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위기 프랜차이즈 커피왕의 쓸쓸한 최후
MK뉴스 2017.7.25
할리스·망고식스 일군 강훈씨 경영실패 생 마감
작년 망고식스 60곳 폐점…가맹점 연쇄 타격 불가피
내수시장이 장기 불황에 시달리면서 한때 '프랜차이즈 커피왕'으로 불렸던 기업인이 경영난을 견디다 못해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유사 업종 창업 속출과 과당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잠시만 삐끗해도 도산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한국 자영업의 암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25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24일 오후 5시 46분께 망고식스 커피식스 쥬스식스 등 브랜드를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KH컴퍼니의 강훈 대표(49)가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찾아간 회사 직원이 숨진 강 대표를 처음 발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가 최근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고 23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 문자메시지에서 최근 신청한 회생절차개시로 심적 고통이 심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KH컴퍼니는 올해 들어 직원들에게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 14일 KH컴퍼니·KJ마케팅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는 업계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라 처음 망고식스를 선보일 때만 해도 기대가 컸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커피전문점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렸고, 주변의 시선 탓인지 무리하게 외형을 확장하다 경영난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대표 시신이 발견된 곳도 최근 이사한 작은 원룸 월셋집이었다.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21) 1명을 두고 있는 강 대표는 혼자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원조 음료 프랜차이즈 제왕'으로 불렸던 강훈 대표의 비극적 결말은 망고식스·쥬스식스 등 가맹점주들에게는 물론 다른 국내 프랜차이즈업계에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할리스커피·카페베네 등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연달아 히트시킨 프랜차이즈업계 1세대 성공 신화로 불렸기 때문이다.
한때 '커피 왕'이라고 불렸던 강 대표는 1992년 신세계 공채 1기로 입사해 1997년 '스타벅스' 한국 입성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해 커피사업과 첫 인연을 맺었다. 1998년 김도균 탐앤탐스 대표와 할리스커피를 공동창업한 후 2003년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매각했다. 2008년에는 카페베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연매출 1000억원, 업계 최초 500호점 돌파라는 기록을 잇달아 세웠다.
그는 2010년 카페베네를 퇴사하고 KH컴퍼니를 창업했다. 이듬해 야심 차게 '망고식스'를 론칭했으나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망고음료로 프랜차이즈사업을 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초기에는 유명 공중파 드라마를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인지도를 높였으나, 겉으로 화려했을 뿐 실속이 없었다. 결국 지난해 망고식스 점포 60개가 폐점했다. 망고식스를 운영해온 KH컴퍼니 매출은 2015년 194억원에서 지난해 105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고, 지난해 영업적자만 11억원에 달했다.
KH컴퍼니와 KJ마케팅의 회생절차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회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주들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망고식스는 현재 100여 개, 쥬스식스는 220여 개 점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본사 지원이 끊기면 가맹점들의 잇단 폐점이 염려된다. 다른 프랜차이즈와 달리 로열티 없던 수익구조가 몰락을 가속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서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로열티가 없는 대신 원자재비 등을 부풀려 수익을 내는데 이런 '갑질'이 불가능하면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KH컴퍼니는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맹희망자에게 집기류 구입비·시설 인테리어비 등을 불법적으로 받고 매출액에 대해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했다가 시정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축산이슈 > 시장상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공기관 이번엔 산으로 올라가나? (0) | 2017.08.03 |
---|---|
일본, 8월1일부터 美 냉동쇠고기 수입 '세이프가드' ···무역갈등 새 불씨되나 (0) | 2017.07.27 |
서울 전 지역 5000원ㆍ3시간 내 물류 배송 (0) | 2017.07.24 |
육식주의자 (0) | 2017.07.19 |
농민의, 농민을 위한 장관 (0) | 2017.07.1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