成) 공정으로 생산된 것이다. 김치·된장·요구르트·치즈를 만드는 발효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기술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정도로 값이 싼 비타민 보충제는 대부분 그렇게 생산된 것이다. 결국 비타민 보충제에 대한 천연·합성 논란은 처음부터 무의미한 것일 수밖에 없다.
임산부가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엽산’(비타민 B9)의 경우에는 사정이 복잡하다. 식품에 들어있는 천연 엽산(‘엽산염’)이 비타민 보충제나 식품 강화제로 사용하는 합성 ‘엽산’과 화학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화학적으로 안전한 합성 엽산과 달리 식품에 포함된 ‘엽산염’은 빛·열·습기 등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천연 엽산의 활용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이유다.
합성 엽산의 부작용 가능성을 주장하는 전문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보건기구(WHO)·식량농업기구(FAO)·미국식품의약청(FDA)·유럽식품안전청(EFSA) 등이 모두 합성 엽산의 안전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불확실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무책임한 기업의 엉터리 주장 때문에 국제기구와 식품안전관리기관의 권위를 의심할 수는 없다.
중국산 비타민 C(아스코브산)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영국산은 1930년대에 개발된 생합성 기술로 생산한 것이고, 중국산은 1960년대에 개발된 훨씬 더 개량된 생합성 기술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 소비량의 80%를 생산하는 비타민 C 종주국이다. 물론 중국 기업의 품질관리 능력을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무작정 영국산 비타민 C가 좋다고 우길 수는 없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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