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산이슈/시장상황

세계게임 석권이 가능했던 이유

by 큰바위얼굴. 2018. 1. 26.

세계게임 석권한 개발자 3人…시작부터 글로벌무대 겨냥했다

 

Mk뉴스 2018.01.26 07:58:56

 

◆ K게임 신화의 주역 ② ◆

 

■ 배틀그라운드 김창한 대표 "외국인 개발자 드림팀 꾸려 남들 안하는 새 장르 개척"

 

기사의 1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기획 단계부터 세계를 겨냥한 게임을 만들기 위해 한국에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서바이벌게임 형태인 '배틀로열' 장르에 도전했습니다. 국내에는 이 분야에 역량을 갖춘 프로그래머가 많지 않아 해외 인재들로 드림팀을 꾸렸습니다."

 

김창한 펍지(PUBG) 대표 및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개발 총괄PD가 밝힌 제작 동기다. 펍지의 모기업은 블루홀이다. 지난해 3월 글로벌 게임판매 플랫폼 스팀을 통해서 첫선을 보인 펍지의 배그 흥행 실적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13주 만에 세계 누적매출액 1억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무려 3000만장이나 팔렸다.

 

기존 강자였던 오버워치를 누르고 세계 1위 PC게임 타이틀을 차지했다.

 

'배틀로열'은 다수의 게이머들이 한 전장에 참여해 서로 전투를 벌이면서 최종까지 살아남은 1인이 승자가 되는 게임 장르다. 생소한 '배틀로열' 장르에 도전한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게임계에 투신한 지 벌써 17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변변한 흥행작 하나가 없었다"면서 "어차피 잘 안 풀리는 거 기존에 없던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인터뷰 중 당당하게 스스로를 '실패의 달인'이라고 불렀다. 경기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에서 전산학 박사 과정을 밟던 2000년 게임계에 투신한 그는 세 차례 창업에 나서 세피로스, 펀치몬스터 등 게임 개발에 나섰지만 연거푸 쓴맛을 보았다. 그는 "철저한 시장 분석도 없고, 다른 게임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한 채 미투(Me too) 작품만 찍어내는 데 그쳤다"면서 "배그 개발을 위해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존 게임과 차별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펍지의 모기업인 블루홀에서도 워낙 생소한 프로젝트여서 투자를 망설였지만, 결국 2015년 장병규 블루홀 의장의 결정에 따라 개발에 착수하게 됐다.

 

막상 김 대표가 게임 개발에 착수했지만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 개발사들이 10여 년간 MMORPG(다중역할수행게임)에만 몰두한 나머지 '배틀로열' 게임을 개발해본 경험이나 역량을 쌓은 프로그래머·원화가·디자이너 등이 국내에는 전무했다. 개발팀을 꾸릴 방법이 없었다. 김 대표는 "'배틀로열'이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탄생시킨 아일랜드인 개발자 브렌던 그린에게 주목했다"면서 "그린이 처음에는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오는 것을 꺼렸지만, 삼고초려로 모셔와 총감독으로 전권을 위임했다"고 밝혔다. 다른 분야 인재들을 끌어모으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레딧과 같은 글로벌 커뮤니티를 통해 실력 있는 총기 디자이너, 원화 작화가, 스테이지 디자이너 등을 수소문하면서 캐나다·스페인·우크라이나 등지에서 '드림팀'을 모집했다.

 

김 대표가 배그 개발 과정에서 집중한 또 다른 요소는 게임 중계였다. 김 대표는 "전 세계 게임의 트렌드가 단순히 '하는 것'에서 '보여주는 것'으로 변화하는 것을 감지했다"면서 "게임 개발 곳곳에서 관전 모드를 넣고,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는 등 게임 중계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고자 했다"고 그는 말했다.

 

배그는 지난해 3월부터 트위치, 유튜브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 중계되며 '재미있고 신선한 게임이 등장했다'는 입소문에 따라 폭발적인 흥행 가도를 걷게 됐다.

 

■ 서머너즈 워 정민영 PD "게임 하나로 해외서 1조 벌어…난이도 높인 역발상 먹혀"

 

기사의 2번째 이미지이미지 확대

컴투스의 대표작 '서머너즈 워'는 대한민국 게임 수출계의 기린아 같은 존재다.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한 국산 게임은 다수 있지만, 대부분 국내 흥행 성적을 토대로 해외에 진출했다.

 

반면 서머너즈 워는 전체 매출 중 90%가 수출에서 발생할 만큼 해외 흥행 돌풍이 더 거셌다. 2014년 출시된 이래 63개국 애플 앱스토어와 18개국 구글플레이에서 게임 매출 1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초 국내 모바일게임 최초로 누적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건수가 무려 8000만건을 넘어선 점을 고려하면 남북한 인구를 더한 숫자보다 많은 유저가 서머너즈 워를 즐긴 셈이다.

