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에서 CEO 찾지 마라… 변화 절실한 기업일수록
조선 2016.3.19
내부 승진자가 외부 인재보다 더 좋은 성과
어떤 경영자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을까. 전환점이 필요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품은 질문이자, 기업 이사진이 수십년 동안 고민해온 문제일 것이다. 이런 고민은 국가 차원에서도 계속된다. 대선을 앞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유권자들이 이 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어떤 리더를 뽑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지 않은가. 기업을 변화시킬 최적의 경영자에 대한 학계의 연구 결과 중에서 흥미로운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한다.
세계적인 경영 석학인 짐 콜린스는 외부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하는 것보다 '성향은 온건하지만 회사를 바꾸려는 의지가 강한 내부 직원'을 CEO로 삼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는 2등 기업에서 1등 기업으로 변신한 기업 11곳, 도약에 실패한 기업 11곳, 한때 선발 주자였지만 밀려난 기업 7곳을 분석했다. 흥미롭게도 위대한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 11곳 중 외부에서 CEO를 데려온 기업은 한 곳뿐이었는데, 1등이 되지 못한 17곳 중 10곳은 외부에서 CEO를 찾았다.
제임스 앙 미 플로리다주립대 교수와 그레고리 레오 나이젤 미들테네시주립대 교수도 비슷한 공동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1986~2005년 설립된 미국 공기업을 전수조사해 CEO 선임 방식과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부에서 승진한 CEO의 재무 성과(매출·순익 등 금전적으로 집계되는 경영 성과)가 외부에서 영입한 CEO보다 25% 정도 더 좋았다. 기업 구조 조정 같은 사안에도 내부 승진자가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직원이 기업의 당면 과제와 대안을 더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하는 작업 자체가 미흡해서 이런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다. 이사진이 사전에 외부 인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겉보기에만 카리스마가 있는 경영인을 영입하는 실수를 범했을 때다.
변화를 꾀하는 수준이 높을수록 그에 따른 위험도 크다. 금융 용어로 치면 리스크(위험)나 마찬가지다. 가우캄 마쿤다 미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저서 '필수적인 존재: 리더가 정말 중요할 때(국내 미출간)'에서 역대 미 대통령들을 정치를 바닥부터 시작한 '검증된' 유형과 정치 경험이 적어 '검증 안 된' 유형으로 나눠 지도자로서 낸 성과를 분석했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대통령들이 미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시행한 경우가 많았을 뿐만 아니라, 중대한 실책도 저질렀다.
혁신적인 사업가나 세상을 움직인 인물 중에는 모범생이나 영재 출신이 아닌 경우가 많다. 애덤 그랜트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저서 '오리지널스'에서 성공한 사업가들은 일반인에 비해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려는 경향이 적고 수준이 낮고 불확실성을 더 싫어하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유형의 인물들은 상식을 벗어나 크게 생각하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 때는 대안을 마련해둔 후 목표를 향해 꾸준히 움직인다.
이 세 가지 분석 결과에 모두 부합하는 인물을 찾아 보면 (미국에서는)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이 아닐까. 실제로 경영학자들도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의 완벽한 본보기로 링컨 대통령을 꼽았다. 콜린스 교수는 겸손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성격이란 점을 근거로 들었고, 무쿤다 교수는 정치 경험은 부족하지만 중대한 업적을 이룬 지도자라고 평했다. 그랜트 교수는 링컨 대통령이 충돌을 기피하면서도 의지력 있게 행동한 점을 높이 샀다.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에 세간의 시선이 쏠려 있다. 정치 경험이 적은 다크호스들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 앞서 정리한 '변화를 이루는 지도자의 요건들'을 지금 상황에 적용한다면 이런 결론이 나온다. 새로운 정치인이 국가의 문제점을 바로잡기란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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