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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이슈/시장상황

이슈! 찬반토론-쇠고기 등급제 개편

by 큰바위얼굴. 2016. 11. 7.

 

이슈! 찬반토론-쇠고기 등급제 개편

 

농민신문 2016.11.7

 

 

찬성

마블링함량 낮으면 맛없어? 다양한 입맛 반영위해 개선을

 

반대

근내지방도 평가비중 약화? 고소한맛 일품 한우특성 실종

 

 

 최근 한우산업에서 불거진 마블링(근내지방) 논란이 쇠고기 등급제로 번졌다. 지방덩어리인 마블링을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는 현행 쇠고기 등급제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농가들은 마블링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방향으로의 쇠고기 등급제 개편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십년 동안 실시한 사양관리와 개량을 마블링을 늘리는 데 맞춰 왔기 때문에 등급제를 개편할 경우 농가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개편작업이 진행 중인 지금도 양측의 입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등급제 개편에 대한 양측의 찬반 입장을 들어본다.

 

 

 

 찬성-마블링함량 낮으면 맛없어? 다양한 입맛 반영위해 개선을

 

 ●김진영 식재료 연구가(여행자의 식탁 대표)

 

 소 생산농가들은 현재 좁은 우리에서 소의 운동량을 제한하는 밀식사육을 통해 지방 함량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방 분포도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행 쇠고기 등급제는 근육 내 지방이 골고루 분포되고 함량이 높을수록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외국산 쇠고기에 맞서기 위해 도입된 쇠고기 등급제는 국내 축산업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방의 분포도가 등급판정의 기준이 되다 보니 맛의 기준이 지방으로 편중됐고, 지방의 맛을 즐기는 구이 중심의 식문화만 발전하면서 유통업체의 창고에는 비선호 부위만 쌓이는 문제점을 낳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미디어는 여전히 높은 등급의 쇠고기만 편애한다. 텔레비전과 신문의 맛집 소개에선 항상 1+ 이상 등급 한우고기만 등장하고, 지방 분포가 예쁘게 잘된 부위만 클로즈업 된다. 마치 낮은 등급은 자랑할 것이 못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해 등급판정에서 1등급 이상 출현율은 75% 정도다. 2015년 기준 한우 도축마릿수는 약 88만3500마리로, 2등급 이하 판정을 받는 소는 약 22만마리다. 마블링이 예쁘지 않은 22만마리의 쇠고기는 맛없는 것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진 채 시장에서 팔린다.

 

 그렇다면 등급이 낮은 쇠고기는 맛이 없는가? 필자의 대답은 ‘아니올시다’이다.

 

 몇년 전 쇠고기 맛을 테스트하기 위해 1+등급과 2등급을 비교 시식한 적이 있다. 혹자는 두 등급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공평한지 의문이 들 것이다. 누구라도 부드럽게 살살 녹는 1+등급의 쇠고기를 먹지 마블링도 없는 2등급은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 예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스트 결과는 그 반대였다.

 

 처음에는 테스트 참가자들의 젓가락이 1+등급 쪽으로 향했다. 등급이 높아야 맛있다는 선입견이 그리 만들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참가자들이 2등급을 먹는 순간 반전이 시작됐다. 마블링이 없어 질기다 생각했지만 씹는 맛과 좋은 육향이 순식간에 지방의 맛을 지워버렸다. 결국 준비한 2등급 쇠고기가 먼저 동이 났고 1+등급은 남았다.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2등급이 생각 외로 질기지 않은 데다 담백한 육질과 고유의 향이 입맛을 당긴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육질등급은 맛을 판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아니다. 지방 함량이 높고 낮다는 것이지, 맛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방이 없으면 질기고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 같은 선입견이 나타난 원인은 유통과 소비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소는 도축 후 하루가 지나면 근육이 굳는 사후경직이 일어나는데, 이 현상은 냉장온도에서 7~15일 지나야 사라진다. 하지만 등심·안심 등 구이용은 사후경직이 풀리기도 전인 일주일 안에 소비된다. 따라서 굳은 단백질을 씹기 위해 윤활유 역할을 하는 지방이 필요한 것이다.

 

 현행 마블링 중심의 등급제는 지난 13년 동안 한우를 외국산 쇠고기와 차별화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근지방 분포에 따른 평가가 목초사육과 동물복지 사육, 화식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사육된 쇠고기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우만 해도 부위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이 있음에도 항상 근내지방의 맛을 즐기는 쪽으로 편향시키는 것이다.

 

 등급제가 도입된 1993년과 비교하면 오늘날엔 소 사육방법이 보다 다양해졌다. 이는 소비자의 욕구가 그만큼 다양해진 것을 입증한다. 시대에 따라 다양해진 소비자의 욕구 충족을 위해 등급제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방의 맛도 있지만 다른 맛의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반대-근내지방도 평가비중 약화? 고소한맛 일품 한우특성 실종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현재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는 국내산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한우산업 발전을 견인한다는 목표 아래 쇠고기 등급제를 개편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개편안은 근내지방의 섬세함을 평가하는 동시에 육색·조직감 등 근내지방도 이외의 평가항목 비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됐다. 그러나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이대로 등급제를 개편할 경우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등급제 개편을 주장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사실과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지방’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동물성 지방인 마블링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는 현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많은 미디어에선 지방의 문제점만 부각시키고 일부 학자들도 왜곡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을 유발한다’는 검증되지 않은 결과를 발표한 미국 미네소타대의 생물학자이자 병리학자였던 엔설 키스의 연구다. 이 연구에선 포화지방이 적게 함유된 식단이 심장병을 낮추는 듯 보였지만 실제론 전체 사망률과는 관계가 없었다. 포화지방 식단을 적게 먹든 많이 먹든, 사망률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내용들이 마치 사실인 양 확산돼 오늘날 지방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을 만들었다.

 

 등급제 개편을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대로 평가기준에서 근내지방도의 비중을 낮춘다면 전체 한우고기의 지방함량도 줄어들 것이다. 그럴 경우 고소한 맛이 일품인 한우의 특성은 사라지게 된다. 수십년 동안 수입 쇠고기와의 차별화를 위해 애썼던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등급제를 가진 일본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의 와규 역시 한우와 마찬가지로 등급판정에서 근내지방도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렇지만 현지에선 이를 문제 삼고 있지 않다. 마블링이 와규의 가치와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마블링을 선호하지 않았던 국가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홍콩에서 1+등급 이상 한우고기가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쇠고기 등급제 개편안에 대한 또 다른 문제는 등급제 개편을 추진하게 된 배경이 너무 편파적이란 점이다.

 

 마블링에 대한 부정적인 면만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극히 일부의 목소리만 듣고 시작된 것이 지금의 등급제 개편작업이다. 반면 생산주체인 농가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쇠고기 등급기준은 농가소득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데도 말이다. 한우보다 지방 문제가 심각한 다른 식품분야는 제쳐놓고 쇠고기 등급제를 개편한다는 점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쇠고기 등급제의 방향 몇가지를 제안해 본다.

 

 등급제가 개편되더라도 농가의 등급출현율에는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 등급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개량과 사양관리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 건강에 유익한 올레인산과 불포화지방산· 오메가3·오메가6 등의 비율이 적정한 한우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량지표를 개발·보급해야 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소비자가 한우를 구매할 때 목적에 맞는 부위와 등급·요리방법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위가 균형적으로 판매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쇠고기의 맛과 연도에 대한 심층연구를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맛을 선택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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