 

정민영 서머너즈 워 PD는 "어릴 적 컴퓨터게임을 하고 놀았던 유저들이 성인이 돼서도 복고풍의 향수를 느끼며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면서 "빠른 템포와 낮은 난도로 대변되는 최근 모바일게임과 달리 느린 템포와 높은 난이도를 부여한 점이 차별화 요소"라고 말했다. 정 PD는 서머너즈 워 기획 초기부터 세계 공통으로 통할 만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찾아낸 게임의 만국 공통 요소는 바로 '복고풍'이었다. 1990년대 후반 온라인게임이 등장하기 전에도 게이머들은 가정용 게임기(콘솔)나 PC 패키지를 통해 역할수행게임(RPG·주인공이 모험하며 강해지는 게임)을 즐겨왔고, 바로 이 점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RPG 마니아였기 때문에 이스, 창세기전, 페르소나 여신전생 등 게임을 혼자 즐겨왔다"면서 "이때 쌓은 세계관·캐릭터·구성 등의 고전 RPG 감성이 서머너즈 워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1975년생인 정 PD는 고려대 컴퓨터공학부를 졸업한 뒤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를 창업했지만 처절하게 실패한 후 2년간 사실상 무직 상태로 지내기도 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등 게임을 즐기며 한동안 시간을 보내던 그는 어릴 적 꿈이었던 게임 개발자가 되기 위해 컴투스에 합류했다. 서머너즈 워는 주인공 캐릭터가 게임 속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인공을 도울 몬스터를 수집하는 게임으로 과거 큰 인기를 끈 '포켓몬스터'와유사한 측면이 있다.

 

정 PD는 "최근 모바일게임들은 보다 많은 유저를 끌어모으기 위해 난이도를 많이 낮추고, 게임 아이템을 자주 선물로 지급한다"면서 "초기에는 손쉽게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지만, 결국 너무 낮은 난이도로 인해 유저들은 곧 게임에 싫증나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난이도는 오히려 북미 유저들 특유의 느긋한 게임 정서와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 정 PD는 "게임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북미 유저들은 퍼즐을 풀듯 서머너즈 워를 오랜 시간 즐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머너즈 워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정 PD는 "서머너즈 워가 출시된 지 4년이 다 됐지만 그때부터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많고, 신규 유저도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면서 "유저들의 충성도를 고려해 게임 자체를 뒤엎는 대격변보다는 단계적으로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는 업데이트에 충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서머너즈 워 글로벌 리그를 열어 흥행에 성공했는데, 게임 자체를 e스포츠에 최적화된 모습으로 계속 바꿔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리니지2 레볼루션 박범진 PD "현지화로 北美시장 공략…캐릭터 성형수술 주효"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리니지2 레볼루션'(이하 레볼루션)은 출시 지역별로 현지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 같은 전략이 글로벌 흥행에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박범진 넷마블 레볼루션 개발 PD는 1979년생이지만 고등학생 때인 1997년 아마추어 게임 개발에 착수해 개발 경력이 20년이 넘는다. '미르의 전설3' '프리우스 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했다. 유엑스플러스란 게임사를 창업해 '마왕전'과 '낭만무림' 등을 개발했지만 자금 부족으로 좌절했다. 2015년 넷마블에 합류해 레볼루션 개발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박 PD는 "국가별로 게임 유저들의 정서를 분석해 이를 게임 설계에 최대한 반영했다"면서 "북미판 레볼루션과 국내판 레볼루션은 그래픽은 물론 조작감까지 아예 다른 게임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전히 다르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2016년 말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넷마블의 모바일 게임 리니지2R는 2017년 6월 아시아 11개국에 동시 상륙해 그중 대만·홍콩·마카오 애플 앱스토어에서 출시 당일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또한 같은 해 8월에는 일본에서 출시된 지 하루 만에 앱스토어 매출 1위에 등극했고, 북미 지역에서도 출시 일주일 만에 구글플레이에서 매출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큰 손질이 가해진 것은 지난해 말 출시된 북미판이었다. 북미 시장은 여러 차례 한국 개발사들이 진출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고배를 마신 'K게임 불모지'로 악명이 높았다.

 

박 PD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게임 캐릭터의 직업·종족과 상관없이 꽃미남·꽃미녀를 선호한다면, 북미 유저들은 직업에 걸맞은 외모를 선호한다"며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북미 진출을 앞두고 캐릭터들을 전격 '성형수술'했다"고 회상했다. 일례로 국내판 인간 전사 캐릭터는 수염도 없이 콧날이 오뚝한 송중기형 미남이지만, 새로 바뀐 북미판 전사 캐릭터는 턱수염이 얼굴 절반을 뒤덮어 야전사령관과 같은 중후한 외모를 지녔다.

 

박 PD는 외적인 요소뿐 아니라 유저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했다. 북미 유저가 국내 유저와 달리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친숙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조작키 규모를 기존보다 두 배 정도 키우고, 이용자 간 대화 기능도 강화했다. 박 PD는 레볼루션이 현지화를 통해 해외 진출에 주력한 이유를 '위기감'에서 찾았다. 그는 "어릴 적에 외주 게임제작사를 창업해 보니, 게임이라는 업종도 철저하게 자본이 커질수록 유리한 분야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최근 박 PD를 비롯한 레볼루션 개발팀이 노력을 쏟는 분야는 중국판 레볼루션 개발이다. 대부분의 개발을 끝마치고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중국 시장 게임의 판매허가권인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2016년 사드로 인한 한중 갈등ㆍ으로 한국 게임들의 판호 획득이 전면 중단됐지만, 이후 사드 문제가 봉합되면서 판호 재발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박 PD는 "북미판에서 교훈을 얻어 이미 중국판에는 중국 유저에 맞춘 재미난 요소들을 곳곳에 숨겨놨다"면서 "미리 다 밝힐 수는 없지만 뽑기 상자를 중국 특유의 복주머니인 '훙바오' 모양으로 바꾸어 놓는 등 중국 현지화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댓글