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오늘, 그리고 내일로 향하는데 있어서 그 주제를 '돼지고기'로 정해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돼지고기를 찾는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오랫동안 ‘서민 음식’으로 굳건한 인기를 누려 왔다. 삼겹살을 즐겨먹기 시작한 건 탄광촌 광부들이란 말이 널리 회자된다. 호흡기에 꽉 찬 분진을 씻어 내리려고 그랬단다. 그런 삼겹살이 어느새 값비싼 ‘금겹살’로 불리고 있다. 2천원을 넘어서면 언론이 온통 시끄러웠는데 요즘은 잠잠하다. 이는 어쩌면 2010년 10월 구제역 발생이후에 발생한 수요와 공급의 불안정한 모습으로부터 널뛰기 한 가격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조금을 먹더라도 맛있는 것을 찾는 것처럼 ‘먹고살기 힘든 시대’를 떠나보내고 ‘무엇을 먹을까 골라 먹는 시대’로 넘어오면서 생긴 ‘웰빙 ≠ 지방(fat)’ 이라는 인식이 소비자의 구매행동으로 이어진 결과라고 본다. 돼지고기만 보더라도 이런 현상을 엿볼 수 있다. 삼겹살의 최고 지위가 어느새 쫓아온 목살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 목살 좀 먹어볼까 하는 수요는 많아진데 비해 1마리의 돼지고기에서 얻는 삼겹살의 양(약 18kg)에 비해 목살의 양이 2배 가량 부족하기 때문에 수요는 높고 공급이 딸리니 가격이 높아지더라 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돼지고기 각 부위의 몸값이 뒤바뀐 결과다.
과거 온 국민이 삼겹살을 편애하니 앞·뒷다리살이 남아 골치가 아팠다. 유통상인은 결국 앞·뒷다리살을 판매하기야 했지만 그 판매에 걸리는 기간과 상대적으로 낮은 최종 판매가격이 많은 걱정을 끼쳤다.
그렇지만, 다행스런 점은 삼겹살의 소비선호도가 목살로 옮겨가거나 대체되고 있으며 웰빙의 바람이 앞·뒷다리살의 소비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또한, 돼지고기의 소비가 꾸준한 점을 들 수 있다. 연중 돼지고기는 115만톤, 닭고기는 63만톤, 소고기는 53만톤, 오리고기는 12만톤이 소비되고 있다. 2015년 기준. 이를 좀 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1인당 소비량으로 비교하면, 연중 돼지고기는 1인당 22.8kg을 소비하고, 닭고기는 12.8kg, 소고기는 10.7kg, 오리고기는 2.5kg으로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돼지고기를 찾는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셈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세계 돼지고기의 소비량은 1억톤에 이른다. 돼지는 오래 전부터 세계 여러나라에서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으로 길러져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슬림과 유대인들은 돼지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엄청난 양이다.
돼지고기는 대표적인 고지방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자세히 뜯어보면 사실과 다르다. 돼지고기 1마리에서 삼겹살이 차지하는 약 12%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위가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안심, 등심, 목살, 앞다리살, 뒷다리살, 갈비살 등은 지방이 적고 단백질과 비타민 등 여러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다. 더구나 돼지고기 등 육류 단백질은 ‘완전 단백’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우리 몸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 아미노산 8종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드라이에이징(건조 숙성)을 돼지고기에도 도입한 식당이 등장하는가 하면 스페인 이베리코, 지리산 흑돼지 등 품종이 다양해지고 고급화 바람이 한껏 불어닥치고 있다. 이는 ‘돼지고기 ≠ 서민음식’이라는 인식을 깨고 차별화하겠다는 포부로 이해된다. 이처럼 변화의 바람은 삼겹살, 목살, 앞·뒷다리살을 가릴 것 없이 탄탄한 소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한계(가령, 170만톤)에 직면한다면 어떻게 될까? 고급화 바람의 돌파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는 사람의 인생과 같이 시한부임을 애써 부인한 채 돼지고기를 마냥 즐기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돼지고기의 소비량이 한계에 부딪히기 전에 과거부터 유례한 여러 문제점을 하루빨리 고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기꺼움이 부담 보다 앞섰으면 하고 바라본다. 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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