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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우리가족 이야기

두번째 꿈

by 큰바위얼굴. 2016. 3. 19.

밖에서 투둑 투둑하는 소리가 들린다. 투둑 투둑. 조금 멀어졌다가 조금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진다. "비 려나" 하는 반가움이 앞선다. 눈을 뜨고 초점은 잡히지 않지만 저만치 내다본다. 잘 못 들었나 순간 의심을 갖어보지만 그 순간이 무색하게 창문이 흔들거린다. 퉁, 퉁. 덜커덕 덜커덕. 거센 무언가가 있는 듯 자신을 과시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에이, 그래 일어난다. 일어나" 하며 머리맡에 있는 안경을 찾으려 조심스럽게 더듬거린다. 톡. 토독.

 

어, 뭐였더라?

 

내 옆에는 후흡 후흡 숨을 쉬는 여자와 한 아이가 자고 있다. 오늘은 계룡대에 볼 일이 있다. 또 뭐가 있더라 하며 일정을 살핀다. 아, 그런데 어제 저녁 점을 뺀 자리가 거추장스럽다. 미끄덩 한 느낌이 세안을 못한다며 걱정이 앞선다. 2주나 이렇게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어제 밤 짙은 안개를 뚫고 귀가하던 그 때 "우린 어딘가에서 홀렸었나봐" 하는 아내의 말이 떠오른다. 안개와 어둠은 도로 옆 가로수 불 빛 아래 그렇게나 비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후흡 후흡.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오늘을 생각한다. 비는 그렇게 나를 깨웠고 확인되지 못한 체 저만치 물러나고 만다. 내 손에 든 핸드폰은 앞만 보게 한다. 비록 어제 작성한 글을 통해 있었던 감정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그 또한 새로움을 바라는 바람에 지나지 않는다. 비는 내렸고 잠은 깼는데 꿈은 잊은 채 앞만 본다. "뭐였더라?"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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